“가면이면 어때” 청년 작가 김판묵
- 방독면 통해 가면 쓴 현대인·사회 표현
- 현재에 머무르지 않는 실험적 예술 매진
‘페르소나(persona)’ 라틴어로 ‘가면’이란 뜻이다. 어릿광대들이 쓰던 가면에서 유래된 단어다. 사람들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가면을 쓰고 왜곡된 소통을 반복한다.
김판묵 작가(35)의 작품은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의 작품 속 가면은 방독면이다. 작품을 보는 사람의 시각에 따라 방독면은 대기 오염에서 나를 보호하는 단비 같은 존재가 되기도 하고, 세상과 나의 사회적 단절을 뜻하기도 한다. 청년인 그가 바라본 동시대의 모습은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사회적 가면을 뒤집어 쓰고 있다.
과거에 비해 물질적 혜택은 늘어났지만 삶을 지탱해주는 무형(無形)의 가치는 외면하고 목적지만을 바라보는 곳. 30대 청년작가인 그의 고민과 방황도 깊어진다. 방독면을 쓴 사람들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노출하지 못하는 현대인의 몸과 마음을 상징하고 있다. 그의 그림은 현대 사회가 아직 본질적인 부분에 있어 답답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고 시사한다. 청년인 그가 작품을 통해 바라보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챔프’를 좋아했던 어린 시절
인천 출생인 김 작가는 누나가 셋인 집안에서 외아들로 자랐다. 혼자 노는 시간이 많았던 그가 어릴 적 가진 취미는 만화잡지 ‘챔프’ 속 캐릭터를 따라 그리는 것이었다. 그는 이 시기에 자연스럽게 그림 실력이 늘었다고 했다. 중학교 시절에는 자동차 디자이너가 꿈이었다. 마침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한국애니메이션고등학교가 생겼다. ‘이 곳이 내 길이다’ 생각하고 장밋빛 꿈을 품었으나 떨어지는 쓴맛을 맛보게 됐다.
결국 남들처럼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학교에 다니는 동안 짜여진 틀 속에 갇힌 그는 어릴 적 꿈들을 잠시 잊었다.
“넌 뭘 하고 싶니?”
부모님의 질문 한 마디에 김 작가는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그래. 이대로 꿈 없이 사는 건 내 모습이 아니야…내가 뭘 하고 싶었지?’ 라는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주변에선 손재주가 있는 그에게 미술을 권유했다. 미술학원에 등록해 한국화를 배우게 됐고, 2004년 군산대학교 미술학과에 수석 입학했다.
청년 작가, 끊임없이 사회를 관찰하다
그는 군산대학교 미술학과 졸업 후 동 대학원 진학과 조교생활을 겸했다. 이 대학에 출강하면서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교수들, 학생들과 부딪히며 그들 간의 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고 그 속에서 ‘방독면’이라는 소재가 나왔다. 그가 바라본 사람들은 가면을 쓰고 안심하거나, 답답해했다.
작품에서 등장하는 방독면은 왜곡된 의사소통, 제한적 시각으로 바라보는 사회 모습을 상기시키는 장치이다. 하지만 다른 시각으로 보면 험한 세상 속 자신을 보호해 줄 수 있기도 하다. 그는 “방독면은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종종 망원경, 사과, 핀 없는 나침반 등을 작품 속 매체로 등장시켰다. 망원경은 목적을 어느 정도 이뤘음에도 불구하고 앞만 보는 어리석음을, 사과는 자본주의의 결실을 뜻한다. 핀 없는 나침반은 갈 길을 잃어버린 젊은 세대들, 안정된 삶만을 쫓고 가능성을 잃어가는 현대인들을 꼬집는 소재이면서 방황하는 작가 자신의 모습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흩날리는 연기를 작품에 담았다. 2017년 전시 ‘Loss of ego’에서 SNS를 꼬집은 그는 현실과 가상의 애매모호해진 경계, 단면적 이미지인 ‘좋아요’에 치중하는 사람들에 대해 비판하면서도 개개인의 표현의 자유에 물꼬를 터 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의 순기능을 표현했다. 그는 그림을 통해 계속해서 질문을 던진다. 나와 동시대를 살고 있는 당신은 이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냐고.
미술은 나를 찾는 여정
청년 화가인 그는 아직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답을 찾지 못했다. 그리고 “아마 평생 답을 얻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무살 때 미술을 하고 싶었던 꿈을 이뤘지만, 서른다섯인 그는 매 순간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안정적인 삶을 바라다가도 예술가로서의 본질을 잃어갈까봐 두려움이 생긴다는 김 작가는 평범한 청년이다.
김판묵 작가는 “미술은 나를 찾는 여정”이라고 정의했다. 핀 없는 나침반처럼 그 역시 현실 앞에서 방황하지만, 끊임없이 작품 활동에 매진한다.
현대 사회를 비판하면서도 ‘앞으로는 더 좋아지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품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김판묵 작가. 그는 회화에서 벗어나 다양한 실험적 활동을 펼치고 싶다고도 했다. 그는 설치나 영상 분야로 영역을 넓히기 위해 관심을 갖고 있다. 실험적인 작품을 통해 동시대 문제점들을 표현하는 활동에 매진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김판묵 작가 약력
개인전
2012 1회 개인전 ‘우진청년작가 선정 초대 개인전’(우진문화공간 – 전주)
2013 2회 개인전 ‘Gallery 숨 초대 개인전’ (gallery 숨 – 전주)
2015 ‘침묵의 시선’ 3회 개인전 ‘Gallery TOAST 초대 개인전 (gallery TOAST – 서울)
2017 ‘LIKE’ 4회 개인전 (교동미술관 2관 – 전주)
2018 ‘사이’ 5회 개인전 ‘교동미술관 제 7회 젊은 미술전
2019 ‘PERSONA’ 7회 개인전 ‘제5회 군산미술상 수상 기념 초대 개인전’ (이당미술관)
기획/단체전
2016 2016 전북 현장전 전북도립미술관 서울관 기획전 (인사아트센터 6F 서울)
2017 전북도립미술관 기획 ‘상생’ (전북도청사갤러리-전주)
2018 ‘전북문화광광재단 기획’ 기업×아트콜라보 프로젝트 (롯데백화점 전주점–전주)
2019 ‘보이는 감각’익산예술의전당 기획 프로젝트 (익산예술의전당-익산)
아트페어
2011 ASYAAF (홍익대학교 홍문관-서울)
2012 ASYAAF (문화서울역284-서울)
2013 아트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서울)
2015 전북 나우 아트 페스티벌(전북예술회관-전주)
2016 아트부산(BEXCO-부산)
2017 전북 나우 아트 페스티벌(전북예술회관-전주), 군산 아트페어 (군산컨벤션센터-군산)
2018 교동미술관 제7회 젊은미술전 –이 작가를 주목하라 선정
창작문화공간 여인숙 청년공동체 프로그램 작가 선정
2019 군산미술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