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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장난으로 한 건데…. 때린 것도 아니잖아요.”
글 : 김은정(군산청소년성문화센터 센터장) /
2012.01.01 11:17:45 zoom out zoom zoom in facebook twitter kakaotalk kakaostory

성교육40시간 수강명령 보호처분을 받고 본 센터에 의뢰된 김○○(중2년)양은 재판결과에 대해 억울하다고 했다.  김○○은 지난 학기 초, 동성친구의 가슴을 만지고 도망가는 장난을 몇 차례하다 교사한테 불려갔다. 가해자는‘동성친구이고 친한 친구사이라’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다는 거였다.  하지만 피해자는 “기분도 나빴을뿐더러 괜히 또다른 친구들이 자신에게 같은 행동들 할까 봐 걱정되고 불쾌헸다”며 교사를 찾아왔다고 한다.

 

또다른 경우 고교에 다니는 최○○(1년)는 친구들 사이에서 자주 하는 ‘영의정 게임’이 불편하다고 한다. 왕게임과 비슷한 게임으로 제비뽑기를 해서 전하와 영의정을 뽑고, 나머지 사람들은 전하가 시키는 대로 영의정과 특정한 행동들을 하는 방식이다.  “볼에 뽀뽀하는 게 일반적인데요. 1학년 들어와서 친해진 친구그룹이라서 그냥 맞춰가며 지내고 있는데 솔직히 스트레스 많이 받아요.  저번에는 한 친구가 억지로 시켜서 결국 하게 됐는데 제가 뽀뽀하는 걸로 걸린 거예요.  다들 박수치고 웃더라고요. 저 그날 잠도 제대로 못 잤어요.”

 

많은 사례를 살펴보면 가해자는 별일 아니라고 한다.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고 기억조차 못하기도 한다. 반면 피해자는 고통스럽다. 그 순간을 생각하면 기분이 안 좋다. 수치스럽고, 우울하다. 괜히 움츠러든다.  이것도 성폭력일까?  깊게 생각할 필요 없다.  피해자가 수치스러움을 느꼈다면 100% 성폭력이다. 요즘 학교 현장에서는 이렇게 학생이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청소년 성폭력’의 피해가 늘고 있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 김춘진 의원(민주당)이 교과부로부터 제출받은 ‘2006년~2011년 6월 연도별·시도별 학생 간 성폭력 현황’을 보면 학생 사이 성폭력 사건이 2006년 38건에서 2010년 166건으로 4년 만에 4.3배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에는 개인적으로 분을 삭이고 넘어가거나 학교에서도 덮어주는 식으로 넘어갔지만 최근에는 가벼운 일상의 성폭력 사례들도 수면 위로 드러나는 분위기다. 

 

양상은 다양하다.  남학생들 사이에서는 왕따이거나 체구가 작은 학생을 화장실로 끌고 가 성기를 보여 달라거나 자위를 해보라고 요구하는 일이 많다.  여학생들은 매체를 잘 활용한다.  스스로 노출한 사진을 찍어 친구들한테 자랑하듯 보내는 일이 잦아졌다.  학생들 사이에서 성폭력이 늘게 된 배경에는 여전히 음란물이 놓여 있다. 음란물을 접하고, 왜곡된 성 가치관이 생긴 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성폭력 가해자가 된다는 스토리다.  성교육 문제에서 입이 아프도록 자주 등장하는 음란물은 날로 다양해진다.  최근에는 스마트폰이 나오면서 음란물과 학생들의 거리가 더 좁아졌다.  스마트폰만 있어도 웬만한 섹시화보 등은 다 내려받을 수 있는 세상이다.

 

누구나 음란물에 빠지는 건 아니지만 음란물에 잘 빠질 수밖에 없는 청소년도 있다. 맞벌이 가정의 중학생일 경우, 방과 후 혼자 있을 시간이 주어지면 백이면 백 음란물을 만난다.  본 센터에 성적과잉행동으로 의뢰된 아이들 역시 음란물이 원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성적 호기심이 강한 때 음란물 등을 접하면서 충동을 왜곡해 풀었고, 그게 잘못된 것인지도 모른 채 일을 저지르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렇게 불려온 학생들이 하는 말은 하나같이 “억울하다”는 것이다. 나는 그냥 장난으로 한 건데 이런 것도 성폭력인지 몰랐다고 하는 일이 정말 많다. 

 

아이가 특별히 폭력성이 있어서 성폭력을 하는 게 아니고 어떤 게 성폭력인지 정립이 안 돼 있어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흔히 이런 성폭력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학교 안 성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그러나 성교육은 학교 안에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며 학생 한명 한명을 대상으로 개별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특수한 영역이라 학교교육의 탓으로 책임을 떠넘겨서는 안 되며 체계적인 교육과 더불어 가정과 학교와 사회가 함께 고민하고 접근해서 사회적 안전망을 위한 정책과 제도 마련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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