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보백보(五十步笑百步)
『孟子』 양혜왕 상편(梁惠王上篇)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맹자에게 양혜왕(梁惠王)이 “심혈(心血)을 기울여 정치를 했으나 어찌 이웃나라 백성은 줄지 않고 나의 백성은 많아지니 않습니까?”하고 물었다. 맹자가 「“왕께서 싸움을 좋아하시니 전쟁에 비유하겠습니다. 북이 둥둥 울려 병사들의 칼날이 부딪쳤을 때 갑옷과 무기를 버리고 어떤 자는 100보를 도망하다가 멈추고 어떤 자는 50보를 도망하다가 멈췄습니다. 만일 50보 도망한 자가 100보 도망한 자를 보고 비웃는다면 어떻습니까?”」 하고 되물으니, 혜왕이 “100보를 도망한 것은 아니지만 이것 또한 도망한 것이니 도망한 것은 마찬가지지요”라고 대답하였다.
"그걸 아셨다면 전하, 백성들 구호하시는 전하의 목적은 인의의 정치와 상관없이 부국강병(富國强兵)만을 지향하는 이웃 나라와 무엇이 다르옵니까?" 혜왕은 대답을 못 했다. 이웃 나라와 똑같은 목적을 가지고 백성을 구호한 것을 진정으로 백성을 생각해서 구호한 양 자랑한 것이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최근 문재인 정부의 정부인사청문회에서 이런 ‘오십보백보’의 마음이 엿 보인다. 새누리당이 집권할 땐 민주당이 비난하고, 더불어민주당이 집권하니 자유한국당이 비난하는 꼴이다. 이름과 자리, 어쩌면 서로의 발 걸음 숫자만 바뀌었을 뿐 모습은 변하지 않은듯하다. 물론 대통령의 부름에 성실히 일 하겠다는 후보들의 마음도 모를 바 아니지만, 상식의 선을 넘는 잘못을 안고 청문회까지 들어서는 자세도 문제가 있고, 지나친 인신공격성 비난으로 후보를 낙마시키려는 청문자의 질의에도 문제가 있다고 본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는 자 만이 공무원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한 점 부끄럼 없는 자만이 남을 비난 할 일도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 일상에 ‘오십 보 백 보의 마음가짐’ 이 매우 흔하다. 누구를 비난하는데 나 보다 조금 더 잘 못하였다면 돌아보지도 않고 비난의 화살을 내지르고 마는 일이다. 특히 internet과 스마트 폰, SNS의 발달로 의사표시가 쉬워진 만큼, 누구를 비난하는 일에 점점 더 익숙해져가는 것 같다. 욕하는 것이 쉽다고 욕을 맘대로 하면 욕 받는 사람은 그 만큼 무게감이 줄어들 것이고, 욕하는 사람도 비난의 무게감이 충실히 전달되지 않은 형식적 비난에 그쳐 흔한 인터넷 댓글과 SNS 상의 난투극으로만 정리 되어질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비난을 위한 비난이 아니라, ‘충분한 개연성’을 인정할 수 있는 것은 인용하고 비난 할 수 있는 비상식의 것들을 구분할 줄 아는 마음이기를 바란다.
오십 걸음이든 백 걸음이든 戰場에서 저만 살겠다고 서로 도망치는 위치에서 서로를 비난하는 어리석음, 그 어리석음의 광장에서 서로를 비난하는 사람들이 되어서는 안 될 일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