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의 편지 - 도깨비
도깨비는 심술과 장난이 심한 케릭터이다. 우리네 삶에서 도깨비는 느닷없는, 혹은 생뚱한 사람으로 비유되곤 했다. 좋은 사람으로 표현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적대감을 드러낼 정도는 아니다.
예를 들자면, 군대를 마친 손자가 어느 날 외갓집 할머니 앞에 번쩍하고 나타나자 ‘도깨비같은 녀석’이라고 혼내던 일이 그렇다. 생각지 않게 벼락부자가 되거나 놀기만 했던 이가 고시에 합격하는 등 도저히 해낼 수 없을 것 같은 사람이 이를 이루었을 때, ‘도깨비같은 놈’이라고 빗대던 일 등이 비슷한 예이다.
외할머니가 혼내는 말은 보고 싶었던 손자가 오랫동안 기다리게 했다는 핀잔과 투정의 소리였다. 물론 범접할 수 없는 애정이 가득했고, 친근함의 상징이기도 했다. 다만 그 말을 자주 쓰지 않을 뿐이다.
한국민속대백과사전에는 도깨비가 장난기와 심술로 인간을 골탕 먹이기를 좋아한다고 했으며, 신통력이 있어서 하룻밤 사이에 연못을 메워 평지로 만들기도 한다고 소개한다.
어리석기도 하지만 구복신앙처럼 은근히 기대기도 한다. 귀신을 쫓으려고 했다는 무서운 형상의 ‘귀문와(鬼紋瓦)’을 보면 도깨비에 대한 한국인의 생각이 엿보인다.
이처럼 도깨비는 예전부터 삶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가까웠지만 때론 두려운 존재이기도 했다. 경박스럽지만 우스꽝스럽지 않고, 허술하지만 쉽게 건드릴만한 상대가 아닌 게 도깨비이다. 어리석은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변화무쌍한 신통력으로 감탄하게 만들기도 한다.
‘매거진군산’은 군산의 문화 자산이다. 지난 7년 동안 보통사람들의 삶을 찬찬히 들여다보고 진솔한 목소리로 전달해왔다. 도깨비처럼 어느 땐 친근한 이미지였다가 악동의 모습으로 다가서기도 했으리라고 본다.
한 권의 월간 잡지를 만드는 데에는 많은 분들의 땀이 들어가 있다. 독자들에게 쉽게 읽히도록 우리는 노력해왔다. 최근 이런저런 이유로 도깨비와 비슷한 어려움을 겪었다. 섬세하게 대처하지 못한 점 독자들에게 양해 말씀을 구한다.
그러나 우리는 도깨비가 되는 걸 멈추지 않을 것이다. 눈을 감으면 그리워지는 ‘악동’으로 늘 함께하려고 한다. 오늘의 시련이 ‘매거진군산’을 돌아보게 하고, 군산시민과 독자 곁으로 한 발 더 다가서는 밑거름이 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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