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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 아파트에서 시골 논으로 출근하는 남자 군산 백인영 씨의 하루....“올해 수확량, 작년보다 감소할 듯!”
글 : 조종안 /
2018.11.01 16:34:55 zoom out zoom zoom in facebook twitter kakaotalk kakaostory

시내 아파트에서 시골 논으로 출근하는 남자

군산 백인영 씨의 하루....“올해 수확량, 작년보다 감소할 듯!” 

 

우리 마을은 도시형 농촌이다. 주소는 전북 군산시 나포면 등동길(문화마을). 본래는 이곳 지형이 불을 밝히는 등잔 모양이고, 주경야독하는 서당도 있어 '서당골'을 뜻하는 등동리(燈洞里), 등골() 등으로 불렸으나 1990년대 중반 마을을 새롭게 조성하면서 문화마을이란 새 지명을 얻었다.

 

집 대문을 나서면 들녘이 부챗살처럼 펼쳐진다. 이름하여 '만호뜰'이다. 마을 노인들 구술에 따르면 군산 개항(1899) 전에는 금강물이 이곳까지 드나들었으나 경술국치(1910) 후 대대적인 간척사업으로 '십자뜰'과 함께 옥답(沃畓)이 되었다. 이 지역은 해마다 1만 가구(家口) 양식을 수확하는 들녘이라 해서 '만호(萬戶)'를 사용했다 한다.

 

시내에서 시골 논으로 출근하는 농사꾼

 

지난 23()은 가을의 마지막 절기 상강(霜降)이었다. 막바지 추수철인 요즘 농촌은 서리 내리기 전에 벼 수확하랴, 고추 따랴, 고구마 캐랴, 잘 익은 호박 거두랴 정신이 없다. 우리 마을 사람들도 고단한 몸 추스를 겨를도 없이 이른 아침부터 논밭으로 나간다. 시내 아파트에 살면서 시골로 출근하는 백인영(58) 씨 역시 손발이 열 개라도 모자랄 판이다.

 

백씨는 나포면 등동리가 쌈터다. 조상 대대로 농사짓는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코흘리개 시절부터 부모 일손을 도우며 농사짓는 법을 배웠다. 논바닥에 떨어진 낙곡을 주우러 다니면서 쌀 한 톨의 소중함도 깨우쳤다. 농사에 맛을 들인 그는 고등학교도 남들이 꺼리는 농고에 지원했다.

 

고등학교 졸업 후 회사에 다니며 지금의 아내를 만났다. 혼례를 올리고 단간 셋방에서 시작한 신혼생활, 아이도 둘이나 봤다. 아내가 화장품 외판원을 하면서 아파트도 구매했다. 성실하게 돈을 모아 부모에게 물려받은 논을 넓히는데 투자하다가 전문 농사꾼이 되기로 결심, 직장을 그만두고 30년 가까이 농사를 짓고 있다.

 

논바닥의 벼 그루터기와 볏짚, 격세지감 느껴

 

백씨의 하루는 동녘 하늘이 밝아오는 새벽에 시작된다. 아침 6시에 일어나 밤새도록 건조한 벼를 1톤짜리 포대에 담아 창고에 보관하는 일이다. 콤바인을 이용해 수확하는 논이 하루 평균 4500평 안팎이니 적잖은 분량이다. 새벽 일이 끝나면 아침 먹고 10시쯤 논으로 출근한다. 이때부터 벼 베기 작업이 시작된다.

 

콤바인 운전석에 앉아있는 백씨의 눈이 반짝반짝 빛난다. 콤바인이 탱크처럼 굉음을 내며 지나가면 논바닥에는 지푸라기만 남는다. 콤바인에서 볏모가지와 줄기가 분리되고 탈곡이 이루어진 곡식은 길가에 대기 중인 트럭 짐칸으로 옮겨져 건조장으로 운반된다. 이 모든 과정을 백씨 혼자 작업한다.

 

"오늘도 4500평쯤 수확한 모양입니다. 오늘 작업은 오전에 2300, 점심 먹고 2200평쯤 했으니까요. 벼를 낫으로 베던 시절 같았으면 장정 30~40명이 달려들어 죽자 살자 했어도 못했을 겁니다. 벼 베는 일은 물론이고 볏단을 묶어 나르고, 벼 홅기에 사용했던 홀태나 탈곡기 역할까지 해주는 콤바인 덕이죠."

백씨 말마따나 콤바인은 만능 농기계다. 스스로 움직이며 벼 줄기를 베어내는 절삭기를 비롯해 곡물을 저장하는 탱크, 수확한 곡물을 트럭으로 옮기는 승강기, 벼 줄기를 논으로 떨어뜨리는 살포장치 등 사람의 손발 역할을 해주는 다양한 장치가 부착되어 있다. 콤바인이 지나간 논바닥의 벼 그루터기와 볏짚을 보노라니 격세지감이 느껴졌다.





 

"추수 끝나려면 일주일은 더 논으로 출근해야"

 

부모에게 물려받은 농지를 조금씩 늘려 지금은 15000평을 소유한 농사꾼 백인영씨. 농경시대 같으면 마을에서 대지주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농지다. 그런데도 그는 남의 논을 빌려 경작하는 소작농을 30년 가까이 하고 있다. 올봄에도 자기가 소유한 논에 소작농지 45000평을 더해 6만 평에 모를 심었다.

 

"올해도 풍년이냐?"는 기자의 물음에 백씨는 "벼 낟알이 형성되는 출수기(8월 중순경)에 몰려온 비바람과 폭염 때문에 흉년이 예상된다. 자세한 것은 방아를 찧어봐야 알겠지만, 지난해와 비교하면 10~15% 소출이 감소할 것 같다. 최근 수확량에서도 감이 잡힌다. 지난해에는 한 필지(1200)에서 60kg들이 벼 52개 거둬들였는데, 올해는 45개 정도에서 그칠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백씨는 "모내기 끝나고 120일쯤 지나면 벼 베기가 시작되는데, 가장 적당한 시기는 벼가 80%쯤 익었을 때다. 나머지 20%는 수박이나 감을 꼭지까지 따놓으면 저 혼자 익듯 건조과정에서 스스로 익는다. 벼가 완전히 영글었을 때 수확하면 밥맛도 떨어진다""서리 내리기 전에 수확해야 하는 이유는 벼가 서리를 맞으면 쌀이 깨지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소유 농지가 1만 평 남짓이던 10년 전에도, 15000평을 가진 지금도 "시골 부자 그거 아무것도 아니다. 수만 평 농사지어야 별 볼일 없다!"고 말하는 백씨. 그는 "앞으로 일주일은 더 논으로 출근해야 추수가 완전히 끝날 것 같다"며 총총히 자리를 떴다.

 

 

덧붙임: 이 기사는 인터넷언론 <오마이뉴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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