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후 군산, 문화예술의 도시를 준비하라!”
임성용 군산 예깊미술관 대표를 만나다
군산 시립미술관 건립위원회(위원장 채명룡 전 군산대 총장)와 군산 예깊미술관(대표 임성용)은 지난 20일 오후 2시 군산대 황룡문화관에서 군산시립미술관 건립을 위한 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군산의 고유한 문화와 정서를 반영할 수 있는 다양한 의견과 대안이 제기됐다.
최병식 경희대학교 교수는 <지역미술관 파워와 새로운 패러다임>이란 주제발표를 통해 “시립미술관은 자연 친화적이거나 지역 사회에 분포한 유적지를 그대로 보존하면서 야외 시설을 활용하고, 주민과 함께 호흡하는 방법 등 다양한 대안이 모색돼야 한다.”라며 “시대적 변화와 새로운 패러다임 등 지역 사회의 한 부분으로 함께 호흡하고 소통하는 형태로의 전환을 이뤄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지송 감독은 “아직 어느 곳에서도 특별한 미술관을 만나본 적이 없는 만큼 군산만이 가질 수 있는 미술관이 만들어지길 바란다.”라며 “어느 한 지역의 건물들을 미술관으로 만들어 한 동네가 미술관이 될 수도 있다. 옆집이 미술관이고, 우리 동네가 미술관이고, 군산시가 미술관이 될 수는 없을까 생각하며, 향후 군산 비엔날레를 꿈꿔본다.”라고 희망을 밝혔다.
임성용 예깊미술관 대표는 “군산은 네 개 나라 국민(조선인, 일본인, 화교, 미국인)이 공존해온 도시다. 5년 후 군산은 다양한 문화예술 콘텐츠로 가득할 것이며, 그것들을 수용할 시설, 즉 뮤지엄(미술관)도 필요하게 될 것이니 지금부터 하나씩 준비해야 한다.”라며 “시립미술관 건립 예정 가능 부지로 근대박물관 부근, 군산 앞마다 금란도, 구 우풍화학 자리, 은파호수공원 주변 등을 꼽을 수 있다.”라고 대안을 제시했다.
이상훈 창작문화공간 여인숙(與隣熟) 대표는 “제대로 된 사설 갤러리 하나 없던 도시에 몇 년 사이에 원도심권을 중심으로 미술관을 비롯해 개인 공방과 작가 작업실이 늘고 있다. 월명동에만 공방 25개, 미술관 2개, 대안 공간 1개, 개인 작업실 10개, 문화예술단체 10개가 모여 있다.”라며 “그 어느 도시와도 차별화된 군산의 콘텐츠를 랜드마크 할 수 있는 시립 미술관을 어디에,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변화에 부응하는 미술관 건립해야!”
아래는 21일 오후 군산시 명산동 예깊미술관 사무실에서 만난 임성용 대표와의 인터뷰를 정리했다.
- 군산 시립미술관 건립위원회 발족 시기와 배경은?
시립미술관 건립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낀 각계 사람들이 지난 3월에 모여 건립위원회를 구성하고 4월에 발기하였다. 건립위원(14명)은 군산의 미술계를 이끌어온 원로들과 학계, 미술관 운영자들, 문화예술과 관계하는 사람, 그리고 언론과 선진지 외부 자문 위원과 일반 시민으로 구성됐다. 추진위원회가 할 일은 자료와 작품을 모으고 그것에 근거한 아카이브를 구성하는 것이다.
- 군산 시립미술관 건립의 당위성에 관해 설명한다면?
군산의 미래를 그려본다. 군산을 찾는 관광객 수가 급증하고 있다. 그들은 군산의 화려함을 찾는 게 아니고 역사의 흔적과 새로운 문화 콘텐츠를 보러 온다. 앞으로 5년 후 군산에는 다양한 문화 콘텐츠가 개발되고 또 그들을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있을 것이다. 그중 하나가 지금의 근대사박물관이고, 또 하나가 앞으로 세워질 시립미술관이다. 따라서 시립미술관 건립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다. 시민 모두가 주인의식을 가지고 변화에 부응하는 새로운 문화공간(미술관)을 준비해야 한다.
미술계 정서 바꾸는 작업이 건립위원회가 풀어야 할 숙제
- 최병식 교수는 “군산은 근대역사박물관, 근대건축관이 건립됐고, 히로쓰가옥, 동국사 대웅전(전시관), 채만식문학관 등 특화된 관광자원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지속 가능한 콘텐츠 구성과 변화하는 트렌드를 리더하기 위해서는 다양성 있는 문화시설과 내용으로 시민문화 향유권 신장, 지역 재생 활성화 등이 가능하다“라고 주장했다. 대안을 제시한다면?
트렌드 변화에 대한 내용을 들자면 첫째 다양성이 중요하다. 다양성이 있는 문화 시설은 많은 콘텐츠를 내포하게 된다. 따라서 제2, 제3의 매력적인 콘텐츠를 확산시킬 수 있을 것이다. 군산의 근대 문화자원은 전국의 어느 도시에서도 볼 수 없는 관광자원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것을 활용한 콘텐츠들이 자연 발생적으로 성장하고 있음을 시민은 지켜보고 있다. 문화자원과 자연 공간을 해치지 않는 범위 안에서 특화된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
균형 개발도 중요하지만, 신축 건물이 들어서는 우려를 배재할 수 없다. 일제 강점기 건축물로 인하여 이곳(군산)이 마치 일본의 도시를 흉내 내는 듯한 모양만 갖춰서는 안 된다. 근대를 거치면서 다양한 역사와 문화가 존재했던 것을 인지하고 광범위하게 고민해야 한다. 다양한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그래서 시민이 만족을 느낄만한 검토가 이루어졌을 때 부분별로 디테일하게 진행돼야 할 것이다.
- 최 교수는 지역 미술관 설립에는 그 지역 작가들의 전폭적인 노력과 참여, 기증 등이 절대적이라고 주장했다. 그에 대한 생각은?
깊이 공감한다. 그러나 지역 작가들의 노력과 참여를 끌어낸다는 것은 솔직히 어려운 일이다. 몇 년 전에도 뜻있는 미술계 선배들이 시립미술관 건립을 위해 노력했으나 호응을 얻지 못했다. 당시 미술인들은 포럼에도 참석하지 않았다고 한다. 시립미술관 추진 반대가 아니라 더 지켜보겠다는 의미였던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러한 군산의 미술계 정서를 바꾸는 작업이 이번에 출범한 건립위원회가 풀어야 할 숙제라고 생각한다.
“시립미술관 건립, 시민의 이해 높이고 호응 얻어야 성공해”
-토론 열기가 무척 뜨거웠다. 그만큼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특히 이지송 감독 발표에서 “새 건물을 신축하기보다는 비어있는 건물을 매입하거나, 시가 소유하고 있는 건물을 리모델링해서 미술관으로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대목이 눈길을 끌었다.
군산에는 일제강점기 건물이 170여 채 남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한 빈 건물들을 활용해 예술과 문화의 메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 즉 군산 전체가 미술관이었으면 좋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시가 소유하고 있는 건물을 리모델링해서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에도 공감한다.
그러나 시립미술관은 전시 규모, 현대 미술의 특수성, 미래 발전 가능성을 폭넓게 생각해야 한다. 현대 미술은 미처 상상하지 못한 작품들이 주를 이룬다. 어떤 전시에도 탄력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미술관이 필요하다. 과거 건축 방식으로 만들어진 미술관은 한계점을 보이게 될 것이고, 또 다른 미술관을 건축해야 할 시기가 도래할 것이다. 대형 건설장비가 안으로 드나들 수 있는 그런 미술관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 시청을 비롯해 관계 공무원들을 상대로 포럼을 개최하면 좋겠다는 의견 있었는데?
시립미술관 같은 특수한 건물을 신축하려면 공무원들도 그만한 지식이 필요할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가벼운 토론 형식의 세미나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미술관에 대한 시민의 이해도를 넓힐 수 있는 시민 참여 방송 토론도 중요하다. 시민의 알권리와 투명성이 보장돼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미술관은 특수한 건축물이어서 시민의 이해를 높이고 호응을 얻어야 성공할 수 있다.
다른 지역에 모범 사례가 되는 미술관 만들어야
- 시립미술관이 탄생하면 충남 전북 일부를 흡수하면서 군산예술의 랜드마크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군산의 독특한 이미지를 살린 자연 친화적인 뮤지엄(미술관)을 건립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그에 대한 생각은?
미술관은 그 도시의 ‘랜드마크’이다. 당연히 자연 친화적이고 아름다워야 한다. 자연은 그 자체로 아름답고 소중하다. 미술관이 들어가서 자연의 아름다움이 손상된다면 처음부터 들어서지 말아야 한다. 그만큼 자연적인 요소에 잘 끼워 들어가야 한다는 얘기다. 또한, 미술관이 들어섬으로써 자연이 더 아름다워질 수도 있다, 미술관은 인간의 정서적 욕구를 해소해주는 공간으로 자연과 한살이 되듯 해야 한다.
군산의 독특한 이미지와 자연 친화적인 우수한 미술관 건립을 위해 고민하고자 시립미술관 건립위원회가 출범했다. 시립미술관이 들어서면 인근 지역 주민도 이용할 것으로 사료된다. 그러나 충남과 전북 일부 지역을 흡수한다는 의미보다는 끊임없는 노력과 콘텐츠 개발로 그들에게 모범 사례가 되고, 그 지역 미술관 건립에 방향성을 제시하는 역할도 병행해야 한다.
- 시민의 다양한 문화적 욕구에 부응하는 미술관이 되기 위해서는 누구나 편하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하고, 수준 높은 전시기획, 지역 미술사 연구(정리)가 뒤따라야 한다. 또 새로운 프로그램을 개발 추진해야 할 것으로 생각되는데?
동감이다. 시민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편의시설과 연계된 지역에 미술관을 설치하는 것도 참여도를 높일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라 생각한다. 전시 기획에 대해서는 지역 학예연구사들의 전문적인 프로의식과 노력이 가미돼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지역의 미술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저장 공간이 필요하다.
남녀노소가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우수한 프로그램 개발로 미술관을 찾는 연령층의 다양성도 놓치지 말아야 할 중요한 사안이다. 각계 전문가와 주민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한 품격 높은 미술관이 들어서고 시민 개개인이 고향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홍보대사로 나선다면 관광객은 지역민의 친절한 서비스에 감탄하여 군산을 다시 찾게 될 것이다.
- 덧붙이고 싶은 내용은
시립미술관 건립은 인문도시를 지향하는 군산의 문화예술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작업이다. 앞으로 세계는 각 나라와 도시의 예술 문화 콘텐츠를 활용한 시설과 전시물로 교류하고 소득을 증대하게 될 것이다. 군산 역시 다양한 문화 예술의 숨결이 느껴지는 도시로 거듭날 것이라 믿는데, 그중 하나가 시립미술관 건립이다. 민·관이 협력하고 예술인들의 재능기부로 군산을 랜드마크 화 할 수 있는 미술관을 건립해야 한다. 그에 대한 의지와 공(功)은 미술관 주인이 될 시민의 몫으로 돌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