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질고 독한 바람 소리가 창밖을 스쳐갈 때, 편한 의자에 몸을 기대고 여유 있는 시간을 보내는 나른함은 이 계절에만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즐거움이다. 올 봄 포근하고 따뜻한 분위기를 낼 수 있는 스칸디나비안 스타일의 부드러운 목재와 북유럽 특유의 따스한 색감이 매력적인 가구에 주목한다.
스칸디나비안 스타일은 스칸디나비아 반도를 중심으로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등 북유럽 지역 국가에서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디자인 경향을 일컫는다. 이들 지역은 날씨가 추워 실내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기 때문에 가족 중심적인 문화를 갖고 있다. 여기에 산림자원이 풍부한 지역적 특성이 어우러져 일찍부터 리빙, 인테리어 디자인 분야가 발달하게 되었다. 이케아, 뱅 앤 올룹슨, 일렉트로록스 등 스칸디나비아 반도에 뿌리를 둔 세계적인 브랜드가 많이 탄생하게 된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전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현대 디자인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스칸디나비안 스타일은 이제 우리 생활 속 깊숙이 스며있다. 한스 웨그너(Hans J. Wegner,1914~2007), 아르네 야콥센(Arne Jacobsen,1902~1971), 알바 알토(Alvar Aalto,1898~1976) 등 이제는 제법 익숙한 북유럽 출신 거장 디자이너들의 가구들이 고가임에도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북유럽 가구는 장식을 최대한 배제한 간결한 형태미, 목재 본연의 결과 색감을 그대로 살린 자연미, 그리고 기능에 충실한 실용미 등을 특징으로 들 수 있다.
왜 다들 그리 열광 하나?
어디에나 잘 어울린다.
스칸디나비안 스타일의 가구는 정말 어디에도 잘 어울린다. 태생이 덤덤하니 무난해서(하지만 보면 볼수록 그 조형미가 은근히 매력적이다) 그렇다. 이백년 된 쌀뒤주 옆에 놓아도, 인더스트리얼 스타일인 철제사물함 옆에 두어도, 화이트를 기본으로 한 정크 스타일 부엌 가구 옆에 두어도, 알록달록한 아기 방에 두어도 말이다.
그 어떤 가구보다 실용적이다.
게다가 놀라운 건 이 무난하지만 매력적인 디자인(보면 볼수록)의 이 가구들이 바로 수납 왕 이란 사실이다. 수납장의 문을 열면, 책상의 서랍을 열면, 장식장의 문고리를 잡아당기면 그 안의 오랜 시간 지혜롭게 다져온 생활 속 디자인, 즉 정돈과 정리에 용이한 수납 기능들이 숨겨져 있는 걸 발견하게 된다. 그러니까 정말 속내 깊은 가구다.
하나만 있어도 집안 전체 분위기가 산다.
이게 참 신기한 일이다. 보통 헌가구가 즐비한 집에 새로 가구 하나를 들이면 그놈이 너무 튀어서 꼴불견인 경우가 많은 법이다. 그건 새로 들인 가구가 지나치게 신제품 티가 나거나, 디자인이나 컬러가 화려하거나 해서다.
이렇듯 작지만 웅장한 시각으로 가구예술의 새로운 등장을 들 수 있다. 가구 예술은 세상을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고 감성을 바꿀 수 있는 예술의 속성을 유지하면서 또한 감성과 화해하는 또 다른 디자인의 새로운 문화로 등장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