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사시로 쓰는 동화>
여울 김준기(시인)
웅이와 종이는
대왕바위 마을 바닷가 언덕 오두막에서
속 정이 깊은 욕쟁이 할매와
엇질이 아빠랑 함께 산다네.
대왕바위 깊은 바다 용궁 선녀가 되었다는
엄마를 그리며 산다네.
Ⅹ-10. 천사 엄마와 종치기 선생님
쫑이는 자꾸만 바다 가운데로 헤엄쳐 갑니다.
웅이는 덜컥 겁이 났습니다.
벌써 쫑이의 머리는 주먹만큼이나 작게 보였습니다.
“웅아아! 나 쫑바우까지 간다아!”
쫑이의 목소리가 너울을 타고 가느다랗게 출렁이며 들려왔습니다.
웅이는 후다닥 모래 위로 올라왔습니다.
이제 쫑이의 머리는 작은 점으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종아아! 형아야아!”
웅이가 겁먹은 목소리로 쫑이를 소리쳐 불렀습니다.
보일 듯 보일 듯 멀어져 가던 쫑이의 모습이 끝내 보이지 않았습니다.
덜컥 겁이 난 웅이는 마을 쪽으로 마구 달려갑니다.
“쫑이가 빠졌어요! 쫑이가 빠졌어요!”
달리며 소리치며 넘어지며 뛰어갔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나왔습니다.
“뭐라꼬? 쫑이가 빠졌다고?”
“땡땡땡땡땡땡땡땡……”
종소리가 마을 골목길을 돌아 바다로 퍼져 나왔습니다.
어떻게 올라갔는지 웅이가 은백양나무 위에서 정신없이 종을 치고 있습니다.
마을 어른들이 힘없이 바닷가에서 돌아왔습니다.
그러나 쫑이는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어깨가 추운 겨울처럼 떨고 더운 물방울이
웅이의 파래진 볼 위를 흘러 방울방울 발등에 떨어집니다.
“웅이는 큰 사람이지!”
따스한 두 손이 웅이의 어깨를 살포시 감싸 안았습니다.
“엄마!”
웅이는 선생님의 발치에 주저앉아 두 무릎사이에 얼굴을 묻고 엉엉 울고 말았습니다.
조그마한 어깨가 들썩들썩 들먹입니다.
무지개보다 더 아름다운 저녁노을에 빨갛게 물든 꽃 파도가 솨아 차르르 밀려옵니다.
말을 잃은 마을 사람들의 눈에도 아롱아롱 무지개를 짓고 있었습니다.
‘댕 대앵 댕 대앵 뎅그렁’
구름보다 높은 주홍빛 하늘
아득히 먼 수평선에서 울리는 종소리가
너울너울 바람소리로 실려오고
엄마는 무지개 날개옷을 나풀거리며
웅이에게 빨주노초 꽃가루를 함박눈처럼 뿌리고 있었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