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은 군산의 미래를 이끌어갈 동량들
가슴이 따뜻한 남자, 이강휴 청소년자치연구소 전문위원장을 만나다
“세월호 참사 2주기(4월 16일)를 맞아 청소년자치연구소 역사동아리 학생들이 정성껏 만든 리본입니다. 미래를 이끌어갈 꿈나무들의 정성과 사랑이 담겨 있으니 당연히 달고 다녀야죠, 봄비가 목마른 대지를 촉촉이 적시던 날, 거리에서 리본을 나눠주는 학생들을 보면서 잔잔한 감동과 함께 책임의식을 느꼈죠. 2년 전 진도 앞바다에서 참사가 일어났을 때도 회의감이 들면서 ‘우리 사회에 책임지는 진정한 어른이 없구나!’ 소리가 튀어나왔거든요.”
사단법인 청소년자치연구소 이강휴(44) 전문위원장이 세월호 리본을 옷깃에 달고 다니는 이유다. 그는 “저도 이제 40대 중반으로 접어들었습니다. 세월호 참사가 있던 2년 전까지만 해도 어리다고 생각했는데, 청소년을 지키고 또 일정 부분 책임져야 하는 어른이 된 거죠.”라며 “이 리본은 어른의 상징이기도 합니다.”라고 덧붙인다. 손으로 노란 리본을 가리키는 그를 보면서 의식 있는 남자. 가슴이 뜨거운 남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토요일(23일) 오후 군산시 명산동에 있는 청소년자치연구소에서 이 위원장을 만났다. 그의 본업은 이강휴 내과의원 원장(심장전문의)이다. 1년 전 지인의 권유로 청소년자치연구소와 인연을 맺었단다. 전북 고창이 고향인 그는 2013년 봄 군산에서 병원을 개업한 전후 사정을 비롯해 ‘청소년의 미래’, ‘청소년 자치’의 중요성 등 청소년 문제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거침없이 털어놨다. 아래는 이 위원장과의 인터뷰를 정리한 것이다.
청소년 역사의식, 기성세대가 생각하는 것보다 높아
- 전북 고창이 고향이고, 전주에서 의대를 다닌 것으로 알고 있다. 군산에 병원을 개업하게 된 특별한 동기나 계기가 있는지?
“의대를 졸업하고 군의관 3년(2004~2007)을 군산 공군부대에서 근무했다. 그런 인연으로 전북대병원에 근무할 때도 군산 환자들이 친숙하게 느껴졌다. 분초를 다투는 심장병 환자들이 응급처치를 제대로 못 해 생명을 잃거나 회복이 늦어지는 경우를 종종 보면서 가슴이 아팠다. 몇 년 후 ‘동군산병원’에서 근무할 때는 빠른 치료가 가능해 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었다. 회복도 빨랐다. 심장병은 치료보다 예방이 중요하다는 것도 절실히 깨달았다.
또 하나는 군산의 의료 역사다. 2011년 초여름 어느 날 <오마이뉴스> 기사(<군산의 첫 서양병원, '구암병원'에 얽힌 사연>)를 통해 군산 의료 역사가 전주보다 2년 앞선 것을 알았다. 병원을 어디에서 개업할 것인지 고민할 때였고, 평소 관심이 많은 분야여서 흥미를 끌었다. 그 후 군산의 다른 역사에도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군산 역사를 공부하던 중 성경 말씀(시편 16편 6절: 내게 줄로 재어 준 구역은 아름다운 곳에 있음이여 나의 기업이 실로 아름답도다)이 떠오르면서 의사로서 사명을 감당할 수 있는 구역이 군산임을 자각하게 됐다.”
- 청소년자치연구소(달그락달그락)와 인연은 어떻게 시작됐나?
“작년 봄 지인의 권유로 참여하게 됐다. 처음엔 부담됐지만 지금은 사명으로 생각한다. 짧은 기간에 기대 이상의 성과도 거뒀다. 청소년자치연구소는 청소년이 살기 좋은 지역을 만들기 위한 공간이다. 청소년연구, 네트워크, 사회참여, 진로지원, 공유변화 등 여러 방식으로 활동하면서 시민의 관심과 참여로 청소년 친화적인 군산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지역의 변화는 곧 사람이 변화하는 것을 뜻한다.
‘달그락달그락’은 청소년자치연구소의 다른 표현이다. 청소년들이 무료로 자유롭게 이용하는 공간이다. ‘달그락’은 작고 단단한 물건이 잇따라 흔들리면서 맞닿는 소리로 청소년들의 활동을 의미한다. ‘달그락’이 두 번인데 앞 달그락은 청소년이 내는 소리고, 뒤 달그락은 청소년들의 목소리와 움직임으로 사회가 긍정적으로 변하는 소리다.”
- 청소년들과 호흡을 함께하면서 느낀 점은?
“죄송한 부분이지만 청소년들을 자주 만나지는 못한다. 대신 이것저것 지시를 하는 게 아니라 그들이 활동할 수 있도록 공간을 마련해주기 위해 사명감을 가지고 노력한다. 청소년들은 역사의식, 참여의식 등이 기성세대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높다. 정치, 경제, 사회, 역사, 문화 등에도 관심이 많아 자리면 마련해주면 새로운 정보도 공유하고 토론도 하는 등 자기들끼리 잘 논다. 청소년들은 건전한 놀이를 통해 남을 배려하는 마음과 자신의 소중함, 존재의 가치 등을 배운다.”
“청소년들에게 부담되는 질문은 자제해야!”
- ‘청소년 연구소’에 ‘자치’가 들어가고, 이 위원장도 ‘자치’를 강조한다. 그 이유는?
“‘자치’란 자기 인생에서 주인의식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주인의식을 가지고 청소년기를 보낸 친구들은 대학에 들어가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한다. 사회에 나와서도 마찬가지다. 유명한 정신의학자 알프레드 아들러(Alfred Adler)는 ‘주어진 것이 무엇이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주어진 것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했다. 유전적 환경은 바꿀 수 없지만, 미래의 나는 의지와 노력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 군산의 공간과 이미지를 거론했다. 어떤 이미지, 어떤 공간이 살기 좋은 도시라고 생각하나?
“포르투갈 수도 리스본을 여행한 사람들은 로마나 파리처럼 유명한 역사기념물이나 관광 명소는 없지만, 구식 전차나 케이블카 등을 타고 골목골목을 누비다 보면 리스본 특유의 평온하고 아름다운 매력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명품도시를 지향하는 군산 역시 가슴으로 느껴지는 이미지가 필요하다. 그 어느 유명도시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공간과 이미지를 간직한 도시가 바로 명품도시 아니겠는가.
특히 군산 예술의전당은 시민은 물론 외지인도 많이 이용하고 있어 군산의 상징물이 됐다. 그럼에도 주변 조형물과 분위기는 그렇지 못하다. 군산 역사가 느껴지는 상징물이 보이지 않고, 다른 도시와 별로 다를 게 없다. 넓은 야외를 지역 사람들이 살아온 이야기나 상징물로 채우면 더욱 멋진 공간과 군산만이 지닌 독특한 이미지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얼마 전 산책을 나갔다가 길가에 외롭게 서 있는 시내버스 정류장을 발견했다. 버스를 기다리는 손님이 없어 무척이나 삭막하고 쓸쓸해 보였다. 문득 저 버스정류장 벽면을 60~70년대 약품 광고나 시대를 반영하는 구호, 그림 등으로 재미있게 꾸미면 어떨까 생각했다. 어느 한정된 공간에서 과거와 현재가 적절히 어우러질 때 보는 사람이 여유와 행복을 느끼기 때문이다.”
- 청소년 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에 대한 견해는?
“어른들의 교육관과 시각이 먼저 변해야 한다. 오늘 오전 나보다 훨씬 젊은 손님을 만났는데 깨달은 게 많다. 20대 후반인 그의 말에 따르면 ‘너는 어느 대학에 갈래?’ ‘어떤 직업을 가지려 하느냐?’ 등 청소년들에게 부담되는 질문은 자제해야 한다. 그런 질문은 소외감, 박탈감만 키울 뿐이다. 따라서 어른들은 가르치려고만 할 게 아니라 학생들이 무엇을 요구하는지 알아야 한다. 즉 학생 중심의 교육, 학생들이 잠재력, 창의력 등을 발휘할 수 있는 열린 교육이 필요한 시점이다.”
“미래를 설계하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 청소년들이 애향심을 키울 수 있도록 군산만의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천하고 싶은 군산의 스토리는?
“군산은 미래를 약속한 땅, 고군산군도를 비롯해 전국 어느 도시에도 없는 은파호수공원과 월명공원 저수지, 삼국 시대 사찰들, 조선 시대 향교와 서원, 근대역사박물관 등 아름다운 휴식 공간과 명소가 많다. 그리고 수많은 전설과 유적이 보존되고 있으며 얽히고설킨 고전과 민속놀이, 시간여행을 즐길 수 있는 건축물과 근현대사가 기록으로 전해지고 있다.
군산의 근·현대사에는 ‘최초’라는 타이틀이 자주 들어간다. 그중 개항(1899) 이전 선교사들 활동, 서양 의료 발자취, 영명학교 학생들 활약, 일제의 쌀 수탈과 옥구농민항쟁, 왜곡된 경제성장, 소설 <탁류>에 등장하는 명소들, 군산 야구 100년사, 권번(券番) 역사와 일제강점기 예기(藝妓)들 활동, 군산이 본고장으로 밝혀진 민살풀이와 부채춤의 비하인드 스토리, 새만금 공사 등 수많은 이야기를 적재적소에 장식하면 이게 바로 군산만의 역사요 스토리라고 생각한다.”
- 한 가정의 가장으로,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로, 청소년자치연구소 위원장 등 하루가 무척 바쁠 것 같다. 어려운 일에 직면했을 때 어떻게 대처하나?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있어 그런지 생활에서 별 어려움을 느끼지 못한다. 병원에서 나는 진료만 한다. 간호사가 필요할 때는 현직 간호사들이 면접하고. 행정 사무는 아내가 도맡아 한다. 가끔 학생들과 자리를 함께하는데 그들과의 호흡을 통해 배우는 게 많다. 대신 청소년들에게 당부의 말을 전하고 싶다.
미래를 바라보고 설계하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다가오는 미래 과제(진로 고민, 어려움, 고난, 시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