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암 투병 이정철씨가 사는 이유
- 나의 유일한 직업은 ‘재능 봉사’
- ‘E · G프렌드연예예술단’의 소외된 이웃 찾기
재능은 개인의 타고난 능력 또는 습득한 전문적 기술, 지식을 일컫는다. 반면, 자원봉사는 서비스, 권익 옹호, 정책 등 자유로운 시민사회 전반에 걸쳐 공익적 목적을 가지고 타인을 상대로 펼치는 행위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 두가지 개념을 하나로 묶어 공익적 목적으로 타인을 상대로 자신의 타고난 재능이나 습득된 전문성을 나누는 “재능나눔(봉사)‘의 경향으로 흐르고 있다. 예술적 능력을 가진 개인이 그 재능으로 서비스 활동을 하고, 정책입안 전문가가 사회적 약자의 권익옹호를 위해 법적, 제도적 개선을 위한 정책활동을 하는 것이다. 그동안 자원봉사에 참여하는 시민들은 ‘이웃’을 위한 자선적 측면이나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대의적 측면이 강했지만, 자원봉사의 새로운 흐름은 ‘이웃’‘사회’와 같은 외부적인 요인보다는 ‘나’의 여가 시간이나 다양한 경험 혹은 스스로 위로받기 등 ‘나’의 만족도와 같은 내부적 측면에 더 관심이 갖고 있다. (2014 자원봉사 실태조사 / 한국자원봉사문화, 행정자치부)
결국 현대의 재능나눔은 ‘나누는 삶’ 자체에서 기쁨을 찾으려는 삶의 태도의 변화라고 볼 수 있다. 매스컴과 SNS을 보면 봉사하는 사람들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가진 재능과 삶 전부를 봉사에 쏟아 내는 이는 흔치 않다.
췌장암 투병하는 이정철씨가 살아가는 이유
“하루에도 몇 번씩 ‘이렇게 살아야 하는가’하는 삶에 회의가 들었지요. 너무 아프기도 했고, 앞이 보이지 않는 병 치료에 지쳤을 때 정말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기왕에 해보는 일, 살아보자’하는 용기가 생기더라고요” 췌장을 성형해서 수술하고 삶을 이어가는 이정철씨의 심정이 그랬다. 대형 병원에만 20차례나 입원하고 대수술만 5차례나 받을 정도로 중병을 앓아온 그는 지금의 삶이 마치 ‘기적’으로 느껴질 때가 많다.
그런 가운데 다른 이들을 위해 기꺼이 힘든 길을 가는 그는 어쩌면 돈키호테가 아닐까. 이정철씨(47세)는 세상에 내보일만한 명함 직책은 아무 것도 없다. 단 한 가지 욕심이 있다면 그저 봉사활동을 할 수 있도록 주어진 시간과 생명이 계속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가 살아가는 이유는 어려운 이웃들을 향하여 가진 그대로, 할 수 있는 만큼의 봉사이기 때문이다.
그는 2010년 췌장암으로 5곳의 절개수술을 받았다. 급성 췌장염 증세로 인한 면역체계 이상이 왔고, 류마티스 관절염과 폐의 한쪽 기능을 상실하여 폐에 물이 차는 등의 후유증을 겪고 있다. 여전히 4개 과목의 병원을 다니며 치료 중에 있다. 그런 가운데 음향을 손보며 건반을 치면서 참여 하였던 연예 봉사활동은 멈추지 않았다.
“제가 살아가는 힘은 오로지 음악에 대한 열정과 어려운 이웃들에게 해줄 수 있는 봉사가 주는 행복입니다.”라는 그는 “내일을 알 수 없는 인생을 살고 있지만 사는 날까지 제가 가지고 있는 재능인 음악으로 어려운 이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드리는 일을 계속할 터”라고 했다.
어렸을 때부터 음악을 좋아해서 독학으로 악기를 연습하여 1993년부터 밤무대에서 음악생활을 하였다. 이후 IMF로 인해 고향 비안도로 들어가게 1998년부터 2004년 7년여 비안도발전소에서의 기능직 7급으로 일했다. 기능직으로 7년간 근무하다 췌장암 수술 후 병원치료와 생계를 위해 다시 밤무대에서 연주활동을 하게 됐다.
“췌장암 수술 후, 건강이 최고의 행복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행복을 더불어 사는 이들과 함께 나누고자 ‘E · G프렌드연예예술단’을 결성하고 어둡고 힘든 곳을 찾아다녔지요.”
은퇴한 연주자와 현역으로 활동하는 연주자, 무명가수, 음악이 좋아서 취미로 하는 사람들 등 20여명이 모여 연주활동을 통해 삶을 나누고 사랑을 다져 나가면서, 이 사회에 그들의 재능을 나누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시작하고 있다.
소외된 이웃들에게 음악을 통해 기쁨 전달
“비영리모임인 ‘E · G프렌드연예예술단’은 수익사업을 하지 않아요. 단지 공연을 통해 무명가수를 시민들에게 알리고, 예술단원의 높은 연주실력을 홍보하면서, 소외된 이웃들에게 음악을 통해 잠시라도 기쁨을 전하는데 그 목적이 있지요.”
이정철씨는 건반연주자이면서 사무국장으로 행사와 봉사를 위한 온갖 궂은일을 도맡아 하고 있다. 매주 목요일마다 연습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회원들과의 화합을 위한 관계형성에 힘을 쓰고, 음향을 직접 설치, 관리하는 음향 엔지니어 역할까지 감당하고 있다.
그동안 비안도, 연도, 신시도 등 주민화합의 지역행사와 장수군 강선암 연주, 장애시설 ‘목양원 봉사’ 등 활동하였고, 현재는 ‘서수 효도의 집’에 격월로 음악봉사를 하고 있다. 특히 효도의 집 봉사는 회원들이 회비를 모아 음료와 간식까지 제공하고 있는데, 재능만으로 봉사하는 성취감을 넘어서 부모님을 섬기는 사랑의 마음들이 모아져 2년째 진행할 수 있었다.
예술단은 앞으로 시, 도 협찬을 받아 “섬 주민 화합한마당”을 연 6회 개최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섬 투어공연, 작고 소박한 시골공연도 계획하고 있다. 비안도 출신인 그이기에 섬 만큼이나 문화와 예술에서 소외된 주민들에게 마음이 가고, 그들에게 위로와 기쁨을 주는 연주봉사를 기획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투병 중에도 계속되는 연예 봉사
이정철 씨는 여전히 투병 중이다. 일상생활도 힘들지만 그의 손길이 필요한 봉사 현장에 어김없이 등장한다. 류마티스로 인해 손과 다리를 제대로 쓸 수 없는 상황에서도 무거운 음향기구들을 끌면서 운반하고 설치하면서 뛰어다닌다.
아주 사소한 것일지라도 최선을 다하고 싶은 이정철씨의 현실적 장벽은 그의 몸을 짓누르는 병마가 아니다. 특히 예술단을 회원들의 회비로 운영하여야 하는 재정적 어려움이 크다. 행사에서 받는 최소한의 수고비는 음향설비 대여비와 참가 회원의 식사비용에도 턱없이 부족하다.
하지만 음악을 좋아하고, 뇌졸증과 급성신장염으로 쓰러지면서까지 봉사하고 있는 회원들의 열정과 음악을 통해 위로받고 기뻐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보람을 느끼고, 삶의 의미를 발견하고 있다. 그는 ‘몸이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이야 말로 행복한 삶’이라며 밝게 웃는다.
사람은 제각각 성격도 다르고 생김새도 다르고 재능도 모두 다르다. 또 학생으로, 누군가의 자녀로, 부모로, 직장인으로 살아오면서 여러 역할을 해오고 있다. 자원봉사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사회에 대한 나의 역할이다. 또한 나의 가치, 나를 찾아가는 방법이며, 인간으로서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삶 그 자체다. 자원봉사를 하면 할수록 삶과 사람을 더 깊고 넓게 바라보게 된다. 우리가 행복한 혹은 불행한 가장 큰 이유는 우리가 처한 상황 때문이 아니라 우리 자신의 마음가짐 때문이다.
어떤 환자는 아무리 위험스러운 상황에 처했어도 자기 육체의 선행을 통해 오는 만족감을 통해 쉽게 건강을 회복한다. - 히포크라테스-
“E · G프렌드연예예술단” 후원계좌
농협 301-0195-9323-51 (EG프렌드연예예술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