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달 동안 시린이에 대해서 말씀을 드렸습니다. 여러 가지 설명을 했지만, ‘시린이의 원인은 아주 많기 때문에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원인치료도 중요하지만 시린 정도에 따라 치료 방법을 달리 선택하기도 한다.’가 꼭 기억해주셔야 할 핵심 내용입니다.
시린 정도가 아주 아주 심하다면 신경치료를 해야 한다고 말씀드렸지요. 이번 달에는 신경치료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각각의 치아에는 신경과 혈관이 들어있습니다. 여러 가지 원인으로 신경이 변성되거나 괴사(신경이 죽은 경우)되면, 치아 속에 들어 있는 신경과 혈관을 제거합니다. 신경과 혈관 구조물을 제거하고 그 자리에 특정한 치과 재료로 가득 채워서 밀봉하는 전체 과정을 신경치료라고 합니다. 문제가 있는 치아 신경에 약을 발라서 좋은 상태로 회복시키는 것이 아니라 깨끗이 긁어내서 제거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원장님, 신경치료하면 치아가 죽는 건가요?” 이런 질문을 자주 받게 되지요. 질문에 대한 대답은 ‘죽는 것이 아니고 일부 감각이 없어지는 것입니다.’가 되겠습니다. 우리 몸에서 일부 조직이나 기관이 죽는다(구성하고 있는 세포가 다 죽는다)면 면역 시스템에 의해 우리 몸에서 제거됩니다, 녹여서 없애든지, 떨어져 나가게 한다든지. 그러나 치아 신경치료를 했다고 해서 치아가 빠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 이유는, 치아의 감각을 담당하는 신경과 혈관만 제거 됐을 뿐 치아 표면은 정상 치아와 동일하기 때문입니다. 설명이 좀 복잡하네요. 아무튼 결론은 신경치료를 하면 치아가 죽는 게 아니고, 일부 감각만 소실되는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치과의사와 환자 간에 신경치료에 대해 바라보는 관점이 매우 다릅니다. 조금 다른 게 아니고 아주 많이 다르지요.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 중에 신경치료를 받아 보신 분이 60%가 훨씬 넘을 것입니다. 그만큼 많이 시행되는 치과 치료입니다. 그렇다 보니 환자분들은 신경치료가 흔하게 하는 치료이고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게 됩니다. 그러나 치과의사는 신경치료의 복잡한 과정과, 아무리 노력해도 사람의 힘으로 극복할 수 없는 수많은 변수들이 먼저 떠오릅니다. 신경치료는 아주 어렵고 섬세해야 하기 때문에 엄청나게 집중해서 열심히 해야 하는 치과치료입니다. 게다가 아무리 노력해서 신경치료를 한다 해도 5% 정도의 경우에는 원하는 치료 목표가 달성되지 못 합니다. 통증이 사라지지 않거나, 염증이 재발하거나 하여 발치하게 되기도 합니다. 4번 5번에 걸쳐 신경치료 열심히 하고서 발치해야할 상황이 되면, 엄청난 통증 참아가며 없는 시간 쪼개서 치료 받느라 고생하신 환자분도 마음이 괴롭고, 잘 보이지도 않는 조그만 신경관 찾아가며, 손가락 뻐근하게 치료하느라 쏟아 부은 노력이 물거품이 되어 사라져 버린 처지의 치과의사의 마음도 괴롭습니다. 참고로 미국에서 어금니 신경치료 받으려면 150만원 이상이 필요합니다. 그만큼 신경치료가 복잡하고 고도의 노동이 필요하다는 얘기이지요. 한국에서는 같은 재료를 사용하지만 치료비는 미국의 10%도 안 됩니다. 거기에다 본인부담금은 그것의 3분의 1이지요.
신경치료는 치아에서 발생되는 통증을 없애기 위한 치료이고, 매우 복잡하고 섬세한 치료이고, 실패 확률이 높은 치료 중에 하나라는 것을 알고 치료를 시작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