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盈科後進[영과후진]
글 : 이영진 / younggeen2@naver.com
2016.01.01 09:52:52 zoom out zoom zoom in facebook twitter kakaotalk kakaostory

동아일보의 을미년 한해 10대 뉴스로 메르스 방역시스템 붕괴, 성완종 리스트, 역사교과서 국정화, 간통죄폐지, 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 리퍼트 주한 미대사 테러, 안철수 새정연탈당, 북한 DMZ 도발, 피아니스트 조성진 한국인 첫 쇼팽콩쿠르 입상, 민주노총 광화문 시위 등이 꼽혔다고 합니다. 을미년 한 해 어느 한 날, 위정자나 시민이나 맘 편하게 살아온 날이 없는 듯합니다. 더 좋은 세상을 위해서 노력 하는 것이야 살아있는 사람들의 몫이니 당연히 치열할 도리 밖에 다른 길은 없을 것이지만, 평온한 사람들의 바람만으로 더 나은 세상을 단번에 이루는 것은 꿈에서나 가능한 일일 것입니다.  

그래서 떠 올려본 고사성어가 영과후진[盈科後進] 이라는 고사성어입니다. 맹자가 한 말씀이라는데 “물이 순서를 건너뛰지 않고 흘러가기에 마르지 않는다”는 ‘뜻이 있습니다.

“원천혼혼(原泉混混), 불사주야(不舍晝夜)”
“근원이 깊은 샘물은, 밤낮을 가리지지 않고”
“영과이후진(盈科而後進), 방호사해(放乎四海)”
“물구덩이를 다 채우고 난 뒤에 흘러 결국 바다에 이른다.”(맹자 이루하, 孟子 離婁下)

 물이 빨리 바다에 도달하려고 겅중겅중 뛰어간다면, 강물이 계속 흐르지 못하고 말라버릴 것입니다. 흐르는 물과 물 사이에 조금의 틈도 없이 계속 이어지므로 강물은 마르지 않는 것입니다. 그래서 ‘영과후진’은 사람이나 사물의 성장과 관련해서 빠른 속도보다 적정한 속도를 중시하는 뜻으로 널리 쓰이게 되었습니다. [영과후진-라디오시사고전]

 이 물을 도에 빗댄 말씀은 노자의 상선약수(上善若水)라는 말에도 잘 나타나 있는데, 그 뜻은 「가장 좋은 것은 물과 같다. 물은 온갖 것을 잘 이롭게 하면서도 다투지 않고, 모든 사람이 싫어하는 낮은 곳에 머문다. 그러므로 도에 가깝다. 살 때는 물처럼 땅을 좋게 하고, 마음을 쓸 때는 물처럼 그윽함을 좋게 하고, 사람을 사귈 때는 물처럼 어짊을 좋게 하고, 말할 때는 물처럼 믿음을 좋게 하고, 다스릴 때는 물처럼 바르게 하고, 일할 때는 물처럼 능하게 하고, 움직일 때는 물처럼 때를 좋게 하라. 그저 오로지 다투지 아니하니 허물이 없다. (上善若水. 水善利萬物而不爭, 處衆人之所惡, 故幾於道. 居善地, 心善淵, 與善仁, 言善信, 正善治, 事善能, 動善時. 夫唯不爭, 故無尤.)」(노자(老子)

 노자의 물에 대한 비유처럼 사람의 삶이 물의 지혜를 닮아가고, 맹자의 영과후진의 지혜처럼 올곧을 길을 묵묵히 정진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병신년(丙申年) 새 해에는 국회의원 선거가 있는 해입니다. 깊은 샘에서 맑은 물이 솟듯 신선한 생각과 좋은 정책을 담은 정치인들이 많이 등장해 오랫동안 사람 곁을 흘러 사람을 이롭게 하는 정책을 만들고, 시민들의 풍요와 행복을 지켜주는 사회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봅니다. 더러는 깊은 웅덩이를 만나 물을 다 채우고 돌아갈 기다림도 있으니 행여 만나는 웅덩이에 낙심하지 말고 더 열심히 정진하는 삶의 자세로 한 해를 살아간다면, 올 한해 좋은 일들이 여러분과 함께 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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