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가 사회를 바꿀 수 있을까?
학교 민주주의의 가능성을 말하다
『학교 민주주의의 불한당들』은 학교 민주주의를 해치는 언어, 담론, 정책, 습속에 대한 보고서이다. 글쓴이는 현직 교사의 섬세한 시선으로 ‘우리는 어떤 학교에서 살아가고 있는가’를 물은 뒤 그 답을 학교 민주주의에서 찾는다.
‘학교 민주주의의 불한당들에 맞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무엇일까’를 생각하게 해 주는이 책은 더 나은 학교공동체를 고민하고 소망하는 이들의 새로운 시간에 지혜로운 길잡이가 되어 줄 것이다.
민주주의를 압살하는 언어와 담론의 문제들을 돌아보다
학교 민주주의의 불한당들, 글쓴이는 보르헤스의 소설 속에서 우리의 학교에 자리 잡은 불한당들을 떠올렸다. 민주주의와 법치를 들먹이며 ‘불한당’ 노릇을 하는 수많은 이들을 도대체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 조그만 실마리라도 얻고 싶었던 것이다. 수많은 언어를 타락시키는 이 나라 권력자들에게 어떤 언어를 들려주어야 저들이 자신들의 불한당 짓을 돌아볼까….
“내 시선을 끈 것은 제목에 있는 ‘불한당’이라는 말이었다. ‘학교 혁신’과 ‘교육 민주주의’를 부제에 넣은 전작의 원고만으로 성에 차지 않는 무엇이 있었다. 학교 혁신을 방해하는 질긴 관행과 습속들, 민주주의를 말하면서 민주주의를 압살하는 언어와 담론의 문제를 자세히 다루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다. 그 모든 것을 ‘불한당’이라는 말로 뭉뚱그려 나만의 언어로 드러내고 싶었다.”
불한당들의 창과 방패를 딛고 나아가다
“정치적 중립성이니 경쟁주의니 하는 주입된 언어와 담론을 ‘방패’ 삼고, 국가주의니 신자유주의니 하는 교육 정책과 제도라는 ‘창’을 휘두르며 개개인의 삶을 노예로 길들이는 불한당들”이 널린 현실에 대한 글쓴이의 직시와 예리한 반론을 읽노라면 우리 교육의 문제점이 보다 선명하게 다가온다.
그리고 독자로서 글쓴이를 따라 관료주의, 감시 문화, 침묵과 순응주의, 지식 절대주의, 인성교육 만능론 등 불한당들의 습속을 하나하나 파헤치다 보면 ‘벌떡교사’로 살아가려는 그에게 어느새 찬사를 보내게 된다.
한편,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글쓰기와 독서교육에 공을 들이는 교사이자 거침없는 필력을 쌓아가는 작가가 선사하는 글을 읽는 재미일지도 모른다. 방대한 독서와 옥석을 가리는 혜안은 독자들을 진정한 책 읽기의 즐거움으로 초대해준다.
왜 학교 민주주의가 필요한가
1부에서는 오늘날 우리에게 왜 학교 민주주의가 필요한지 살펴본다. 민주시민교육의 제일 주체여야 할 교사와 학생들이 수업하는 기계와 학습하는 노예가 되어 살아간다. 의식이 존재를 배반하는 그들의 삶은 그냥 생겨난 것이 아니다. 관료주의와 권위주의 같은 비민주적인 적폐로 점철된 학교교육 시스템, 민주주의를 배반하는 학교제도와 교육의 역사에 그 음험한 본질이 숨어 있다. 국가에 복무하고, 우리 고유의 자생적인 교육 시스템을 가져 보지 못한 우리나라의 교육사도 하나의 배경이다.
학교 민주주의를 방해하는 것들
2부에서는 학교 민주주의를 방해하는 대표적인 언어와 담론, 정책과 제도, 습속 들을 다룬다. 민주주의는 주권자들의 참여와 숙의를 통해 성숙한다. 각자의 자리에서 정치적으로 각성하기 위한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훼방 놓는 대표적인 수단이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언어와 담론들이다. 이들 언어와 담론이 정책에 투영되고 제도로 구체화한다. 그 모든 것들이 어우러지면서 교육 주체들의 습속에 지속적으로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 언어와 담론, 정책과 제도를 각각 학교 민주주의 불한당들의 ‘무기’에 빗댄 이유다.
학교 민주주의는 가능한가
3부에서는 학교 민주주의의 가능성을 타진하면서 사회 변혁 도구로서 교육의 한 본질, 민주주의를 지향하고 실천하는 학교 시스템 정립을 위한 국내외의 사례를 대안 제시 측면에서 살펴보았다. 우리나라 학교 문화의 저변에 깔린 평가 만능주의나 과도한 경쟁 신화가 교육의 본질을 해치고 학교 교육력을 떨어뜨리는 불합리한 기제들임을 보여주려 한 글쓴이는 결론적으로 학교 민주주의의 불한당들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새로운 학교 민주주의 시대를 촉구하다
다시금, 글쓴이는 학교공동체에 대해 고민하는 교사들에게, 경쟁보다 협력의 힘을 믿는 이들에게, 새로운 모색의 길을 같이 걸어 보자고 촉구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교사가 학생들을 가르치고 평가하고 줄 세우는 곳으로서의 학교가 아니라, 학생들이 배우고 탐구하며 성장하도록 지원하는 배움터로의 대전환이다. 학교가 새롭게 변신할 수 있게 할 가장 중요한 수단이자 관건이 바로 ‘학교 민주주의’이다. 교사와 학생과 학부모, 지역 인사 등 학교 안팎의 구성원들이 자율과 자치와 협치의 민주주의를 충분히 누릴 수 있을 때 비로소 변화는 가능해진다. 학교에 근무하면서 학교 민주주의의 필요성을 절절히 느끼면서 쓴 정은균 선생님의 책은 새로운 학교 민주주의 시대로의 대장정을 촉진하는 마중물이다.”(추천의 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