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이 ‘달달’하다면 얼마나 좋을까”
- ‘유기농’ 공부, 한경진 ‘아소비’원장
공부하기 싫어서 말썽 피우던 철부지 소녀였던 그녀가 전문학원 원장으로 돌아왔다. 유아교육 경력 10년을 넘어선 그녀는 군산에 돌아와 최근 몇 년 동안의 공부방을 운영하며 아이들을 키웠다. 아이들과 함께 뒹굴고 부대끼는 게 좋지만 아이들이 공부로 내몰리는 게 안타까웠다.
군산 미장초 사거리에 자리 잡은 ‘아소비 학원’의 한경진 원장. 경쟁에서 벗어나 “배우는 게 ‘달달’하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화두를 던져놓은 일명 ‘유기농’ 공부 전도사이다.
여기는 똑똑한 아이들을 한국인들의 입맛에 맞게 ‘빨리빨리’ 키워내는 건 NO다. ‘느릿느릿’ 기초를 다져나가는 유·초등 전문학원이다. 뭘까, 이 느낌은.
도대체 ‘유기농 공부’가 뭐야?
‘아소비’란 유치부(5세~초등 2학년)까지 학습지가 아니라 센터에 방문해서 모둠 수업을 하는 학원이다. 그런데 ‘유기농 공부’를 시킨다고 한다. 교구나 교재를 아이들이 가지고 놀면서 배우는 곳이다. 살펴보니 유기농이라는 말이 실감나게 전해져 왔다. 쓰고, 외우는데 익숙한 아이들에게 여기는 색다른 체험일 것 같다.
유기농 공부란 ‘가나다라 아야어여’ 식의 읽고 쓰고 외우는 방법이 아니다. 교구를 이용하여 기능학습처럼 체험하면서 한 단계 한 단계 느리지만 확실하게 기초를 잡아주는 공부 방법이다.
“4살 5살 된 아이들 부모들이 ‘한글을 빨리 깨우치게 해달라’라는 분도 있는데, 그런 엄마들에게는 ‘여기에 오면 빨리 하려면 안되며, 단계별로 천천히 가는 게 아소비 교육’ 이라고 이해를 시킵니다.”
‘기는 단계’, ‘걷는 단계’, ‘뛰는 단계’를 거치면서 아이들이 성장해 나간다는 말이다. 유기농이 대세이고 친환경이 필수가 되었듯이 교육에서도 이런 느림의 미학이 자리잡아가고 있다.
“복합 비료를 주어서 작물을 속성으로 키우는 게 아니라 토양을 기름지게 하는 유기농 방법으로 작물의 생육 환경을 좋게 해주는 게 건강하고 생명력이 있잖아요. 스스로 경쟁력을 갖추게 만들어주는 방법을 교육에 가져 온 것입니다.”
신학기가 기대되는 ‘아소비’ 학원
일반적으로 ‘아소비’하면 공부방을 떠올리는데, 여기는 센터를 운영한다. 당연히 아이들이 센터에 찾아와 놀고 떠들고, 그러다가 한자씩 배우기도 한다. 느림보 같지만 확실하게 동기를 부여해 주는 방식이다.
“저는 월요일~목요일에 2시부터 6시까지 딱 4시간만 동안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요. 그리고 금요일과 주말에는 운영하지 않아요. 아이들에겐 공부도 중요하지만 가족과 함께 하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해요. 그게 본사 방침이기도 하고요. 저 또한 아이들을 돌봐야 하기에 이 방법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프랜차이즈 학원인 아소비는 전국에 800여개 있는데, 한경진 원장은 아소비 원장들 세계에선 ‘신과 같은 존재’로 통한다. 3년 만에 우수교육원에 연속 선정되었기 때문인데, 그 과정을 넘어서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었다.
“프랜차이즈 학원은 아이들과의 소통을 위한 관리가 중요한데, 여러 가지 평가와 함께 유아교육 교재활용, 정기 점검, 아이들 돌보는 능력 시험을 자체적으로 보거든요. 80점 이하는 재교육을 하는데, 저는 이번에도 100점을 맞았어요.”
학원에 오는 아이들은 신학기를 준비하고, 교과 과정에 맞춰서 진도를 나가고, 논술 책읽기 수업도 한다. 유치원 초등 입학 과정은 한글 공부, 더 어린아이들은 교구 수업과 한글 깨우치기 위주로 한다.
꿈을 향해 뛴다
“아이들을 교육하는 곳이니까, 아이들에게 ‘여기는 몰라서 오는 곳이다. 그래서 배우러 오는 거고, 그 배움은 꿀 같은 거다. 달달한 꿈을 꾸자.’라고 말해주거든요. 아이들이 배우는 게 꿀처럼 달았으면 좋겠다고 마음속으로 늘 생각합니다.”
새 학기가 오기 전, 그녀는 아이들을 배출시키면서 늘 새로운 꿈을 꾼다. 내년 안에 유치부와 초등 저학년 전문 교육기관으로 엄마들의 가슴에 자리 잡게 해야 하고, 다른 지역에 분점을 내는 걸 목표로 했다. 그런데 복병이 생겼다 군산이 요즘 어렵다는 걸 실감한다.
“작년에는 이맘때쯤 상담이 엄청 많았는데 올해는 뜸하거든요. 군산 경기가 좋지 않은 걸 실감하고 있는데, 어려움을 모두 이겨내고 모두가 행복한 가정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학원도 사업인데 욕심 없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그런데 아소비에서는 거의 대부분의 학원이 지향하는 연계 교육을 위해 억지 쓰지 않는다. 모든 아이들 똑같이 2학년을 마치면 졸업을 시킨다.
공부의 기틀을 세워주는 기초적인 단계를 맡으려는 교육 과정이기에 여기까지가 이 학원의 영역이다. 이후 각 과목별로 세분이 되는 영역은 다른 교육기관을 자유롭게 찾아갈 수 있도록 돕는다.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가만가만 돕는 일, 엄마들의 인기를 얻는 비결이기도 하다.
인생은 ‘아이러니’
“아빠(한문석)가 20대 청춘일 때 엄마가 세상을 뜨셨어요. 제가 유치원 다닐 때였거든요. 엄마 기억도 희미한데, 아빠가 모든 걸 포기하고 지금까지 홀로 저희들 뒷바라지 해주셨어요. 정말 대단한 아빠예요.”
코흘리개 아이들을 아빠는 지극 정성으로 돌보았지만 엄마만 할까. 익산의 고모와 경남 합천에서 유치원을 하는 이모님의 손에 많이 의지했다. 그녀는 엄마 없는 외로움에 성장통을 앓기도 했다.
“유아교육을 전공하고 다시 합천에 가서 아이들과 함께 하면서 제 마음 속에 아이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어요. 어릴 때 보고자란 일들이 마음속에서 자랐는가 봐요.”
스물 다섯, 꽃처럼 아름답던 그녀는 친구 소개로 남편은 만났다. “금요일이 되면 합천으로 데리러 오곤 했는데, 정이 들었던가 봐요. 호주로 1년 유학 갔다 온 어느 날 배가 불렀고 서둘러 결혼식을 올렸거든요.”
엄마 없이 예쁘게 자라준 딸 자랑에 미소가 떠날 줄 몰랐던 아빠에겐 날벼락이었다. “처음엔 아빠가 무척 서운해 하셨어요. ‘끝까지 속 썩인다고...’ 그런 아빠인데, 느닷없이 50대 초반에 할아버지가 된 거에요. 제가 큰 딸이니깐 예쁜 추억도 쌓고 해야 하는 데 너무 빨리 아빠 곁을 떠나게 된 거죠.”
‘인생은 아이러니’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다.
부동산 개발업을 하는 남편 따라 아이들과 용인으로 이사 갔다 4년만에 어린이집을 하려고 군산으로 돌아왔다. “꿈을 찾아 맘먹고 내려왔는데, 셋째가 임신 된 거예요. 어린이집에 대한 꿈이 가물거렸고, 오늘에 와서 유아들과 초등 아이들을 위한 학원을 하게 된 것이니, 이 모두가 ‘하늘의 뜻’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녀는 새로운 ‘나의 길’을 찾았다. 그게 인연이라고 생각한다. 스스로를 갈고 닦기 위하여 여러 가지 자격증을 따는 데 주력했다.
그녀에겐 미뤄둔 고백이 있다. 환갑을 넘어서면서 부쩍 외로움을 타는 아빠를 보면 마음 한편이 짠하다. 큰 딸로서 다정 다감 하게 못한 것 같아서 한편 죄송하다. 이 기회에 마음 한 켠에 감춰 둔 말을 전해드리고 싶다.
“아빠. 혼자서 외로웠을 텐데 키워주셔서 너무 고맙고, 속 썩여서 죄송해요.”
그녀는 아이들을 지켜준 자랑스런 아빠의 딸로서, 또한 전라북도에서 규모가 가장 큰 미장초 학부모 회장으로서 따뜻하게 아이들을 안아주기로 했다.
‘아소비’ 에서 오래전 떠난 집을 찾아온 것 같이 편안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이들도 그럴 것이다.
5세~9세 전문 ‘아소비’ 학원 수송점
군산시 수송로 286 미장빌딩 403호
010-4024-82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