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마을기업 윤갑수 대표, “고군산섬 연결은 ‘천지개벽’”
- 장자도를 잘 만드는 건 제2의 인생 목표
- 고군산섬 관광 1번지로 뜨는 장자도 섬 마을
- 장자도 마을기업 결성, 대표관광지 만들기 앞장
- 부족한 주차시설 확보 등 관광 기반 시설 완비에 전념
- 선유도에 버금가는 섬 관광지로 각광받기 시작
“신시도에서 장자도까지 연결되는 도로가 개통되던 날은 그야말로 ‘천지개벽’이 이뤄지는 순간이었습니다.”
고군산 섬 장자도에서 태어난 윤갑수씨. 약관 이십대에 군산수협과 인연을 맺은 이래 38년 동안 수산업과 함께 해왔다. 수협의 상임이사로 일하면서 한․중어업 협정 대표로 나서는 등 열정을 불태웠던 그이지만 벌써 인생 70, 석양빛을 바라보고 있다.
지난 2010년 장자도에 들어와 펜션사업을 하면서 새로운 인생을 설계하던 그였다. 마을 공동 소유 부지에 신청했던 펜션사업이 불허처분 되고 마을이 갈라지게 될 위기에 놓였다.
그는 스스로 ‘마을이 위기인데 자신의 사업만을 챙기는 건 고향에 대한 배신’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마을기업을 만들어 주민 모두가 주인이 되는 사업을 벌이자고 했다.
마을기업에는 마을 이장을 비롯한 어촌계와 부녀회, 청년회, 노인회 등이 모두 참여하여 9명의 이사진을 꾸렸다. 섬 여론을 주도하는 단체들이 모두 참여하면서 마을의 작고 큰일들이 일사천리로 이루어지고 있다.
장자도가 새롭게 변화하기 시작했다. 다른 섬들과는 확연히 구분된다.
◆ 관광 1번지의 불을 밝히는 장자도 마을기업
국도 26호선이 연결된 고군산섬 관광도로 끄트머리, 원형 회차로를 돌아 내려가자 넓은 공영주차장이 나왔다. 왼쪽 겨드랑이에 설계도면을 끼고 분주히 발걸음을 옮기는 윤갑수 대표.
그는 요즘 제 2의 인생 전성기이다. 마을을 위해 봉사할 기회가 주어졌다는 게 신난다. 주민들의 기대와 성원도 폭발적이다.
“할 일이 너무 많지만 우선 부족한 기반 시설을 조금이나마 보완하기 위해 ‘푸드트럭’을 설치하기로 했다.”며, 언덕으로 발걸음을 옮기던 그는 “앞으로 3년이 장자도의 100년을 좌우하는 중대한 시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자도 회차로 맞은편에 자리 잡은 푸드트럭 부지는 국유지와 시유지를 윤 대표가 찾아내면서 이뤄진 사업이다. 약 200여평의 좁지 않은 부지는 벌써 아스콘 포장을 마무리 했고, 10대의 푸드트럭이 대기하고 있었다.
마을기업에서 주도하면서 섬 주변에서 무허가 노점영업을 해오다 자진 철거를 해 준 주민들에게 우선 입주자격을 주었다. 소득이 낮은 장자도 주민과 무상으로 주차장 활용에 동의해 준 분들에게도 자격을 주기로 했다.
부녀회가 중심으로 선진지 견학도 다녀왔고, 어떤 메뉴로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를 놓고 머리를 맞대고 있다. 주민 주도형 푸드트럭이 어떤 모습으로 등장할지 기대된다.
◆ 명도, 말도, 방축도와 상생하려는 장자도
푸드트럭 아랫길로 돌아가자 윤 대표가 섬 주민들을 설득하여 확보하여 두었다는 약 1,000여평 크기의 말도행 선착장 전용 주차장 부지가 나왔다.
윤 대표는 “고군산연결도로 사업이 시작된 건 ‘직도’ 어장을 공군 폭격장으로 내준 결과인데, 그 어장의 직접 피해를 보는 섬이 바로 명도, 말도, 방축도 주민”이라고 했다.
그는 “그 섬들이 3년 후면 관광객들이 다닐 수 있는 다리로 연결되는 데, 관광객들이 그 섬들을 쉽게 찾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게 고군산연결도로 수혜를 입은 섬사람들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고군산연결도로의 혜택을 받는 섬 주민들이 어장을 잃어버리고 관광객들이 접근성도 마땅하지 않아 대체 수입원이 없는 방축도와 명도, 말도 주민들을 위해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이다.
그는 “그 섬들로 다니는 유람선 선착장이 예정된 장자도 안쪽에 주차장 부지를 만들어주고, 그 섬을 찾는 관광객들이 차를 댈 수 있도록 배려해 주는 게 상생의 도리”라는 했다. 설명을 듣는 내내 장자도 섬마을 주민들의 이웃과 같이 살아가려는 마음이 전해져왔다.
◆ 장자도의 작은 집 ‘대장도’의 변신
선유도에 가려 빛을 보지 못했던 장자도와 아랫마을 작은 섬 대장도. 윤갑수 대표는 마을 공동체가 함께 누릴 수 있는 관광과 문화 자원을 새로 만들거나 복원하기 위해 바쁘다.
장자도에서 대장도로 들어오는 폭 2.5미터밖에 안되는 대장도 다리는 적어도 4미터 이상으로 넓히기로 했다. 예산도 확보해 놓았다.
넓혀질 예정인 다리 입구의 야트막한 언덕은 ‘사방이 보이는 언덕’이라는 뜻으로 ‘시묵’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는 데 전망대를 만들기로 했다. 윤 대표가 소년기에 심어 두었다는 소나무가 바닷바람을 맞으며 늠름하다.
고기잡이 떠난 남편이 돌아오지 않자 날마다 이 산에 올라 기다리다 바위로 굳어버렸다는 전설이 깃든 ‘장자할미바위’로 오르는 관광객들로 대장도는 늘 요란하다.
마을에서 험한 산길을 오르기 쉽도록 해달라고 요청했고 군산시가 나무 계단을 만들어줘 요즘 뜨는 관광 명소가 된 것이다.
할미바위 아래 예전부터 풍어제를 지냈지만 폐허로 변해가고 있었던 ‘어화대’를 사비를 들여 측량하고 복원사업이 벌어지도록 만든 게 윤 대표이다.
윤 대표는 “낡은 방식으로 고기를 잡던 시절의 이 어화대는 ‘마을 어른이 여기에 앉아 멀리 고기가 내려가는 게 보이면 고깃배들에게 ’그물을 내려라‘라고 명령을 내리던 섬사람 정신이 새겨진 자리”라고 했다.
아련했던 시절의 장자도 섬 마을의 어업 활동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기억할만한 장소로 만들어질 것이다.
◆ 고군산군도 연결도로의 종점 ‘장자도’
국도 26호선의 종점이 바로 힘이 센 장사가 나왔다 하여 이름 붙은 장자도이다. 새만금방조제를 타다가 신시도에서 시작된 고군산연결도로를 올라타 돛대 모양의 단등교를 넘어 무녀도와 선유도를 거쳐 마지막 다리인 장자교를 넘어서면 아기자기해서 멋스런 섬이 기다리고 있다.
장자도는 면적 0.13㎢에 100여명 남짓한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는 작은 섬이다. 인구 100여명 남짓의 섬이다. 작지만 60여년 전까지만 해도 고군산군도의 16개 유인도서 중에 멸치 어장 등으로 가장 잘사는 마을로 꼽혔다.
고군산 연결도로가 개통 이후 가장 편리한 교통과 아기자기하고 ‘섬다운 섬’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고군산군도에서 ‘핫’한 관광지로 뜨고 있다.
윤갑수 장자도마을기업 대표는 “이 마을의 100년 대계를 위해서는 ‘질서를 지키자’, ‘깨끗한 환경을 위해 서로 노력하자’, ‘바가지요금을 받지 말자’, ‘주민들이 화합하자’, ‘손님들에게 친절하자’는 5가지 슬로건을 지켜 나가도록 하고 있다.”고 했다.
◆ 새롭게 태어나는 스토리가 있는 섬마을 장자도
장자도는 이순신 장군과도 깊숙이 연관되어 있다. 이순신 장군은 영화 ‘명량’에서와 같이 12척 남은 배를 이끌고 명량해전에서 승리한 뒤 고군산군도로 들어와 휴식과 재정비를 했다.
내년은 1598년 이순신 장군이 노량해전에서 전사한지 420주년이 되는 해이다. 윤 대표는 이순신 장군 서거 420주년 추모제를 계획하고 있다.
장자 할미바위 전설에 이순신 장군의 스토리가 엮어 진다면 역사 체험의 장소로도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다.
윤 대표가 운영하는 펜션은 2남1녀 가운데 둘째 아들과 딸이 전담한다. 동물의 농장 ‘군산, 서현이’를 찾으면 4마리의 개가 졸졸 따라다니는 영상을 볼 수 있다. 그의 펜션에는 송월주 전 조계종 총무원장을 비롯하여 최불암, 양희은, 윤종신 등 연예인들이 찾는 유명 장소이다. 최불암씨에게는 평생숙박권도 주었다.
지난해 장자도를 찾았던 임권택 영화감독에게도 이 사실을 알렸다. 얘기를 들으면서 필자는 중국의 관광지인 ‘리강’과 ‘우이산’을 무대로 펼쳐지는 장예모 감독의 대서사극을 생각했다.
윤 대표는 “장자도의 자연을 배경으로 이순신 장군의 치열했던 삶과 그 내면의 소리들을 대서사시로 만들어주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가졌다.
섬 주민들이 조연으로 대거 참여하고, 관광객들이 감동할 수 있는 이순신 장군의 스토리를 만들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