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에서 자주 받는 질문 중 하나입니다. 정말 젖니는 치료해야할까요, 아니면 다 썩어 없어질 때까지 그냥 둬야할까요? 치료할 필요가 없다면 지금의 이 글을 쓸 필요도 없겠지요.^^
치아의 기능은 크게 3 가지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습니다. 제일 중요한 기능은 역시, 음식을 씹는 것입니다. 음식을 잘 씹어서 삼켜야 소화가 잘 되는 건 어른이고 아이들이고 마찬가지입니다. 유치(젖니)가 다 썩어서 부서졌다면 음식을 씹는 기능(효율)이 떨어지게 되고 음식 섭취가 나빠지게 됩니다. 그리고 충치가 생기면 아파서 음식을 제대로 씹을 수가 없고 여기 저기 음식이 끼어서 불편하게 됩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건강하게 자라나야할 아이들이 어떻게 될 지 상상이 되실 겁니다.
둘 째, 심미적인 면을 생각해 볼 수가 있습니다. 귀여운 아이가 놀러 왔습니다. 반가워서 머리를 쓰다듬어 줬더니 활짝 웃습니다. 그런데, 앞니가 새카맣게 썩어 있다면 어떨까요? 소개팅에 나갔더니 김태희가 앞에 앉아 있는 겁니다. 너무나 감격해하고 있는데 나를 보고 웃어줍니다. 앞니가 까맣게 썩어 있는 채로! 이런 상황은 어른이 볼 때만이 아니고 아이들 사이에서도 마찬가지이겠지요. 앞니에 충치가 많은 아이들은 유치원에서도 놀림을 받게 됩니다.
셋 째, 발음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겁니다. 자음 중에 치찰음 즉, 시옷, 지읒, 치읓을 발음하기 위해서는 위아래 앞니 사이로 공기가 회오리치며 지나가야 정확한 발음이 됩니다. 앞니가 망가진 아이는 발음이 어눌하게 됩니다. 그리고 충치가 진행돼서 잇몸이 붓고 아파, 결국 치과에서 마취하고 메스를 대야하는 일이 생기면 안 되겠지요. 그런 상태라면 입안에서 불쾌한 냄새가 나겠지요.
유치가 가지는 매우 중요한 기능이 하나 더 있습니다. 각각의 유치가 빠지면 그 뒤를 이어 영구치가 나오게 됩니다. 치아들은 나란히 어깨동무를 하고 배열돼 있습니다. 그런데 그 중에 하나가 빠지면 주변 치아들의 배열이 흐트러지게 됩니다. 쉽게 말해서 옆에 치아가 기울어지고 공간이 좁아지게 되는 것이지요. 젖니가 썩어서 부서지거나 너무 일찍 빠지게 되면 그 공간이 좁아져 후속 영구치가 삐뚤게 나오거나, 심한 경우 아예 나오지도 못하는 일이 발생됩니다. 그렇게 되면 전체적인 치열이 삐뚤삐뚤하게 되고 여러 가지 문제가 계속 됩니다.
어때요? 어차피 빠져 없어질 젖니이지만 정확한 기능을 수행하고, 적절한 시기에 후임 영구치에게 자리를 대신하게 할 수 있어야 아이들이 즐겁게 식사하고 건강하게 자라서, 예쁜 치열로 웃을 수 있겠지요? 그래서 부모님들이 자주 아이들의 입안을 살펴 주셔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