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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여고 졸업생들, 레드카펫 밟던 날
글 : 조종안 / chongani@hanmail.net
2016.06.01 17:29:37 zoom out zoom zoom in facebook twitter kakaotalk kakaostory

군산여고 졸업생들, 레드카펫 밟던 날

 

유귀옥 군산여고 총동문회장, “동문 모두가 주인공이 된 날이었죠!”

 


 

만개한 벚꽃이 월명산(105m) 자락을 아름답게 수놓았던 지난 42() 오후 2. 개교 100주년 기념행사가 열리는 군산여자고등학교(아래 군산여고) 교정은 그 어느 때보다 축제 분위기로 가득했다. 각지에서 참석한 동문은 2000명을 헤아렸다. 태평양, 대서양을 건너온 동문도 간간이 눈에 띄었다. 학교 앞 도로는 그야말로 인산인해. 손자·손녀를 서너너덧씩 본 반백의 할머니들이 대종상 영화제 시상식장에 나온 영화배우보다 화려한 의상과 미()를 뽐내며 레드카펫(Red carpet)을 밟았다.

여고를 졸업하고 처음 만난 옛 급우들과 손을 맞잡고 마냥 행복해하는 표정들. 삼삼오오 짝지어 학창시절 예절 교육을 받았던 향파관, 음악실, 신사임당 상, 새로 꾸며진 역사자료실 등을 돌아보며 아련한 추억을 더듬는다. ‘선배님!’이라 부르며 인사하는 손녀 또래 후배에게 다가가 두 팔로 포근히 감싸는 아름다운 모습도 보인다. 교정을 거닐며 여고 시절 기억들을 하나하나 더듬는 상기된 목소리에서 애틋함이 묻어난다. 반가운 친구들과 수다를 떨기에는 하루해가 야속할 정도로 짧았다.

 

군산여고 총동문회(회장 유귀옥)는 개교 100주년을 맞아 ‘100년의 향파, 1000년의 미래로란 타이틀을 내걸고 군산 시민과 함께 다양한 행사를 치렀다. 모교에 개교 100주년 기념비와 기념 공원도 조성했다. 헌 교실 두 칸을 리모델링해서 25천여 동문의 숨결이 느껴지는 역사자료실도 마련했다. 개교 100주년 행사기금 모금 운동이 예상외의 성과를 거둬 장학재단도 설립했다. 거금을 희사해서 개인 장학재단을 만든 동문도 있다. 백 년의 발자취가 고스란히 담긴 <향파 100년사> 발간도 현재 진행 중이다.

 

참석한 동문 모두 스타가 된 거죠

군산여고는 전북 최초 근대 여성교육기관으로 191641일 개교했다. 초기에는 군산심상고등소학교(군산초등학교 전신) 교실과 운동장을 빌려 수업이 이뤄졌다. 1921년 군산공립고등여학교로 정식 인가를 받고, 1923년 지금의 위치에 본관 건물을 신축하면서 공교육 기관으로서 면모를 갖춘다. 그 후 일제 식민치하, 해방정국, 한국전쟁 등 격동의 현대사와 고락을 함께하며 인재를 꾸준히 배출, 지역의 명문으로 입지를 굳혀왔다. (관련 기사 매거진군산’ 1월호 <친구들아 100주년 개교기념일에 만나자>)

 

지난 21() 오후 군산여고 교정, 개교 100주년 기념비 앞에서 유귀옥(45) 회장을 비롯해 김경선(총동문회 고문), 조미영(총동문회 고문), 정미란(총동문회 부회장) 동문을 만났다. 추억의 여고 시절로 시간여행을 떠난 60~70대 졸업생들은 이구동성으로 넓었던 운동장이 왜 이렇게 작아 보이느냐라며 애정 어린 푸념을 늘어놓는다. 그러면서도 새롭게 단장된 모교 모습에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100주년 행사를 성공적으로 마친 것에 대해 자축하기도. 아래는 행사를 총괄했던 유귀옥 회장의 소감이다.

 

"졸업생 24437(20163월 현재) 모두가 군산여고 100년의 주인공입니다. 행사를 동문 중심으로 추진해서 기념일과 직접 연관이 없는 기관장, 사회단체장 등에는 초대장을 보내지 않았죠. 레드카펫을 깔아놓은 이유도 거기에 있습니다. 참석한 동문 모두 그날의 스타가 된 거죠. 그동안 학교를 사랑하고 격려해준 시민과 함께하는 '군산의 축제'로 거듭나게 한다는 것이 제 각오였으니까요.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희미해진 기억을 더듬으며 소녀처럼 즐거워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감동적이고 멋져 보였어요.

 

국내는 물론 미국, 캐나다, 호주, 일본, 케냐 등지에 사는 동문도 먼 길 마다치 않고 참석해서 자리가 더욱 빛났죠. 어찌나 많이 왔는지 학교 앞 도로가 막히고 김현주(55) 이성당 사장이 제공한 케이크 봉지 1500개가 모자랄 정도였습니다. 야외에서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LED 스크린을 설치한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행사장에 입장을 못 한 동문이 많았거든요. 모교를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참여해준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찐한 모교 사랑에 눈물이 울컥

 

유귀옥 회장은 100주년 기념행사 추진 과정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에 따르면 2014년도 총동문회 정기총회 때 개교 100주년 기념행사 추진위원회(위원장 오양순)가 발족된다. 어떻게 하면 많은 동문이 축제에 참석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해외 거주 동문들에게 한국에 나올 계획을 세우신 분은 포커스를 개교 100주년 행사에 맞춰 달라는 내용의 안내장을 보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전화와 메일을 통해 문의하는 등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것.

 

개교 100주년 기념행사 기금으로 1억 원을 예상했는데 6억 원이 넘게 들어왔어요. 남편 사업체가 부도났음에도 5만 원을 가져온 동문도 있었고, 한 달 생활비를 뚝 떼어서 내준 선배도 있었습니다. 통장을 가져와 통째로 맡기는 동문도 있었죠. 수십 년 보관해오던 골동품을 처분해서 기금을 내준 해외 거주 동문도 있었고요. 여든을 훌쩍 넘긴 어느 선배 한 분이 ‘10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할 것을 생각하니 잠이 안 오고 가슴이 두근거렸다며 주머니에서 후원금 봉투를 꺼내 주는데 울컥 눈물이 나왔습니다.

 

총동문회 회장을 맡고 처음엔 걱정을 많이 했어요. 불황인 데다 시간이 촉박했기 때문이었죠. 눈만 뜨면 걱정, 걱정···. 잠을 설치는 날도 있었어요. 그래도 안 되는 것은 되게 하라는 신념으로 달려들었죠. 몇 개월 후부터 변화가 보이더군요. 제가 약국을 운영하는데, 보험공단에서 입금되는 약제비보다 동문들 찬조금이 더 반가웠습니다. 동문들의 정성이 담겨 있기 때문이었죠. 하루가 다르게 불어나는 통장을 보면서 자부심이 들고 자신감도 생겼습니다. 1년 남짓 동안에 6억이 넘는 기금이 들어왔으니까요.”


 

작품전시회 수익금은 모교 장학재단에 전달

 

행사를 앞두고는 재학생과 졸업생으로 구성된 ‘100인의 합창단이 창단된다. 창단 정신에는 군산의 문화예술을 시민과 공유하고 소통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한다. 100명을 계획했는데 선발과정에서 108(16~75)으로 늘어났단다. 합창단은 331일 오후 7시 군산 예술의 전당에서 군산시립교향악단과 협연을 펼쳤다. 이날 합창단은 멋진 화음으로 한국 가곡 <푸른 열매>, <남촌>, <강 건너 봄이 오듯> 등을 불러 뜨거운 찬사를 받았다.

 

유 회장은 음악은 어떤 언어보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고 했다. 참으로 멋진 무대였고 감동적인 밤이었다.”라며 어린 소녀들(재학생)과 할머니들(졸업생)의 화음이 멋지게 어우러지는 무대에 감격하여 울먹인 동문이 많았다.”라고 전했다.

 

시내 초중고 학생 500여 명이 참가한 향파 백일장을 비롯해 ‘KBS 도전 골든벨’, 동문 작가와 은사 작가가 참여한 작품전시회(서양화, 한국화, 서예, 문인화, 조각, 공예, 도자기 등)도 성공적으로 마쳤다.

 

그중 작품전시회는 군산 예술의전당 제1전시실에서 일주일(325~31) 동안 열렸다. 동문들과 시민의 성원에 힘입어 산돌학교(산돌갤러리)에서 2차 전시회(41~10)를 가졌다. 정미란(54) 부회장은 출품작 100여점 중 기증받은 작품을 판매해서 경비를 제한 나머지 금액(12백만 원)을 모교 장학재단에 전달했다고 귀띔한다.

 

조미영(43) 고문은 채만식 문학관, 금강호 시민공원 진포대첩비 등을 제작한 황순례(40: 전주대 명예교수) 동문의 재능기부가 있었기에 적은 돈으로 개교 100주년 기념비도 세우고 정원도 조성할 수 있었다.”라고 설명한다.

 

김경선(39) 고문은 개교 100주년을 앞둔 다른 지역 학교에서 문의가 들어오는 등 기념행사를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치렀다.”라며 화기애애했던 그 날의 학교 분위기를 전했다. 기념식을 앞두고 다양한 축하공연이 펼쳐졌고, 교정에서는 재학생들의 자선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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