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이 아끼던 ‘호남검무’ 재현, 보람 느껴”
임귀성 예도원 원장,
군산 예술의 전당에서 이매방 춤사위 재조명
한국 무용계의 거목 이매방(1927~2015) 명인은 전남 목포 출신이다. 7살 때부터 목포권번, 광주권번 등에서 춤을 익혔다. <승무>(중요무형문화재 제27호)와 <살풀이춤>(중요무형문화재 제97호) 예능보유자이다. 세계 각국에서 공연을 펼쳐 한국 무용의 우수성을 알렸고, 1984년 옥관문화훈장, 1998년 프랑스 예술문화훈장을 받았다.- (네이버 지식백과 정리)
이매방 명인은 군산과도 인연이 깊다. 스물세 살 무렵(1951) 군산 영화동에 무용연구소를 개설하고 3년 정도 머물렀던 것. 당시 이 명인은 군산 제자들에게 승무, 살풀이춤, 검무, 한량무 등을 가르쳤다. 군산에 자리한 미공군비행장 무대에서 공연도 하였다. 이 명인은 훗날 방송에 출연, 군산에서의 생활을 잊지 못한다고 회고하였다.
지금도 군산에는 이매방 명인 애제자가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군산 예도원 임귀성 원장이 그 주인공이다. 20여 년 전 이매방 명인과 사제의 연을 맺은 임 원장은 <이매방 춤 인생 70년 기념공연>(2004), <이매방 팔순 기념공연>(2006) <한국의 명인·명무전>(2007) <우봉 이매방 전통춤 대공연>(2010) 등 스승 관련 주요무대에 오르기도 하였다.
꿈에 나타난 스승의 계시로 작품발표회 준비
이매방 명무를 추모하고 춤사위를 재조명하는 작품발표회가 군산에서 성황리에 열렸다. 이번 행사는 <무연(舞緣)이 주는 사연(師戀)·임귀성의 전통춤>이란 타이틀로 지난 11월 1일(목) 오후 7시 군산 예술의 전당 소극장에서 막을 올렸다.
임귀성 원장은 중요무형문화재 제27호 승무 이수자, 중요무형문화재 제97호 살풀이춤 이수자이다. 이날 무대에서는 ‘승무’를 비롯해 ‘입춤(허튼춤)’, ‘한량무(선비춤)’, ‘검무’, ‘이매방 대감놀이(무당춤)’, ‘이매방 살풀이춤’, ‘이매방 삼고무’ 등 다채로운 춤사위가 펼쳐졌다.
“올부터는 편히 지내보려고 지난 2월 초 연구소(예도원) 문을 내리고 휴식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달포쯤 지난 어느 날 꿈에 하얀 내복 비슷한 옷차림의 선생님(이매방)이 나타나신 겁니다. 그리고는 팔다리를 앞뒤로 길게 뻗는 선생님 특유의 춤사위를 보여주며 왜 동영상을 찍지 않느냐고 다그치는 거예요. 장롱에서 새 옷을 꺼내 입혀드리다가 넘어지면서 꿈을 깼는데 너무나 생생해서 무서웠죠.
선생님이 현몽하신 거죠. 계속 춤을 추지 않고 왜 놀고 있느냐고 질책하시는 것 같아 죄송하고 겁이 나기도 했어요. 선생님이 꿈을 통해 계시했다는 생각에 6월에 다시 연구소 문을 열고, 그동안 배운 춤을 정리하고자 발표회를 기획했습니다. 무더위 속에 갑자기 추진해서 부족한 게 많았지만 선생님을 추모하고 존경하는 마음으로 무대에 올랐습니다.”
임 원장은 “작품발표회 제목의 ‘무연(舞緣)’과 ‘사연(師戀)’은 이매방 선생님과 제가 춤으로 맺어진 인연, 그리고 인정 많고 따뜻한 성품을 지니셨던 스승에 대한 그리움과 존경심을 표현한 것”이라며 “선생님이 그토록 아끼셨던 ‘호남검무’를 이제야 재현해서 죄송함과 함께 보람을 느낀다.”라고 덧붙인다.
“이매방 선생님 검무는 조부인 이대조(李大祚)류 춤맥을 있는 ‘호남검무’입니다. 호남검무는 광주 호남권 중심으로 전승되어 왔죠. 한말(韓末)부터는 이 지역 명무로 알려지는 이대조, 박영구, 이창조 등에게 전승되어 오다가 선생(이매방)에게까지 이어지게 됐습니다. 선생님은 춤을 체계화한 분이라서 춤사위 하나하나에 애착이 대단했지요.”
임 원장은 “발표회를 준비하면서 어려움이 많았지만 주위의 많은 도움과 격려로 성황리에 마칠 수 있었다. 예술의 전당을 찾아주신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무엇보다 한국 전통춤의 맛과 멋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고 하는가 하면 아주 재미나고 멋있었으며 아름다웠다고 평가해 주셔서 더욱 기쁘고 보람되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발표회는 이매방 선생님을 추모하고 존경하는 마음으로 준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잊혀져가는 한국 전통춤에 대해 조명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랐는데 부족하나마 그 뜻을 이룬 것 같아 다행으로 생각합니다. 아울러 선생님이 평소 아끼시던 호남검무를 재현하게 되어 보람을 느낍니다.
이번 발표회를 원만하게 끝낼 수 있었던 것은 하늘에 계신 선생님이 함께해 주셔서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선생님이 그토록 아끼시던 호남검무를 비롯해 한국 전통춤의 원형 보존과 후진양성을 위해 몸과 마음을 다해 노력하겠습니다. 이번에 지펴진 전통춤에 대한 관심의 불씨가 꺼지지 않고 계속 타오를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고 연구하려 합니다.”
이매방류 전통춤, 그 연원과 의미
임귀성 원장 작품발표회 프로그램 책자에 소개된 내용을 바탕으로 승무, 입춤(허튼춤), 검무, 살풀이춤, 삼고무(三鼓舞) 등의 연원과 이매방류 춤을 간략히 비교 정리하였다.
<승무>(국가무형문화재 제27호): 장관을 이루는 북 가락에 빼어난 발디딤새 등 민속춤의 모든 기법이 집약되어 내면의 멋을 자아낸다. 불교적 색채가 강한 독무(獨舞)로 민속춤 중 예술성이 가장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춤사위에 따라 무거운 업(業)은 염불, 업을 벗는 과정은 도드리, 속세와의 완전 결별은 굿거리, 해탈하는 희열은 북으로 표현한다. 특히 ‘이매방류 승무’는 힘과 신명이 뛰어난 춤사위, 굽히고 돌리는 ‘연풍대(筵風擡)’와 호화로운 장삼놀음, 춤의 경건함을 밟아가듯 매서운 발 디딤새, 가슴을 울리고 영혼마저 뒤엎어 버릴 듯 세차고 풍요하면서도 멋들어진 북 가락은 관객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예(藝)의 경지를 보여준다.
<입춤>(立舞): 호남 기방(妓房) 예술의 전통 계보를 잇는 춤으로 목포권번 춤선생이었던 이대조(이매방 조부)의 춤맥을 따른다. 일제강점기 목포권번에서도 모든 춤의 기본이 되는 춤사위로 중요시했는데, 입춤을 완전히 배우고 난 다음에야 승무, 검무, 살풀이춤을 학습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매방류 입춤’은 맨손으로 추는 비교적 단순한 형식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기교적 세련미와 애잔하고 요염한 여성적 교태미는 이매방류 전통춤에 깃든 호남 기방 예술 특유의 미학과 맥이 살아 있다. 성주풀이에 맞춰 재구성한 이매방 입춤은 남도 예향의 짙은 정감과 한국 전통춤의 참모습이 그대로 배인 매력적인 춤으로 알려진다.
<검무·劍舞>: 상고시대부터 연행된 것으로 알려지며 문헌에는 신라 시대 <동경잡기>에 처음 등장한다. 당시엔 ‘가면무’였으며 고려를 거쳐 조선 중기까지 민간에서 ‘처용무’와 함께 연행됐다. 이후 가면을 벗고 궁중 정재로 자리매김하면서 조선말까지 전승됐다. 조선 시대 궁중 검무는 전립에 전복을 착용한 기녀(妓女)들에 의해 우아한 춤사위의 기교적인 춤으로 추어졌다. ‘이매방류 검무’는 이대조 선생의 춤맥을 잇는 ‘호남검무’로 염불타령, 자진타령에 맞춰 까치걸음, 잉어걸이, 비정비팔, 상오리, 대머리 등의 춤사위가 이어진다. 무겁고 장중한 춤사위는 중반 이후 흥겹고 경쾌한 춤사위로 전환되어 활달한 춤으로 바뀐다. 특히, 가장 볼만한 춤사위는 허리를 뒤로 젖히고 공중을 날듯 빙빙 도는 ‘연풍대’이다.
<살풀이춤>(국가무형문화재 제97호): 살풀이춤의 ‘살풀이’는 살(煞), 즉 살(殺)의 재앙을 제거, 소멸시켜 안심입명(安心立命)을 가져오고 나아가 행운을 맞이한다는 뜻으로 종교적 속성이 강한 춤이다. 원래 흉살을 미리 피하도록 하는 살풀이굿에서 추던 무당춤에서 파생됐으나 길러지고 가꿔지는 과정을 통해 전통춤의 하나로 발전하였다. ‘이매방류 살풀이춤’은 고도로 다듬어진 전형적인 기방 예술로 정적미의 단아한 멋과 한(恨), 신명을 동시에 지녀 보는 사람이 감탄사를 터뜨리게 한다. 또한 정중동(靜中動), 동중정(動中靜)의 신비스러움과 자유로움 그리고 환상적인 춤사위는 예술적 차원을 뛰어넘어 종교적 경지에 이른다.
<이매방 삼고무(三鼓舞)>: ‘이매방 삼고무’(무용저작권등록 제 C-2018-001330-2호)는 이매방 자신이 1948년 창작한 작품으로 삼면에 세 개의 북을 세워 두드리며 유희하는 춤이다. 정갈한 엇모리장단을 도입부로 하여 자진모리장단과 동살풀이에서 흥을 돋우고, 휘모리장단으로 빠르게 몰아치며 끝을 맺는다. 물 흐르듯 이어지는 다채로운 북 놀음과 함께 입체적으로 삼면의 북을 어르는 몸놀림이 곡선적이면서도 역동적인 것이 특징이다. 북 가락의 강약 구성이 변화무쌍하고 엇박자로 멋을 내어 화려한 예술성이 돋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