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에는 충치 원인균들의 식량을 제거해서, 굶겨 죽이는 방법에 대해서 설명을 드렸습니다. 이번에는 치아를 튼튼하게 하는 방법 중에 치면 열구 전색(어금니 코팅)에 대해서 말씀 드리겠습니다.
영어로 실런트(Sealant), 한자어로는 치면(치아 표면) 열구(작은 계곡) 전색(메워서 막음), 말이 참 어렵습니다. 그래서 ‘어금니 코팅’이라고도 하지요. 사진1.에서 보시듯 어금니 씹는 면은 산과 계곡이 어지러운 모양으로 복잡한 구조를 이루고 있습니다. 하얀색의 실처럼 보이는 것은 떨어지고 일부 남아있는 실런트입니다. 문제는 계곡이 겉으로 보는 것보다 깊을 뿐만 아니라 그림1.에서 보시듯 그 단면은 항아리 모양으로 생겨서 충치를 일으키는 세균들이 편안히 들어앉아 맛있는 설탕을 마음껏 먹고 산성 용액을 배설할 수 있습니다. 일종의 세균 배양소라고나 할까요. 더 큰 문제는 산성의 배설물이 항아리 속에 고여 있어 침이나 마시는 물에 씻겨나가지 않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법랑질(치아 표면을 이루는, 인체에서 가장 강력한 경조직)이 제아무리 단단하다 해도 서서히 녹아내리게 됩니다. 즉 충치가 진행되는 것이지요.
조물주가 왜 인류의 어금니 구조를 이렇게 만들었는지 우리는 알 수 없지만, 치과의사들은 충치를 예방하기위해 계곡을 메워버리는 방법을 개발하게 됐습니다. 그것이 바로 치면열구전색(실런트)이지요. 그런데 전통적인(아주 오래전부터 시술해왔다는 뜻이지요.) 치면열구전색은 쉽게 탈락되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 이유는 계곡의 표면만 닦아내고 코팅제를 바르는데 그 코팅제가 항아리 안으로 스며들어서 항아리 자체를 막지 못하고, 그 자체의 접착력 또한 약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인류는 어금니 코팅술을 업그레이드하게 됐습니다. 이름하야 ‘레진 코팅’. 항아리 입구를 삭제해서 열어놓은 상태에서 흐름성 있는 레진(실런트보다 강도가 더 좋습니다.)으로 항아리 바닥까지 메꾸면서 어금니 씹는 면 전체를 코팅하는 것이지요. 물론 재료 자체의 접착력을 높이기 위한 과정이 추가 됩니다(사진2).
실런트 자체의 한계점이 있기는 하지만, 다행이도 대한민국에서는 첫 번 째 큰어금니(제 1 대구치)에 한해, 만 6세부터 14세까지의 어린이는 건강보험 급여 항목으로 실런트를 시술 받을 수가 있습니다. 실런트는 어금니 씹는 면에서 발생하는 충치를 예방하는 데 효과가 높은 시술임에 틀림없습니다. 아이들의 어금니를 살펴보시고, 실런트 또는 레진 코팅이 안 되어 있다면 당장 손잡고 치과에 가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