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교분리(政敎分離)
남대진
목사가 임직할 때 하는 선서 중에 “결코 정치를 하지 않겠다.”는 내용이 있다. 얼마 전 분당의 유명한 교회의 목사가 설교 중에 자신은 결코 설교석상에서 정치에 관한 말을 하지 않는다고 하는 것을 들었다. 그래서 아무도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모른다는 것이다.
물론 정교분리의 원칙에 찬성한다. 그런데 이 말에 대하여 많은 목사들이 오해를 하고 있는 것 같다. 보수든 진보든 목사들이 선거에 출마한 어느 후보를 교회 강단에서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것은 당연히 정치에 참여하는 것이다. 금지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잘못된 정치를 비판하고 꾸짖는 것은 정치참여가 아니고 당연히 목사가 해야 할 일이다. 과거 선지자들의 우선된 임무가 왕의 잘못을 꾸짖어 바른 길로 가게 하는 것이었다. 다윗 임금이 부정한 방법으로 신하의 아내를 빼앗고 그녀의 남편을 전방으로 보내서 전사하게 한 죄를 범했을 때 별로 유명하지도 않은 선지자 나단은 왕을 찾아가서 꾸짖었고 그의 꾸짖음을 들은 왕은 수많은 밤을 회개하며 눈물 지었다.
정치인들이 분명 잘못된 길을 가는데 그것을 보면서도 그가 기독교인이라는 이유로 무조건 지지하고 그를 반대하는 국민들을 빨갱이로 몰아대는 목사가 있다면, 자신들의 이익을 얻기 위해서 오히려 그들에게 빌붙어 산다면 그는 이미 목사로서도 기독교인으로서도 자격을 잃은 것이다.
하물며 자신들의 이익을 얻기 위해 정당을 만들고 정당에 들어가 활동하고 심지어 선거에 출마까지 한다면 그는 당연히 목사직을 내려놓아야 한다. 기독교에서의 정교분리의 원칙은 목사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으면서 제도권정치에 들어가면 안 된다는 것이다.
정교분리의 원칙을 오해하여 잘못된 길로 가는 정치인을 비판하지 않는 것은 목사의 직무유기이며, 현직 목사가 정치판에 뛰어드는 것은 정교분리의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다. 꾸짖어야할 자리에서 먼저 부패하고, 가지 말아야할 자리에 먼저가고, 섬겨야할 자리에서 짓밟는 사람이 목사라는 이름으로 살아서는 결코 안 된다.
정교분리의 원칙을 지키고, 비판 받아야할 지도자가 있다면 설교석상에서 준엄하게 꾸짖어라.
그게 바른 목사의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