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유물 전시회 눈길 "대부분 군산 시민이 기증"
정기문 군산대학교 교수가 전하는 “꽃: 四色, 思索” 기획전
우리네 조상들은 꽃을 보는 즐거움으로 그치지 않고 문화적 의미를 부여, 생활에 두루 활용하였다. 특히 명절 때 입는 색동저고리를 비롯해 배자, 두루마기, 버선 등에 다양한 꽃문양을 넣어 영화(榮華)와 무병장수를 기원하였다.
우리나라 꽃문양은 국화, 연화, 매화, 모란, 난초, 대나무 등이 대표적이다. 이 꽃들은 숭배, 소망, 소원성취, 번영, 풍요, 사랑, 영예, 고상함, 존경, 미인, 부귀, 복(福), 장수, 지조, 절개 등 다양한 의미로 표현됐다. 꽃의 화려한 형태와 색깔은 예술적 표현을 극대화할 수 있으며, 꽃이 피고 지는 과정은 인간의 내면과 사상을 표현하는 알맞은 소재가 됐을 것으로 풀이된다.
다양한 꽃무늬 새겨진 유물 전시회 열려
조상들의 예술혼과 멋스러움이 느껴지는 유물 전시회가 열리고 있어 눈길을 끈다. 군산시 미룡동에 자리한 군산대학교 박물관(관장 정기문 교수) 소장품 활용 전(展)으로 국화, 연꽃, 모란, 매화 등을 표현한 각종 도자기와 의복, 장신구, 다식판(떡살), 조각보, 바느질 상자 등 총 150여 점이 전시되고 있다. 주제도 '2018 기획 전시 <꽃: 四色, 思索(사색)>'이다.
조인진 학예사는 "주제를 '꽃'으로 정하고 소장품을 분류해보니 국화 활용 빈도수가 가장 많았다. 그다음 연꽃, 모란, 매화 순이었다. 특히 생활용품이 대부분이어서 조상들이 꽃무늬를 무척 애호했음을 알 수 있었다"며 "이번 전시회 목적은 우리 선조들이 어떤 물건에 어떤 의미로 꽃을 새겼는지 등을 알리는 것"이라고 전시회 준비 과정을 소개했다.
"군산은 역사의 도시이면서 뛰어난 예술인과 체육인을 많이 배출했죠. 그래서 처음엔 야구 등 다양하게 꾸미려고 기획했으나 예산 문제로 올해는 저희가 보유한 소장품을 활용했습니다. 대신 비용을 거의 안 들이고 알차게 준비할 수 있었지요. 5000여 소장품 중 꽃을 모티브로 하는 유물에서 국화문, 연화문, 모란문, 매화문 등을 골라 네 개 테마로 나눠 꾸몄습니다."
대부분 군산 시민이 기증한 유물
정기문 교수는 "전시장 한쪽에 '꽃보다 아름다운 당신'이라는 주제로 관람자와 전시품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포토존을 마련했다"며 "이번 전시회와 연계하여 군산대학교 황룡 축제 기간인 9월 20일 '꽃(책) 갈피 만들기' 행사가 열린다"고 전했다. 그는 전시회 준비 과정에서 느낀 소감도 들려줬다.
"선비들의 사상과 정신, 생활사 등 수준 높은 의미를 부여할 수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꽃은 모든 사람의 마음과 삶을 윤택하게 해주잖아요. 따라서 일반 백성들도 좀 더 나은 삶과 풍요를 추구했을 것이니 '소품에 꽃을 표현할 때도 나름의 의미를 부여하면서 소중하게 다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그만 유물 하나에서 선조들의 숨결이 느껴지고 생활사가 엿보였던 것이지요.
유물들이 흩어져 있을 때는 잘 몰랐는데 이렇게 한곳에 모아놓고 보니 균형미, 절제미 등이 아주 뛰어나게 보이면서 조상들의 정성이 고스란히 녹아 있음을 피부로 느낍니다. 특히 대부분 유물이 군산 시민이 기증한 것이어서 의미가 더욱 크게 다가옵니다. 유물을 통해 옛날 내 고장 사람들의 생활사를 엿볼 수 있었기 때문이죠."
정 교수는 "이번 기획전시는 생활사 시각에서 조상들의 숨결과 멋이 고스란히 담긴 소장품을 재분류하여 전시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꽃무늬를 활용한 유물은 고려청자, 청화백자, 막새기와, 담뱃대 등 시대와 형태에 따라 쓰임새가 매우 다양하다, 꽃이 품격 있게 표현된 유물 종류와 꽃이 가지는 의미를 생각해보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시 취지를 밝혔다.
국화, 연꽃, 모란, 매화의 특성과 상징성
정기문 교수는 네 개 테마로 나눠 전시되고 있는 국화, 연꽃, 모란, 매화 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정 교수 설명과 전시장 안내문을 참고로 각 꽃문양의 특성과 의미, 상징성 등을 정리하였다.
국화문(菊花文)
국화는 일찍이 매화·난초·대나무와 함께 사군자의 하나로 지칭되어 왔다. 원산지는 중국으로 한국에서 자생하는 '감국'이라는 설도 있다. 조선 세종 때 문신 강희안(姜希顔:1417~1464)은 <양화소록>에 고려 충숙왕 때 중국 천자가 보냈다고 기록하였다. 선조들은 가을 찬 서리를 맞으며 홀로 피는 모습에서 고고한 기품과 절개를 지키는 군자의 모습과 연결 지었다.
유교적 관념에서 볼 때 국화는 의(義)를 지켜 꺾이지 않는 선비정신과 일치한다. '은일화(隱逸花)'라 하며 속세를 떠나 숨어 사는 은자에 비유하기도 하였다. 관련 속담으로 '짚신에 국화 그리기'란 말이 있다. 격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하거나 화려하게 꾸미는 게 천하고 당치 않을 때 이를 비유하는 것으로 국화 이미지가 가장 잘 드러나 있다.
연꽃문(蓮花文)
연꽃은 수련과에 속하는 다년생으로 동서양 모두 불교 성립 이전부터 장식 문양으로 다양하게 사용되었다. 늪이나 못에서 자라며 7~8월경 화려하고 아름답게 꽃을 피운다. 더러운 물이나 진흙 구덩이에서 자라지만 더럽혀지지 않는 성장 과정을 불교 교리와 연결하면서 불교의 상징적인 문양이 됐다.
중국에서는 연화문과 인동문, 당초문이 결합되어 화려하고 복잡한 문양으로 발전하여 일상생활용품에 널리 사용되었다. 우리나라 연화문은 삼국시대 이래 대부분 불교 장식품 또는 미술품의 주된 문양으로 사용되다가 조선 시대에 이르러 자수 떡살 등에도 널리 활용되었다. 특히 부인들 의복에 자주 등장한 연화문은 '다산'의 상징이 되기도 하였다.
모란문(牡丹文)
모란은 '목단(牡丹)'으로도 불린다. 선조들은 관상용으로 즐겨 키웠다고 전한다. 화려하고 탐스러운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어 부귀화(富貴花) 또는 화중왕(花中王)이라고 하였다. 통일신라 시대에는 암막새 기와에 모란꽃을 도안화한 보상화(寶相華) 무늬가 많이 나타난다. 고려 이후에는 공예품 장식에 주로 활용되었다.
고려청자에 시문된 모란문은 주로 하나의 꽃이 사실적으로 표현되는데, 상감청자 후기로 가면서 크기가 작아지고 도안화되는 경향이 나타난다. 조선 시대 분청사기에는 다양한 기법을 통한 추상화된 무늬가 특징적이며, 백자에는 사실적인 모란문이 들어갔다. 모란문은 '부귀영화'를 상징하며 민화, 자수 특히 혼수품에 애용되었다.
매화문(梅花文)
혹한을 견디고 피어나는 매화는 봄의 전령사로 불리기도 한다. 4월 이전 잎보다 꽃이 먼저 피고 향이 강하다. 개화하는 시기에 따라 다양한 이름이 붙여진다. 일찍 피기에 조매(早梅), 추운 날씨에 핀다고 동매(冬梅), 눈 속에 핀다고 설중매(雪中梅)라 하였다. 아울러 색에 따라 희면 백매(白梅), 붉으면 홍매(紅梅)라 부른다.
고려 시대에는 주로 도자기에 새겼으며, 조선 시대에 이르러 문방제구 자수 등 다양하게 사용되었다. 매화문은 희망, 회춘, 선비 정신, 군자, 절개, 충절, 순결, 정절, 장수, 다산, 신성함 등 상징성이 매우 다양하다. '매화일생한불매향(梅花一生寒不賣香)'이란 말이 전해진다. '매화는 일생을 춥게(가난하게) 살아도 그 향기를 팔지 않는다'는 뜻으로 절개, 충절, 충성 등에 비유되면서 널리 애용되었다.
2018기획 전시, 군산대학교 박물관 소장품 활용 전(展)은 2019년 2월 28일까지 열린다. 박물관은 월~금요일, 오전 10시~오후 5시까지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다.
관람 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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