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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군산군도에 '플로팅 주차장' 조성해야"[인터뷰] 문창호 군산대학교 공과대학 건축공학과 교수
글 : 조종안 /
2017.01.01 16:19:15 zoom out zoom zoom in facebook twitter kakaotalk kakaostory

"고군산군도에 '플로팅 주차장' 조성해야"

[인터뷰] 문창호 군산대학교 공과대학 건축공학과 교수

 

새만금방조제와 고군산군도를 연결하는 국도 4호선 가운데 1, 2호 공구(신시도-무녀도)가 지난 7월 개통됐다. 나머지 3공구(무녀도-선유도-장자도)는 2017년 12월 완공 예정이다. 신시도-장자도 사이에는 6개 교량이 세워지고, 도로 양쪽에 보행로와 자전거 도로가 설치된다. 고군산군도는 60여 개의 구릉성 섬들이 무리를 이루는 천혜의 '해상공원'이다.

 

국도 4호선이 완전히 개통되면 도보나 자전거, 차량을 이용한 접근이 장자도까지 가능해진다. 따라서 선유도를 비롯한 고군산군도 관광 활성화는 물론 다양한 부수효과가 기대된다. 하지만 관광객 증가와 개발에 따르는 주차난과 편의시설 부족, 환경오염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아무런 준비 없이 관광객을 맞이한다면 청정지역인 고군산군도 전체가 오염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고군산군도 주변 해역은 최적의 플로팅 주거단지

문창호 군산대학교 건축공학과 교수가 고군산군도 주변 해상에 친환경 '플로팅 주차장'(부유식 주차장)을 설치하자고 제의해서 눈길을 끈다. 문 교수 연구팀이 작성한 조감도에 따르면 신시1도 플로팅 주차장에 402대를 비롯해 신시 2도 주차장 174대, 무녀도 주차장 629대, 선유도 주차장 310대 등 총 1215대 주차가 가능하다.

 

문 교수는 "프로팅(Floating)은 사전적으로 '물 위에 떠 있다'는 의미"라며 "플로팅 건축은 물에 뜨는 부유식 함체(pontoon) 위에 지은 주거 또는 업무를 위한 건축물을 말한다."고 정의한다. 이어 "수면 위 건물은 일정한 위치에 계류되어 있으며, 각종 전기·상하수도 등 서비스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물 위에 인공섬을 만들어 그곳에 건물을 짓는다고 생각하면 이해될 것"이라고 부연한다. 

 

플로팅 건축은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에 적합한 건축공법으로 발전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곶(串)과 만(灣)이 끊임없이 연결되는 리아스식 해안에다 섬이 많은 남해안과 서해안은 천혜의 적지라는 것. 그중 군산 지역(고군산군도) 해안은 수심이 일정하고 해안선이 만을 형성하고 있어 플로팅 주차장뿐 아니라 최적의 플로팅 주거단지로 평가된다.

 

플로팅 건축의 장점은 설치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건축물이 물 위에 떠 있으므로 이동이 가능하며 수위변화 대처에도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육지 건축물과 달리 주변에 가로막고 있는 장애물이 없다는 것도 큰 매력이다. 문 교수는 "지속 가능한 새로운 친환경 건축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아 일자리 창출과 주거난 해소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인다.

 

특히 교량으로 연결되는 신시도-무녀도-선유도-장자도 등의 주변 섬 20여 개가 병풍처럼 서로 감싸며 큰 바다 바람을 막아주는 방파제 역할을 해주고 있어 플로팅 건축물 안전에 문제 될 게 없다는 것이다. 아래는 지난 24일 군산의 한 카페에서 만난 문창호 교수와의 인터뷰와 이메일로 보내온 답변을 정리한 것이다.

 

건축 방식, 물과 공생하는 방식으로 패러다임 전환해야


- 플로팅 건축에도 종류가 있나?
"건축물 위치와 조건에 따라 플로팅 건축(Floating Building), 수륙양용 건축(Amphibious Building), 플로터블 건축(Floatable Building) 등 3가지로 구분된다. 그중 '플로팅 건축'은 부유 시스템(pontoon)을 갖고 있으며, 항상 물 위에 떠 있는 거주나 업무를 위한 건축물로 정의될 수 있다. '수륙양용 건축'은 강둑이나 호수 변에 위치하며, 자동차로 접근이 가능하고, 보트를 타고 건축물에 출입할 수 있다. '플로터블 건축'은 홍수 때 침수되지 않고 수면 위로 떠오르게 하는 부유식 구조이다."

 

- 기후변화를 예로 들면서 플로팅 건축의 필요성을 강조했는데? 
"지구 온난화가 계속되면서 해수면이 상승하고, 집중호우에 따른 홍수가 그치지 않고 있다. 태국에서는 2011년 7월부터 4개월 동안 국토의 3분의 1이 잠기고 760명이 사망하는 대홍수가 있었다. 독일에서는 2013년 6월 폭우로 유럽 제2의 다뉴브 강 수위가 500년 만에 최고를 기록하면서 수만 명이 대피했고 사망자도 수십 명 발생했다.

따라서 건축 방식을 보다 근본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제방을 쌓고 완전하게 차단하는 종전의 방식(against water)보다 차라리 물과 공생하는 방식(with water)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즉 강이나 바다 수위가 높아지는 현실에 적절하게 대응하기 위해 플로터블 건축(floatable building)이 적절한 대안이 될 수 있다."

 

2008년경부터 플로팅 주차장 연구 시작

 

- 플로팅 건축 발상지는 어느 나라인가?
"시기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1950~1960년대 미국에서 벌목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들이 뗏목으로 이용하다가 허드레 나무를 재료로 물 위에 집을 짓기 시작한 게 시초로 전해진다. 그 후 장점은 살리고 약점을 보완하면서 오늘날과 같은 건축으로 발전했다. 요즘엔 해수면이 육지보다 높은 네덜란드를 비롯해 독일, 스웨덴 등이 활용도가 높고 기술 면에서도 앞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 플로팅 건축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1995년 군산대학교에 부임해서 건축과 도시의 특성화에 고민했다. 다른 지역 대학과 차별화할 수 있는 건축 교육과 연구에 대해 전념하다가 군산의 지역 여건을 고려해 결정했다. 군산은 바다와 접한 도시이고, 많은 호수가 있어 물이 하나의 건축 테마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2004년부터 5년간 교육부 교육사업을 학과 교수들과 함께 연구하면서 주제를 '수·해양 건설'로 정했다.

후속 사업으로 2010년부터 한국 건설교통기술진흥원의 지역 혁신과제로 '플로팅 건축'을 제안하여, 다른 대학교수, 참여기업들과 팀을 이뤄 5년간 관련 연구를 시행하였다. 연구단장으로 활동하면서 유럽·미국 등의 다양한 플로팅 건축(주택, 카페, 호텔, 주차장 등) 모델을 답사할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플로팅 건축의 무한한 가능성도 확인했다. 군산이 플로팅 건축의 메카가 되기를 희망한다."

 

- 플로팅 주차장은 언제부터 연구하기 시작했나?
"고군산군도 연결도로 사업이 대두되던 2008년경부터다. 교량 완공으로 고군산군도가 개발되면 관광객 증가에 따라 이곳저곳에 신축 건물이 들어서게 된다. 그렇게 건물을 지으려면 산을 절개하든지 깎아내야 하므로 천혜의 자연환경이 파괴되는 것은 불문가지이다. 최소한의 자연 훼손을 고민하다가 착안한 것이 일거리 창출에도 도움 되는 플로팅 주차장, 카페, 식당, 호텔 등이다. 앞으로 주거시설도 병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풍차의 나라 네덜란드, 대규모 플로팅 주거단지 많아

 

- 플로팅 건축물이 여가생활 및 힐링에 미치는 영향은?
"국민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여가생활을 산보다는 물에서 즐기고자 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에서 해양공간은 개발 잠재력이 높은 미개척 분야로 볼 수 있다. 현재는 마리나를 중심으로 수상 레저가 시도되고 있다. 물을 본격적으로 즐기고자 할 때는 수변보다 수상으로 다가가는 것이 최상이다."

"플로팅 주택, 플로팅 호텔(펜션), 플로팅 이벤트홀, 플로팅 마리나, 플로팅 레스토랑, 플로팅 전시관 등이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의 플로팅 주거단지 주민들과 대화에서 '힐링' 환경의 일면을 볼 수 있었다. 그들은 거주 이유로 '평화로운 분위기가 좋아서', '이웃 사람이 좋아서', '자연환경이 좋아서' 등을 들었다. 짧은 답사 기간이었지만 플로팅 주택 생활이 매우 평안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 네덜란드는 풍차의 나라다. 그곳의 플로팅 건축 역사가 궁금하다.
"국토 상당 부분의 레벨이 해수면보다 낮은 네덜란드는 플로팅 건축 역사가 깊다. 잔잔한 바다, 강이나 운하에 다양한 형태의 플로팅 또는 플로터블(floatable) 건축이 건립되어 사용되고 있다. 특히 계획적으로 조성된 대규모 플로팅 주거단지가 많다.

강의 고수부지에 지어져 도로(자동차)와 수상(보트)으로 출입이 가능한 수륙양용 주택은 홍수 시에는 수위에 맞춰 떠오를 수 있는 플로터블 주택이다. 폭이 넓지 않은 운하에 건립된 플로팅 주거단지(단독주택)도 있다. 지하층은 2/3쯤 물에 잠겨있어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시원하여 쾌적한 침실로 이용되고 있다."

 

플로팅 건축물도 육지 건축물처럼 등기 가능

 

- 플로팅 건축의 국내 현황은?
"우리나라에서 대표적인 플로팅 건축은 2011년 준공된 세빛둥둥섬이다. 디자인이나 건축적인 측면보다 재정, 운영, 정책적인 측면에서 문제점이 많이 지적되어 제대로 사용되지 못하고 있다. 세빛둥둥섬은 유리한 재생에너지 활용이나 친환경 디자인 등의 요소는 별로 보이지 않고, 야간의 현란한 조명이나 조형성을 추구하는 외형 디자인에만 치우친 느낌이 있어 아쉽다.

또 한강에는 서울마리나, 플로팅 스테이지 등도 괜찮은 플로팅 건축물로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한강의 부유식 매점, 바다 낚시터의 부유식 펜션, 유원지 호수의 부유식 간이건물 등은 주요 구조부가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져서 안전성을 보장할 수 없다. 부유식 방파제나 부유식 부두 등이 콘크리트 구조물로 제작되어 비교적 안전하며, 이를 플로팅 건축의 함체로 이용하면 안전한 부유식 건축물이 실현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최근 서울시는 한강에 다양한 플로팅 구조물 설치를 계획하고 있다. 여의도 근처에 여객선 터미널을 플로팅 구조물로 추진할 계획을 진행 중이고, 밤섬을 찾아오는 철새를 관찰하기 위한 플로팅 구조물로 생태관찰 데크를 현상공모로 진행하여 내년에 준공할 예정이라고 한다. 경북 포항의 구항에도 대규모 플로팅 해양공원이 조성되고 있다."

 

-플로팅 건축물의 안정성을 의심하는 목소리도 있다
"플로팅 건축은 다각적인 조사와 시험을 거쳐 안전이 확보된 수면에 설치하기 때문에 우려할 사항은 아니다. 전기, 하수도 등 오·폐수 처리와 재난 대비 시스템도 갖춰져 있다. 그래서 여간한 태풍이 불어도 안에 들어가면 육지의 건축물처럼 안락감이 느껴진다. 태풍이 오는 날 스웨덴의 플로팅 호텔에서 묵은 적이 있는데, 불안이나 불편을 느끼지 못했다."

 

- 육지 건물은 신축 후 법원에 등기를 낸다. 플로팅 건축물도 가능한가?
"그동안 플로팅 건축물은 건축법 등 제도상의 미비로 허가(등기)를 낼 수 없어 재산권 인정이 불가능했다. 따라서 플로팅 건축 활성화에 가장 큰 장애물로 여겨졌다. 군산대학교 플로팅 건축연구단이 꾸준히 노력한 결과 2016년 건축법 및 건축법 시행령에 '부유식 건축물 특례'가 신설됐다. 플로팅 건축의 법적인 장애가 제거되어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군산에 플로팅 영빈관, 플로팅 홍보관 등이 필요한 이유

 

- 군산에 플로팅 영빈관, 플로팅 홍보관, 플로팅 수영장 등을 조성하자고 했는데?
"외지 손님에게 호텔 잠자리와 음식 대접만으로는 감명을 주지 못한다. 그래서 몇 년 전에도 청암산 아래 저수지(군산호수)에 플로팅 건축으로 숙소를 지어 군산을 찾아온 내·외빈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군산시에 제안했다. 선진지 방문과 연구 끝에 얻은 결론이다. 물안개 자욱한 청암산 기슭이 한눈에 들어오는 저수지에 호텔을 지으면 천혜의 아름다운 풍광에 흠뻑 젖으면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으로 최적이라는 생각이다.

그리고 군산 내항에는 일제강점기 수탈의 아픔을 말없이 증언하고 있는 부잔교(뜬다리)가 있다. 밀물과 썰물에 따라 오르내리는 부잔교는 일제가 더욱 많은 쌀을 가져가기 위해 플로팅 건축과 같은 개념으로 만들어진 부조물이다. 이처럼 아픈 역사의 현장이자 경치도 뛰어난 내항에 플로팅 홍보관과 수영장을 설치하면 이 모두가 조화를 이뤄 새로운 랜드마크로 떠오를 것이다." 

 

덧붙임: 문창호 교수는 1995년 군산대학교에 부임. 2004년~2009년 군산대 건축과, 토목과 교수진이 참여하는 교육부 교육사업 수·해양건설 교육 사업단 단장과 2010년~2015년 군산대가 주관하고, 한국해양대, 전남대가 참여하는 국토부 연구사업 '플로팅 건축 연구단' 단장 역임했다. 2016년 현재 군산대 플로팅 건축 연구센터 센터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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