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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아니의 발길 닿는대로> 윤(閏) 5월과 '공달이' 아주머니
글 : 조종안 /
2017.07.01 14:42:28 zoom out zoom zoom in facebook twitter kakaotalk kakaostory

<종아니의 발길 닿는대로> 

() 5월과 '공달이' 아주머니

 

무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7월이다. 그런데 양력보다 한 달쯤 늦게 가는 것으로 알려진 음력은 아직도 5월에 머무르고 있다. 지난 624일부터 윤() 5월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옛날 사람들은 윤달을 '공달'·'덤달'·'꿔온달'·'여벌달' 등으로 불렀다. 그런데 2009년에 이어 올해(2017)5월이 두 번 들어 13개월을 사는 셈이니 즐겁고 호기심이 동할 수밖에.

 

우리는 지구가 태양을 한 바퀴 도는 공전 주기를 1년으로 하는 양력과 달의 삭망(초하루와 보름) 주기를 기준으로 만든 음력을 함께 사용한다. 달력(양력)을 보면 큰달이 31, 작은 달은 30(2월 제외)이고, 음력은 큰달이 30일 작은 달은 29일로 되어 있다. 양력 7월과 8월이 31일이듯 음력도 30일이 연속 오는 경우가 있다.

 

윤달은 어떻게 정할까

 

달이 한번 찼다가 기우는 데는 약 29.53일이 걸리고, 지구가 태양을 한 바퀴 도는 데는 약 365.24일이 걸린다. 그러므로 음력 1년은 양력 1년보다 11일 정도가 모자라게 된다. 따라서 3~4년에 한 번씩 윤달을 둔다. 계절과 날짜를 조절하기 위해서다.

 

윤달은 계절의 변화를 알기 위해 만든 24절기(節氣)가 기준이 된다. 절기는 양력으로 매달 초와 중순에 두 개씩 든다. 초순에 있는 것을 절기, 중순에 드는 것을 중기(中氣)라 부른다. 음력으로 절기가 한 번씩만 있는 경우가 생기는데 그런 달이 윤달의 우선 후보가 된다.

 

24절기 가운데 중순에 드는 우수, 춘분, 곡우, 소만, 하지, 대서, 처서, 추분, 상강, 소설, 동지, 대한이 없는 달을 선택한다. 윤달은 바로 중기가 없는 달의 전 달에 두는데, 이러한 달이 여러 개 있을 경우에는 가장 먼저 오는 달을 윤달로 잡는다.

 

윤달은 아무 달에나 드는 게 아니다. 지구가 태양과 멀어져 공전 속도가 더딘 여름에 주로 생긴다고 전한다. 올해처럼 하지(夏至)께 윤달이 들 확률이 높고, 겨울철인 섣달이나 정월에는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윤달의 풍속과 속설

 

윤달은 혼례를 올리기에 좋고, 부모의 수의를 장만하면 장수하고, 집수리를 하거나 묘 이장을 하기 좋은 달로 믿어왔다. '윤달에는 송장을 거꾸로 세워도 탈이 없다'는 속담에서 알 수 있듯 금기와 부정으로부터 해방되는 달이기도 하였다.

 

윤달에 부모 수의를 준비하는 것은 효심과 조상을 위한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 죽음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남은 삶을 진지하게 살려고 노력하고, 건강을 위해 몸을 다스리는 효과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윤달의 세시풍속으로는 '사찰불공''성돌이'가 있다. 사찰불공은 큰 사찰에서 부녀자들이 불탑에 돈을 놓고 불공을 드리는 것을 말한다. 치성을 드리면 죽은 후에 극락에 간다고 믿고 윤달 내내 부녀자들이 정성스럽게 불공을 드렸다고 한다.

 

마을 부녀자들이 성터에 올라가 성 줄기를 따라 '성돌이'를 했다. '성밟기'라고도 하였다. 이 역시 불교의 '탑돌이'와 유사한 성격을 지닌 것으로 극락으로 가고자 하는 염원을 담고 있다고 한다. 전북 고창 지역에서는 '성돌기'를 할 때 액을 물리치고 장수한다는 의미에서 돌을 머리에 이고 도는 풍습이 내려온다.

 

아름다운 전통이 왜곡되고 속설을 믿다 보니 실제 의미와 상반된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결혼 풍습이 좋은 예이다.

 

음력으로 윤달, 윤날에 태어나는 사람은 생일이 60년 만에 돌아온다. 60년 넘게 살아야 생일상을 한 번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러한 사실들 때문에 사람들이 윤달에 결혼을 피하다 보니 전통이 왜곡되어 윤달 결혼을 금기시하는 현상이 일어나지 않았나 싶다.

 

윤달이 들면 생각나는 아주머니

 

윤달이 드는 해에는 고향동네에 살던 '공달이' 아주머니가 떠오른다. 초등학교 급우의 어머니였고, 어른들 입에 자주 오르내렸으며, '공달이'라고 부르는지 궁금했지만, 물어볼 사람이 없어 몇 년을 답답해했다. 그래서 더욱 기억에 남는다.

 

고랑을 사이에 두고 이웃하고 살았던 '공달이' 아주머니는 집에 자주 놀러 오셨다. 그는 건너 골목에서 일어난 사소한 다툼이나 부부싸움까지 전해주는 동네 통신사였다. 딴에는 걱정을 한다고 늘어놓는데, 남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고, 흉보는 얘기가 되어 '푼수' 소리를 듣기도 했다.

 

무명옷이 일반화되던 시절에 '삐딱구두'(하이힐)에 선글라스를 쓰고, 치마가 무릎까지 올라오는 양장 차림을 하고 나서는 등 가끔 엉뚱한 짓을 해서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기도 하였다. 아주머니가 어기적거리며 포장도 안 된 신작로를 걸어가는 모습을 보며 웃던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미소가 지어진다.

 

'공달이' 아주머니는 시원시원하고 목소리 크기에 걸맞게 수선스러웠고 욕도 푸지게 잘했다. 화끈한 성격에 인정도 많았다. 어쩌다 큰아들을 따라 집에 놀러 가면 특유의 억양으로 살갑게 대해주곤 하였다.

 

한 달이면 보름 가까이 집에서 숙식하면서 바쁜 어머니 일손을 도와주던 '난순네엄니'와는 욕을 주고받을 정도로 가깝게 지냈다. '난순네엄니'를 통해 아저씨가 윤달에 태어났기 때문에 '공달이' 아주머니로 불린다는 것을 알았다. 궁금했던 사실을 알고 나니 얼마나 시원한지 십 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것 같았다.

 

생일이나 결혼기념일은 물론 제사도 양력으로 지내는 지금은 상상도 못하지만, 대부분 사람들이 생일을 음력으로 쇠던 옛날에는 윤달에 태어나거나 죽는 바람에 웃지 못 할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공달이' 아주머니와 윤달 이야기가 나오면, 생일 얘기가 빠지지 않았다. 윤 오월 보름에 아이가 태어나면 돌잔치를 이듬해 오월 보름에 해야 한다는 의견과 이듬해 유월 보름에 해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옆에 있던 누군가가 "몇 십, 몇 백 년을 지둘려서라도 윤 오월 보름에 허야 맞어!"라고 어깃장 놓는 말을 해서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유월 보름에 돌잔치를 해야 한다는 사람은 양력으로 4년마다 돌아오는 윤년 229일에 태어난 사람들 대부분 생일을 228일이 아닌 31일에 쇠는 것을 예로 들었다. 철부지였던 나도 합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날짜를 구분하기가 복잡하다는 이유로 양력이 옳고 음력은 잘못됐다고 말하는 분들을 가끔 본다. 문화와 방법의 차이일 뿐 어느 게 틀리고, 어느 게 맞는다고 단정 지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날짜와 달력도 사람이 만들고, 지구의 공전과 달의 삭망도 일정하지 않아서다.

 

만약 음력을 없애고 양력만 사용한다면, 밀물과 썰물 시간을 몰라서 어부들이 출어를 못하고, 24절기를 확인할 수 없어 농사를 지을 수 없다는 사실을 양력을 고집하는 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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