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귀동 변호사 “평화롭고 행복한 가정 만들기에 앞장설 것”
한국가정법률상담소 군산지부 발자취 30년을 돌아본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소장 곽배희)는 우리나라 최초 법률구조기관으로 1956년 창설됐다. 창설자는 우리나라 최초 여성 법조인이자 인권운동가인 이태영(1914~1998) 박사. 당시 여성은 법으로도 보호받지 못하는 사회적 약자였다. 따라서 처음에는 남존여비라는 봉건적 폐습 아래 억눌려 지내는 여성들을 돕기 위해 '여성법률상담소'로 출발하였다. 그 후 1966년 '가정법률상담소'로 개칭하고 남녀 권익을 위한 인권기관으로 거듭나면서 사단법인이 됐다.
1986년, 이태영 박사는 '결혼은 성인 남녀 두 사람의 행복과 인격적 성숙을 위해 협동하는 관계로 이어져야 한다'는 문구로 시작하는 <가정헌장>을 선포한다. 헌장은 동등한 권리, 동등한 재산권 등 주로 여권(女權) 차원에서 보편적이고 바람직한 가정상을 제시한다. 특히, 결혼은 당사자 선택이 우선돼야 하고, 혈통 계승이나 가문의 이익 수단으로 될 수 없다고 규정한다. 이는 당시 봉건적 결혼 풍조에 대한 경종이자 신성한 남녀관계 정립을 의미한다.
곽배희 소장은 "한국가정법률상담소는 인간의 존엄성과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이념을 실현하기 위해 번민하는 이웃을 돕고자 법률구조사업을 펼치고 있다. 또한, 가정의 민주화와 우리 사회에 성 평등을 통해 가족 구성원의 인권을 회복하고 가정의 평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이러한 창립 이념을 지역에서 실현하고 있는 각 지부는 그 자체로 상담소 역사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고 소개한다. 전라북도 군산 지부는 1988년 개설됐다.
30년 동안 지역 법률구조 사업 초석 다져
"한국가정법률상담소(소장 이태영)는 국내 지부로서는 11번째로 군산 지부(군산시 금동 여성회관 2층)를 개설, 19일 오후 2시 이 회관 강당에서 개소식을 갖는다. 백은기(여 61·현 군산여협 회장) 씨가 소장을 맡게 될 가정법률상담소 군산 지부는 군산 시민들을 대상으로 무료법률구조사업을 펼치게 된다."
1988년 7월 15일 치 <한겨레> 신문 기사이다. 기사가 예보했듯 1988년 7월 19일 오후 2시 군산시 금동에 자리한 여성회관 2층 강당에서는 시민과 관련 단체 회원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개소식이 열렸다. 법을 몰라 억울하게 손해 보는 이웃을 위해 무료상담을 해온 한국가정법률상담소 군산지부(소장 조미영)가 이날 첫발을 내디딘 것.
조미영 소장 전언에 따르면 개소식에 참석한 이태영 소장은 기념사에서 "해마다 증가하는 이혼율과 남녀차별, 고부(姑婦)간의 불화, 가정 해체 등 복잡한 사회 문제들이 상담소가 나아갈 길을 일깨워주고 있다"며 "군산 가정법률상담소가 지역 가정들의 평화와 행복을 위한 동반자가 되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날 이태영 소장은 임원들과 현판식까지 함께하고 상경했다고 한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 군산 지부(군산가정법률상담소)는 그렇게 닻을 올렸다. 그리고 30년이 지났다. 강산이 세 번 바뀐다는 긴 세월이다. 사람의 나이로 치면 '이립(而立)'이다. 이립은 '혼자서 우뚝 설 수 있는 나이' 즉 '자립(自立)'을 뜻한다. 이는 한세대를 거치는 역사를 쌓아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렇듯 군산 지부는 지역사회에 법률구조 사업의 초석을 다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군산 가정법률상담소는 그동안 ▲건강가정을 위한 가족관계 강좌 ▲가정문제 예방을 위한 생활법률 교실 ▲중국 동포 배우자 초청의 밤 ▲호주제 폐지 바로 알리기 캠페인 ▲호주제 없는 21세기를 위한 심포지엄 ▲무료결혼식 ▲건강가정을 위한 가족관계 강좌 ▲가장폭력 근절을 위한 피해자 사진전 ▲마음 나누기 부부 캠프 ▲이혼 숙려기간 및 이혼 전 상담제도화를 위한 심포지엄 ▲자원봉사학교 운영 ▲가정폭력 자원상담원 교육 등 다양한 사업을 펼쳤다.
상담 건수는 연 2000여 회에 이른다. 이를 바탕으로 1998년에는 군산시 제1호 부설 가정폭력상담소를 설치하였다. 2007년에는 군산법원으로부터 이혼조정상담 위탁기관으로 지정받는다. 2009년에는 가정보호사건 상담 위탁을 위한 수탁기관으로, 군산 보호관찰소 수강명령집행 협력기관으로 지정된다. 2015년, 2016년 연이어 전주지방법원 군산지원 지정으로 가족관계 회복을 위한 캠프를 위탁받아 운영 중이다.
힘없는 이웃의 인권회복 위해 가정폭력 상담도 병행
지난 19일(수요일)에는 상담소 창립 30주년 기념식 및 이사장 이·취임식을 성황리에 마쳤다. 상담소 직원들은 이임하는 신문식 이사장과 새로 취임하는 김귀동 이사장 부부에게 축하의 꽃다발을 전달했다. 이웃 모두의 가정에 평화와 행복이 깃들기를 기원하는 시루떡 커팅도 했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 군산지부 창립 30주년 기념 및 이사장 이·취임식 행사에 참석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 우리는 모두 가족이고 이웃입니다. 우리 상담소 가족들은 앞으로도 항상 건강하고 웃음꽃 피는 화목한 가정 만들기에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그동안 성원해주신 시민과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조미영 소장의 인사말이다. 조 소장은 "군산 지부(군산가정법률상담소)는 '만인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가치이념 아래 평등 가족, 법률복지사회 실현을 목표로 1988년 업무를 개시했다."며 "주요 업무는 경제적으로 어렵고 법을 잘 몰라 어려움을 겪는 분들을 위해 상담과 화해조정, 소송, 법률구조 등을 무료로 서비스하면서 20년 전부터는 힘없는 이웃의 인권 회복과 가정 평화를 목표로 가정폭력 상담도 병행하고 있다."고 덧붙인다.
곽배희 소장은 축사를 통해 "지역에서 가정문제 전문 상담기관으로 법률구조 사업을 펼치고 있는 군산 지부는 여러 가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꾸준한 활동을 통해 지역사회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이렇듯 유서 깊은 도시 군산에 1988년 문을 열고 30년의 역사를 맞이하게 되었고, 지역사회에 법률구조 사업의 뿌리를 내려 안정적으로 법률구조활동을 하고 있어 자랑스럽고 든든하다"고 소감을 피력했다.
송하진 전북 지사는 "한국가정법률상담소 군산 지부는 그동안 가부장제 폐습으로부터 여성의 인권을 구제하고 가족의 행복을 일구는데 선구자적 역할을 했다"고 평가한다. 양성평등과 함께 민주적이고 건강한 가정 실현을 위하여 노력했으며 사회적 약자인 여성 보호와 지원에 앞장서왔다는 것. 송 지사는 "실제로 여성 권익을 위한 법률 및 소송 상담, 가정문제의 예방과 의식개혁에 필요한 교육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다"고 축하했다.
신문식 전 이사장과 김귀동 이사장의 메시지
신문식 전 이사장은 군산 지부 창립 멤버이기도 하다. 1985년 군산에 변호사 사무실을 개설하고 다양한 사회활동을 펼쳐온 그는 "항상 행동하는 양심으로 살면서 소시민이 불이익 받지 않는 따뜻하고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작은 밀알이 되고 싶다"라고 말한다. 매사에 적극적인 그는 휴대폰, 승용차, 컴퓨터 없이 업무를 본다고 해서 '3무 변호사'로도 알려져 있다.
김귀동 신임 이사장은 대한민국 해병 창설 34년 6개월 만에 예비역 중위로 사법고시에 합격해서 화제를 낳았다. 그의 기록은 전주지방법원 군산지원 자료에서도 발견된다. 광복 후 군산 출신 사법고시 합격자는 30여 명. 그중 군산지원 제1호 판사는 1989년 3월에 탄생한다. 그 주인공이 김귀동 이사장이다. 전주지법과 군산지원에서 각각 3년씩 근무한 뒤 변호사를 개업한 그는 향리에서 판사 생활을 시작, 향리에서 마무리한 법조인이기도 하다.
전주지방법원 군산 지원에서 잡음 하나 없이 근무(1989~1992)를 마치고, 군산에서 법률사무소를 26년째 운영해오고 있는 김귀동 이사장. 그는 군산 관련 서적을 100~200권씩 구매했다가 타지 손님들에게 선물할 정도로 애향심도 깊다. 아래는 신문식 전 이사장과 김귀동 신임 이사장이 메일로 보내온 소감이다.
신문식 전 이사장: 군산 지부는 그동안 가정폭력 예방과 상담, 취약계층 및 다문화 가정 지원, 가정평화를 위한 교육과 참여, 무료대서와 가사조정, 소송을 통한 법률구조 등 유익하고 필요한 봉사활동을 수행해 왔습니다. 이러한 역사와 전통 그리고 아름다운 결실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역대 지부 소장님들과 이사님들, 직원 여러분의 눈물과 땀 그리고 봉사 정신에 의한 것이라 할 것입니다.
군산 지부는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열정적인 조미영 소장님과 김귀동 변호사님(신임 이사장) 지도로 군산 지부는 일취월장하여 성숙하고 모범적인 봉사단체로 거듭 발전할 것을 믿습니다. 저는 이사장직에서 물러나지만 '노병은 죽지 않는다'는 말처럼 후방에서 군산지부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김귀동 이사장: 그동안 뜨거운 열정으로 상담소를 이끌어온 신문식 이사장님을 비롯해 관계자 여러분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부족한 제가 이사장을 맡게 되었습니다. 저는 전임자들이 쌓아놓은 실적을 바탕으로 가정의 평화와 시민의 행복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자 합니다.
군산은 농어촌 복합도시입니다. 공단의 공장들은 대부분 외지업체이고, 항구도시 특성 때문인지 유동인구도 많습니다. 다른 지역에 비해 이혼율도 높습니다. 따라서 경제적인 이유로 혹은 법률적인 무지로 고통받는 사람이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처럼 어려움에 처한 소시민들이 상담소를 쉽고 편하게 이용하고, 필요한 경우에는 법률구조와 소송을 통해 분쟁을 해결할 수 있도록 홍보도 하고 대화도 하면서 평화롭고 행복한 가정 만들기에 앞장서겠습니다. 많은 성원과 질책을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