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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많던 소녀, 요리에 올인하다’ 레스토랑 ‘페이지원’ 정미숙 대표
글 : 김혜진 /
2019.05.01 14:42:02 zoom out zoom zoom in facebook twitter kakaotalk kakaostory


‘꿈 많던  소녀, 요리에 올인하다’


레스토랑 ‘페이지원’ 정미숙 대표

- 28년 전부터 음식 만드는 외길 시작

- 삶에 대한 자부심과 희망이 일의 원동력

 

- 김혜진 편집위원-

 

 

 

 

밤하늘에 수놓아진 별처럼 반짝이는 꿈을 꿨던 소녀 정미숙. 그녀는 이제 ‘음식 장사란 허투루 해선 안 된다’는 철칙을 갖고 사람들과 만나는 요리사가 되었다.  은파호수공원 음식단지 ‘앤츠밸리’에 위치한 레스토랑 ‘페이지원’은 정미숙(55) 대표가 또 다른 꿈을 만들어가는 곳이다. 

 

시낭송과 독서, 첼로 연주를 좋아하고 군산여고 재학 시절에는 브라스밴드 단원으로 활동했던 정 대표. 할 줄 아는 것도, 하고픈 것도 많은 재원이었던 그녀는 이십대 후반부터 오십 줄을 넘긴 지금까지 음식을 만드는 외길을 걷고 있다. 지금의 자리에 오기까지 수많은 우여곡절과 시련을 겪어 왔다.  그녀가 어떻게 요리의 길을 가게 되었을까. 또,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쉽지 않은 일을 지속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어린 시절 베풂을 배우다


정 대표는 어린 시절 어머니와 할머니가 함께 사는 집에서 음식 하는 일을 도왔다. 영화광이었다는 그녀는 설과 추석 전 학교를 일찍 끝내 주면 영화를 보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고 차례 음식 만드는 걸 도왔다. 어른들이 “이거 가져와라”, “저거 가져와라” 하면 재빨리 재료를 대령했다. 자연스레 어깨 너머로 요리 재료와 음식을 만드는 과정을 익히기 시작했다. 

 

한때 그녀는 어른들이 정월 대보름 아침 커다란 시루로 푹 찐 오곡밥을 어려운 이웃들에게 나눠주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어린 마음에 ‘나는 나중에 저렇게 하지 말아야지’ 다짐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맛있는 음식을 먹고 행복해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고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죠. 서로 나눠주고 나눠 먹으면서 베푸는 것에 보람을 느끼기 시작했어요. 지금도 먹는 것에 야박하고 싶지 않아요. 손님들께 좋은 음식을 넉넉하게 주고 싶어요.” 

 

아름아름 배운 요리 실력은 훗날 음식점을 하는 데 큰 밑거름이 됐다. 이웃들에게 음식을 베풀었던 기억은 정 대표로 하여금 무엇이든 아끼지 않고 제공하게 만들었다. 

 

 

 


 

 

 

좋아서 시작한 일


군산여고를 졸업한 정 대표는 임상병리와 경제학을 전공했다. 전공과는 별개로 요리하는 걸 좋아했다. 그녀는 “평소 즐거워했던 일이고 주방을 보는 일이 힘들다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28년 전 중앙로에서 ‘로얄그릴’이라는 상호의 레스토랑 식당을 한 게 이 일과 인연이 되었다. 당시 그 근처에는 장미동 간이터미널이 있어서 전주, 익산 등 타지의 대학생들이 자주 이곳을 찾았다.

 

한식, 양식, 발효, 건강식이요법, 산야초 자격증의 소유자인 그녀는 메인 요리부터 반찬까지 직접 만들기 시작했다. 요리의 기본인 재료에 신경을 썼다. 재료가 좋으면 음식은 필연적으로 맛있을 것이라는 믿음에서다. 재료의 기본을 다진 후에는 선택과 집중을 했다. 

 

그녀가 집중한 요리는 평범한 메뉴인 ‘돈가스’. 잠시 고향을 떠나 서울에서 고려대 학생들을 상대로 이것저것 많은 메뉴를 내걸고 음식을 판매했을 때도 돈가스를 빼놓지 않았다. 다른 메뉴도 입맛을 돋우기는 마찬가지이지만 돈가스는 가장 자신 있는 메뉴였다. 고기 선택부터 소스에 첨가되는 야채들까지 연구했다. 식당 대소사를 직접 하니 몸은 힘들었지만 손님들의 ‘잘 먹었습니다’ 한 마디가 그녀에게 힘을 줬다.    

 


 


 


 

 

 

음식에 대한 남다른 자부심


페이지원을 시작한 지 7년째에 접어든 정 대표는 섬세한 요리사이다. 이 집의 특징은 가장 좋은 식자재를 엄선해서 사용하는 기본을 지킨다는 데 있다.  메뉴는 돈가스, 필라프, 스테이크, 와인 등 단순하지만 음식의 질에 초점을 뒀다. 샐러드, 스프 등의 사이드메뉴가 나가며 가격을 올리지 않고 단품과 몇 가지 반찬을 주면서 음식 자체의 퀄리티를 높이는 방식이다.

 

이 집의 치즈돈가스는 압권이다. 항상 즉석에서 고기를 직접 두드리고 바로 만들어 내는 돈가스. 고기 속에서 삐죽 고개를 내미는 치즈의 질감이나 입술 사이로 흐르는 치즈의 오소독소 한 맛이 그만이다. 스테이크의 고기는 에이플 등급의 냉장한우를 취급해 소스를 첨가하지 않고 구운 즉시 그대로 제공한다. 약간의 불 냄새도 느껴지면서 부드러운 향이 맛을 음미하게 만들었다. 

 

 “소스를 첨가하지 않아야 스테이크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으며, 고기는 재료가 좋으면 맛있다.”는 말에서 정 대표의 믿음을 본다.  특히 직접 담근 김치를 반찬으로 내 오는데, 김치는 여러 효소 들어간 발효김치(매운김치효소. 미나리효소. 직접 채취한 함초). 김치에 사용되는 마늘도 깐마늘이 아니라 직접 빻아 만든다. “저와 제 지인들이 먹는 음식이고, 군산에서 저를 믿고 오시는 손님들에게 건강한 음식을 대접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앞으로도 아낌없이 품질 좋은 음식들을 제공하고 싶어요”

 


 


 

 

 

지금까지 잘 해왔고, 앞으로도 잘 할 거에요


올해로 쉰 다섯인 그녀는 인생의 절반 동안 음식점을 운영했다. 긴 시간 동안 식당 운영이라는 쉽지 않은 일을 하면서 그녀를 굳건히 지킨 건 삶에 대한 자부심과 희망이다.  “이곳은 어느 날 하루아침 잘 된 게 아니에요. 주인이 바뀌고 가게 문을 닫는 모습을 많이 봤어요. 손해도 보았고, 마음이 힘들 때도 있었지만 언젠간 잘 될 거라는 희망으로 버텼어요.”

 

오픈부터 마감까지 식당 주방에서 일하다보니 개인 생활은 일찌감치 접어두었다. 모임도 쉽게 다녀올 수 없을 정도로 가게에 올인한다. 그렇다보니 차에 기름을 넣으면 한 달을 꼬박 운전할 수 있을 정도로 동선이 짧다. 집과 식당, 교회, 친정에 다녀오는 게 전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앞으로도 지금의 일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침 일찍 짬을 내 첼로연주를 하고 싶지만 손이 부어서 할 수 없고, 좋아하는 문화 활동 할 시간이 없는 게 아쉽다. 그러나 그녀는 일에 대한 자부심이 충만하다.

 

“많은 것을 포기했지만 ‘그래도 너 정도니까 할 수 있다’며 스스로를 칭찬해요. 일흔까진 이 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해 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잘 할 거예요.”

 

군여고 브라스 밴드로 활동했던 소녀. 책과 영화를 좋아했던 꿈 많던 소녀는 지금 요리에 올인하고 있다. 하지만 후회하지 않는다. 이미 확실한 꿈을 이뤘고, 앞으로도 꿈을 향해 성큼 성큼 나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페이지원

군산시 은파순환길 174-4

063-471-5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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