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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대곤 소설집 '퍼즐' 환각
글 : 이진우 /
2016.02.01 14:07:26 zoom out zoom zoom in facebook twitter kakaotalk kakaostory

잘못한 건 없고 더 이상 견딜 수 없으니 잠이나 한숨 자게 살려달라고 두 손으로 싹싹 빈 거야.”

전무님 굉장하셨군요.”

다 켈로 부대 시절 먹었던 흙질백장 덕분이었다는 것 아니냐.”

! 전무님 대단하십니다.”

이제 오 마담도, 정력도 다 지나간 이야기야. 꿈이여 다시 한 번이다.”

아쉽겠군요.”

아쉬운 건 또 있어. 해구신을 놓친 거야.”

이제 삼 단계다. 전무 이야기의 결론 지점에 이른 것이다. 특히 이 부분은 아예 처음 듣는 척 해주어야 한다.

해구신이라면 물개 물건의 상징 아닙니까?”

그렇지, 한데 나는 그놈의 물건과는 인연이 닿지 않았어. 그때 느낀 것이지만 흙질백장이나 해구신 정도는 무릇 인연이 닿아야 맛이라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지금부터는 전무 말에 변죽을 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물개 이야기는 여러 번 들어도 지루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 정량인 소주 두 병이 바닥을 보이고 있는 것을 보면 이야기도 거의 끝이 나고 있는 것이다. 햇볕이 쏟아지는 7월이었다고 했다. 초소가 한증막 같아서 멀찍이 떨어진 바위 그늘에 누워있는데 보초를 서던 졸병 녀석이 허겁지겁 달려오고 있었다.

임마 무슨 일이야?”

물개가 왔습니다.”

뭐야? 똑바로 말해.”

물개가 떠 내려왔다니까요.”

물개가 맞아?”

틀림없어요.”

살아있냐?”

뻗었습니다.”

병신새끼, 따라와!”

물개의 시체를 초소 앞까지 끌어다놓았다. 턱수염까지 늘어뜨린 물개가 분명했다. 죽은 것은 아니고 기절한 듯싶었다. 그것도 수놈이었다. 모래 위로 끌어내고 보니 신이 팽팽하게 부풀어 있다. 말로만 듣던 해구신을 본 것이다. 갑자기 욕심이 났다. 불문곡직 대검을 들고 달려들었다. 막 칼질을 하려다 갑자기 손을 멈추었다. 순간적으로 대대장의 얼굴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머리 회전이야 누가 홍 중사를 따를 수 있을까? 해구신 하나면 이 지겨운 초소를 떠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번개같이 떠오른 것이다. 아쉬운 마음을 접고 서둘러 대대장에게 직통보고를 올렸다.

뭐야? 임마, 홍 중사 너 이 새끼 이 딴 걸 보고라고 하는 거야?”

유선으로 들리는 대대장은 오히려 불같이 화를 내고 있었다.

그게 말입니다.”

씨끼, 이 새끼야, 물개가 간첩이냐?”

해구신이 달려있다니까요.”

? 그게 달려있어?”

해구신이라고 하니 당장 알아들었다. 해구신이 정력에 좋다는 소리는 들어본 모양이다. 머리 회전이 둔한 대대장이 해구신이 물개 그것이라는 것을 깜박 혼동했던 모양이다.

, 그렇습니다.”

그래? 너 현장 그대로 보존해.”

급해진 대대장은 말투까지 바뀌어 있었다.

지금 초소로 간다.”

전화기 속으로 지프의 엔진 시동 소리가 들리는 듯싶게 서두르는 것이 눈에 환하게 보이는 듯 했다. 현장을 보전해야 할 것 같았다. 한데 엉뚱한 문제가 생기고 말았다. 대검을 현장에 놓고 초소로 들어간 것이 잘못이었다. 졸병들이라고 남자가 아닐까? 일생에 한 번 올까 말까한 기회를 놓칠 사내들이 아니다. 상관이라고 양보할 게 따로 있지. 맞아 죽는다고 해도 먼저 먹고 볼 일이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날걸로 한 입씩 물고 볼이 터지게 우물거리고 있었다. 볼따구니를 쥐어박아 뱉어내게 한들 무슨 소용인가? 벌써 끝난 일이다.

해구신 떼어먹었다고 군기 위반도 아니다. 참으로 난감했다. 달려오는 대대장의 지프차 소리가 탱크소리처럼 크게 가슴 속으로 쿵쾅거렸다. 궁지 통이라고 했던가? 순간 홍 중사 머릿속으로 번개 같은 섬광이 지나갔다. 초소 앞마당의 모래 위에 배를 깔고 누워 헐떡거리고 있는 경비견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소총 가져와.”

놀란 사병 한 명이 달려가 실탄이 든 소총을 들고 와서 차렷 자세로 섰다.

.”

?”

영문을 모르는 졸병의 얼굴이 파래졌다. 홍 중사가 경비견을 손으로 가리켰다. 겨우 정신을 차린 사병이 두려운 눈으로 두어 걸음 물러섰다. 급한 마음에 홍 중사가 와락 달려들어 소총을 빼앗아 들고 방아쇠를 당겨버렸다.

.”

총소리와 함께 초소의 지킴이 경비견이 펄쩍 공중으로 뛰어올랐다가 풀썩 떨어져 사지를 버둥거렸다. 홍 중사는 제 정신이 아니었다. 허겁지겁 대검으로 놈의 물건을 잘라들고 물개에게 달려갔다. 그리고 해구신 자리에 경비견 물건을 매달았다. 근사했다. 눈여겨보지 않으면 알 수가 없다. 하물며 물개를 처음 보는 대대장이 눈치를 챌 리가 없다. 대대장의 지프가 초소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보면서 홍 중사는 겨우 이마의 땀을 씻고 음흉한 웃음을 웃었다.

대대장도 급했다. 삶고 자시고 할 것도 없었다. 아니 군인이라면 당연히 그래야 했다. 소주 한 잔에 날 것으로 소금을 찍어 꿀꺽하고 말았다. 한쪽씩 나누어 먹어보자는 말 한마디 없는 대대장에게 홍 중사는 배신감을 느끼면서도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임마, 왜 웃어?”

체신도 없이 허겁지겁 먹어버린 것이 멋쩍은지 대대장이 홍 중사에게 너스레까지 떨었다.

충성! 대대장님.”

좋아.”

이쯤해서 홍 전무의 이야기는 끝이 나게 되어있다. 해구신을 날것으로 먹는 것인지 삶아서 먹는 것인지 따질 필요도 없다. 누구도 홍 전무의 말을 믿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허황한 홍 전무의 물개 신 바꿔치기에 힌트를 얻어 이번 메추리 음모를 계획할 수가 있었다. 이제 서서히 아부를 시작할 때가 된 모양이다.

에이 씨팔, 이것도 보신탕이라고.”

잘 먹던 개고기에 괜한 트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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