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선가 들려오던 음악이 이유 없이 좋아서 어떤 앨범인지 찾아 들어보고, 또 비슷한 감동을 좇아 그 뮤지션의 다른 앨범을, 혹은 다른 뮤지션의 비슷한 앨범을 찾아 들어보게 되던 경험을 해 보신적이 있으신가요. 그렇게 자기 자신의 감성과 귀를 열고 음악을 듣다보면 어느 날 다른 뮤지션, 장르, 다른 색깔의 음악에도 내가 좋아하는 취향이 있음을 자연스레 느끼게 되죠, 전에는 시끄럽거나 어렵게만 들렸던 한 음악이 이제는 마음을 짠~하게 만들어 줍니다. 이런 경험은 어떠신가요~ 음악에 조예가 깊던 한 친구가 어느 날 들어보라고 건네준 앨범이 나에게 감동을 주기는 커녕 아직은 다가옴이 없거나 혹은 나와는 취향이 다른 그 친구의 음악적 성향으로 감상 이상의 감동이 없어서, ·공감·이라는 것에 대해 의문을 갖게 되었던...
아주 주관적이고 수많은 개성, 감성, 삶의 다른 토양을 가진 서로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각양각색의 음악을 모든 사람이 처음 듣는 순간부터 동시에 공감할 수 있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한 일일 것입니다. 음악이 처음 들려오기 시작할 때 쉽게 귀를 열게 해주는 건 재즈나 록이 아닌 반복적 리듬의 댄스곡이나 단순한 프레이즈의 아름다운 선율을 가진 유행 팝발라드이기 쉽습니다. 그 댄스곡이나 유행 팝발라드 안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색깔의 리듬을 알게 되고, 어떤 발라드곡이 갖고 있는 재즈화성적 요소에 이끌려 재즈를 듣기 시작하기도 하죠. 그렇게 듣게 된 음악은 시간이 지나 깊이를 더하고,추억을 부르고, 함께하는 사람들과의 분위기를 무르익게 해줍니다. 동감하시나요? 만약 동감하신다면 제가 여러분에게 말하고 싶은 와인에 대한 단상들을 전하기 쉬울 것 같습니다.
와인은 음악과 닮아 있습니다. 초보, 입문, 지식, 와인을 먹을 때의 예의같은 건 집어치우고 또, 품종, 생산지역, 틀에 박힌 표현방식 등을 몰라도 자신이 맛있다고 느끼는 와인을 찾아 먹다보면 자연스레 다른 맛의 와인 또한 다가오게 됩니다. 지인이 선물한 비싼 와인을 먹고서는, 즐겨먹던 2~3만원대의 와인과의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해 고급와인에 대한 실망을 하는 것보다 오히려, 단 맛 속에서도 와인이 가진 본연의 향을 간직하고 있는 이태리 브라이다의 모스카토 다스티 같은 경제적이며 훌륭한 스위트와인이 또 다른 향과 맛을 간직한 미지의 와인을 찾게 되는 자연스러운 음미의 여정을 선사해주기도 하죠. 지금 내가 좋아하는 와인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즐기며 적당한 음식과 함께 마시다보면어느새 와인이 가지고 있는 다른 술과는 다른 매력이 비오는 날, 힘든 날, 취하고 싶은 날 같은 때의 다른 술과는 적수가 없는 소주의 궁합처럼 사람들이 그립고, 함께 나누고 싶은 일이 있을때 와인을 부르게 됩니다. 와인은 취하려 마시는 술이 아니라지만, 저는 와인을 마시고 느끼는 취기 또한 소주의 화끈한 그것 못지 않게 좋아합니다. 다른 술과는 달리 어느새 전해오는 은근한 취기 속에 이성과 감성의 적당한 균형을 잃지 않으며 진심을 얘기하게 해주고, 사람을 사귀게 해주고, 마음을 열게 해주는 친구죠, 소주가 잊자고 마시는 술이라면 와인은 추억을 들추어냅니다.
와인이 어렵고 까다로운 술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와인을 `입`과 그것이 주는 또 다른 감흥을 느껴보기도 전에 어떻게 마실지를 고민하는 것이 여러분을 무겁게 할 뿐입니다. 그러나, 와인은 분명 다른 술과는 달리 매니아층을 만들어가는 충분한 요소들이 있습니다. 와인에 의미를 두자면 그 안에는 지역의 문화와 음식, 토양 ,역사가 녹아있고 그 와인을 만든 사람의 열정까지 고스란히 담겨있다는 것 일것 같습니다. 와인을 즐기다가 그 와인 그자체에 한 걸음 더 빠져들고 싶은 호기심이 자연스레 자신을 자극할 때가 와서 매니아로서의 와인 애호가의 길을 걷게 되신다면 즐기는 것에 몰두한 당신의 자연스러운 테이스트가 그 어떤 스트레스나 부자연스러움 없이 당신을 또 다른 와인의 길로 안내해줄 것입니다.
공자님의 한 글귀입니다. 知之者 不如好之者 好之者 不如樂之者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보다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보다 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