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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해망동 선창가 열두냥짜리 인생
글 : 조종안(시민기자) / chongani@hitel.net
2011.12.01 11:52:50 zoom out zoom zoom in facebook twitter kakaotalk kakaostory

황금빛 '참조기'가 30년 만의 풍어를 맞았다. 아니 40년 만이란다.  부둣가 선술집과 공판장에서 흘러나오던 한숨은 즐거운 비명으로 바뀌었다.  바다 용왕님이 어렵게 살아가는 우리 어민들을 긍휼히 여기신 모양이다.  11월 첫 번째 조금(음10월 8일)에 이어 두 번째 조금(음: 10월 23일)에도 군산수협 해망동 공판장을 찾았다.  고깃배(안강망)마다 만선으로 풍성해진 부둣가는 보는 것만으로 배가 부르고 팔에 힘이 솟는다.  선주도 선원도 친구요, 형제요, 이웃 아니던가.

 

 

 

새벽 5시. 아직은 깜깜한 밤인데도 해망동은 대낮처럼 밝다.  가게들이 잔칫집 마당처럼 백열등을 밝혀놓았기 때문.  생선가게 주인으로 보이는 부부가 참조기 상자를 차에 싣느라 땀 흘리는 모습이 부럽게 보인다.  공판장은 하루를 준비하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길 좀 비켜주세요!"라며 고성을 지르는 기사 아저씨부터 생선 상자를 배에 싣는 선원들.  얼음이 가득 담긴 손수레와 오토바이를 끌고 오가는 인부들. 공판장을 기웃거리는 상인들, 허리를 활처럼 구부리고 조기 상자를 쌓는 아주머니들.

 

'거리의 카페'로 불리는 포장마차도 손님으로 만원이다.  해장국이 생각나는 새벽인데다 바닷바람이 쌀쌀하니 사람들이 모여들 수밖에.  선원으로 보이는 젊은이들이 노릇노릇하게 구워낸 샌드위치를 게걸스럽게 먹고 있다.  침이 꼴깍 넘어간다.  하나 사 먹고 싶은데 시간이 없어 유감이다.  공판장 건물을 보니 반가움이 앞선다.  일제강점기(1918년)에 준공되어 시민과 애환을 함께해온 공판장이 2009년 10월 '비응항'으로 옮겨간다고 해서 서운해 하다가 군산시에서 계획을 수정, 해망동을 수산물 가공 거점단지로 조성한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  "까르륵, 까르륵"  배 위를 맴도는 갈매기들 울음소리가 귀청을 때린다. 참조기가 가득가득 담긴 생선 상자가 부딪치는 소리도, 작업하는 인부들 고성도 갈매기 울음소리에 가려 멀찌감치 들린다.  배마다 만선이니 갈매기들이 먹이를 찾아 모여들 수밖에.

 

"상자 하나 옮기는 데 700원"

 

 

 

온화한 인품이 돋보이는 아저씨가 생선 상자를 나르고 있기에 다가갔다.  만선의 기쁨을 만끽하면서 뒤치다꺼리해주는 선주(船主)로 알고 말을 붙여볼 요량이었다.  그러나 예상은 빗나갔다.  부둣가에서 35년째 막노동으로 생활을 유지하는 노대평(67세) 아저씨였기 때문이다.  아저씨에게 하루 품삯은 얼마씩 받느냐니까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나는 선창가 '열두 냥짜리 인생'이요!"라며 자신을 소개한다.  이어 "일당은 없고 상자를 옮기는 수대로 먹어요."라며 상자 하나 옮기는데 700원씩 받습니다."라고 한다.  힘든 일을 하면서도 여유가 넘친다.  아저씨는 새벽 3시에 일어났단다.  하루 수입은 들쑥날쑥.  5만 원도 좋고, 7만 원도 좋고, 10만 원도 좋단다.  최고 기록은 20만 원이란다.  고깃배들이 매일 만선으로 입항해서 정신없이 바쁘면 좋으련만, 그렇지 못하기에 '열두 냥짜리 인생'이라는 것.  노랫말 '비 오는 날은 공치는 날'이 떠오르면서 고개가 끄덕여진다.

 

씨알이 굵은 조기는 뛰고, 작은 조기는 내려

 

 

 

<첫번 째 사진>

군산수협 김형문(46) 해망동 공판장장은 "올해는 수온이 알맞게 형성되어 풍어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며 "다음 조금(12월)부터 어획량이 조금씩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는데, 아무튼 날씨가 좌우한다."라고 말했다.  날이 추워질수록 조기 씨알도 작아지고, 따뜻한 남쪽 해역으로 내려가기 때문이라는 것.  군산수협 소속 안강망 어선은 모두 17척(70톤~120톤). 조금날(18일) 들어온 두 척과 이날(19일) 들어온 여섯 척의 어획량은 1100~1300상자.  작년에는 한 척당 600~700상자를 잡아도 괜찮다고 했는데, 출어 때마다 만선인 올해는 1000상자가 넘어야 만족한단다.  김 공판장장은 지난 조금에 비해 어황이 조금 못하다고 전했다.  17척 중 절반은 지난 조금과 비슷하고, 절반은 약간 떨어졌다는 것.  조기 씨알도 작아졌단다.  가격도 20만 원을 호가했던 상자(300마리)가 전날(18일)에 15만 원 나갔다고.  반면 지난 조금에 40만 원 호가했던 상자(200~230마리)는 60만 원까지 뛰었다고 한다. 

 

새벽 5시 30분, 정적을 깨뜨리는 사이렌 소리를 신호로 경매가 시작된다.  이야기꽃을 피우던 중매인들과 대매인(중매인에게 수수료를 주고 구매하는 중간상), 구경나온 시민들이 참조기 상자가 산더미처럼 쌓인 공판장으로 모여든다.  경매는 경매사(세리꼬), 경매보조원(보사시), 속기사(하마조) 세 사람이 한 조를 이뤄 진행된다.  세 사람의 팀워크가 잘 발휘돼야 경매가 순조롭게 진행된단다.  특히 경매사 위치는 대단히 중요하다.  그날 시세는 경매사 손에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경매는 정현용(54) 경매팀장이 힘겹게 한두 판을 넘겼다.  김 공판장장은 "첫 경매는 아주 중요해서 최고의 베테랑 경매사가 나선다."고 귀띔했다.  그러나 조기가 너무 많이 잡히다 보니 신비감이 떨어지는지 중매인들의 호응이 예전만 못하다.  장소를 옮겨 경매 보조원이 호루라기를 불며 한 상자에 300마리 담긴 참조기 359상자를 경매한다고 신호를 보내면서 바람을 잡는다.  신호와 함께 사람들이 모여들고, 중매인, 경매사, 구경꾼까지 모두 긴장감 넘치는 표정들이다.  "이~야! 선도 좋은 참조기가 삼백오십 아홉 상자.  자~ 열기~야 십만 오천이야~ (잠시 멈추더니) 조기들 안 사실 겁니까?  어제 조기보다 통통하고 씨알도 좋잖아! 자 절반 값에 드릴 터니 시작 헙시다.  열기야~  십일만 오천이야~  일십이만 오천!  이야~ 일십삼만 오천“

 

수량이 너무 많아서 그런가.  참조기 삼백쉰아홉 상자는 중매인 두 사람이 각각 156상자와 203상자씩 구입하는 것으로 경매를 마쳤다.  한 상자에 13만 5000원으로 지난 조금에 비해 2만 원가량 내려간 가격. 

 

<세번째 사진>

김 공판장장은 조기 상자에 부착한 메모(39x9+8, 359②) 내용에 대해 "앞자리 수 39는 3상자씩 13줄을 쌓아놓았다는 표시이고, 9+8은 가로 아홉, 세로 여덟 상자를, 아래 359는 전체 상사 수, 뒤에 적힌 ②는 마지막 줄에 두 상자가 비어 있음을 의미한다."라고 설명했다.  경매사와 함께 움직이는 속기사는 경매가 끝날 때마다 '구매 일지'에 경매 결과를 메모한다.  낙찰된 물건에는 주인(중매인)의 번호표가 붙는다.  간발의 차이로 기회를 놓친 중매인들의 탄식 소리가 공판장 천정을 때린다.  바닥에는 갈치, 우럭, 상어, 아나고(붕장어), 넙치, 오징어, 백조기, 부세(부서), 싱대 등 싱싱한 생선들이 즐비하다. 그러나 아무리 맛좋은 생선이라 해도 오늘의 주인공은 참조기인 만큼 경매할 때는 싸잡아 '잡어'라 불렀다. 자기 이름을 불러주지 않아 자존심이 상했을 갈치와 우럭을 생각하니 웃음이 나온다. 

 

<네번째 사진>

정현용 경매사는 경매가 끝날 때마다 생수를 들이켰다.  목이 타는 모양이다.  땅바닥에 깔리는 듯한 육중한 목소리로 장시간 분위기를 잡았으니 그럴 만도 하다.  선주와도 가깝고, 중매인들과도 호형호제하며 지내는 그지만, 경매가 시작되면 '안면몰수' 한단다.  경매에 들어가면 모자의 번호만 보인다는 것.  노련한 몸놀림에 매끄러운 가격 결정까지 26년 경력의 베테랑 경매사다웠다.  그래도 그는 "경매를 잘못 배운 것 같다"며 겸손해했다.  경매는 오전 8시가 되어서야 끝났다.  이날 경매된 참조기는 수산물센터와 시장 산매상으로 실려 나간다.  전남 법성포(영광), 충남 대천, 서울 등지에서도 사러온다고.  군산시 중매인은 모두 150여 명, 그 중 해망동 공판장 소속 중매인은 60명이라고 한다.  공판장 부근 백반집에서 구수한 된장국으로 아침을 먹었다.  빈속에 어머니 손맛을 떠오르게 하는 된장국은 꿀맛이었다.  밥을 먹고 공판장에 들렀더니 인부들은 그때까지 조기 상사를 트럭에 옮겨 싣고 있다.  땀 흘리며 일하는 그들을 뒤로하고 발길을 돌렸다. 

 

“어디에서 나왔간디 사진을 그렇게 찍었쌌소?”

 

 


 

<첫번 째 사진>

시내로 나와 잠시 볼일을 보고 해망동을 다시 찾았다.  바다를 바라보는 동네여서 부르기 시작했다는 해망동.  금강 하류에 자리한 해망동은 월명공원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으며 앞으로는 바다가 펼쳐진다.  '배산임수(背山臨水)'가 따로 없다.  그렇게 풍광이 좋은 동네이면서도 집들을 보면 군산의 가난은 모두 떠안은 듯 옹색하다.  해망동은 여름과 겨울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동네로도 유명하다.  주민들에게 ‘어디 사시오?’라고 물으면 여름에는 ‘나 해망동 살아요!’라며 큰소리치지만, 겨울에는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해망동요~’라고 한다는 것.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칼바람이 부는 동네를 해학적으로 풍자한 옛사람들의 재치가 놀라울 따름이다.

 

<두번째, 세번째 사진>

건어물센터에 들어서니까, 바닷바람과 자연 햇살에 말린 조기, 박대, 물메기, 붕장어, 풀치, 장대, 가자미, 쥐치 등이 좌판에 누워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각종 건어물을 카메라에 담는데 할아버지 한 분이 “어디에서 나왔간디 사진을 그렇게 찍었쌌소?”라며 말을 걸어온다.  “네, 해망동 수협 공판장과 수산물 종합센터를 취재하기 위해 <매거진 군산>에서 나왔습니다. 할아버지도 이곳에서 생선 가게를 운영하시나요?”  “여기서 멸치장사 헌지 솔찬히 오래됐소. 수산물센터 건물 짓기 전부터 혔으니께 20년도 넘었지. 그란디 장사허는 사람은 젊어야지 늙으믄 안되야.  내 나이가 칠칠(77)이거든.”  늙을수록 직장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엄기종(77세) 할아버지는 멸치 한 상자(1.5kg)에 15000원~25000원 한다고 귀띔했다. 윤기가 나고 작을수록 비싸고, 검은빛이 나면서 클수록 싸단다. 작은 멸치는 주로 가정에서, 큰놈은 국을 끓이거나 국물을 내는 식당에서 많이 소비한단다.

 

박대와 붕장어가 싱싱해서 그런지 보기만 해도 포만감이 느껴진다.  그러나 가격이 장난이 아니다.  평소 즐겨 먹던 크기 박대 10마리에 2만 원, 붕장어도 중간크기 10마리에 2만 원이란다.  그래도 2마리 더 얹혀주겠으니 사라는 아주머니 권유가 풋풋하게 느껴진다.  

바른 박대 한 마리가 있어야 한 끼 밥을 먹는 나에게 2만 원은 만만치 않은 가격이다.  해서 비싸지는 않지만, 부담이 간다고 했더니 “라면도 하나에 천원이 넘어가는디, 그런 거 생각허믄 싼 편이지유.”라고 한다. 고개가 끄덕여진다.

 

“또 오시라고 손님한티 세비스 허는 거지라 세비스”

 

 

 

2003년 10월 개장. 150여 개 수산물 도산매업체와 횟집이 입점한 수산물 종합센터에는 참조기를 비롯한 갈치, 넙치, 홍어, 우럭, 도다리, 광어, 참게 등 싱싱한 생선이 입맛을 돋운다.  간혹 수입품도 있지만, 대부분 인근 해역에서 갓 잡아온 해산물이란다.  조기가 풍어여서 그런지 오전임에도 어수선하면서 활기가 넘친다.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주부도 있고, 혼자 나온 아저씨도 보인다. 20대에서 70대까지. 고객 연령층도 다양하다. 30대 부부가 생선장을 보러 나왔는지 의논을 하고 있다. 홍어를 구입한 모양이다. 

 

<첫번째, 두번째 사진> 

 

생선가게 아주머니가 팔에 힘을 주며 홍어 껍질을 벗기고 있다.  기계처럼 유연하게 움직이는 아주머니 손에 의해 홍어가 분홍색 속살을 드러낸다.  홍어는 껍질을 벗겨야 연해서 먹기가 좋고 고소한 맛도 더한다.  홍어 다루는 솜씨가 수준급인 아주머니에게 말을 걸었다.  

“아주머니! 홍어가 크고 물도 좋은데, 그 정도면 얼마나 가는가요? 힘들여서 껍질까지 벗겨주시고”   “수입 홍언디, 10만 원요 10마넌··· 저 젊은 냥반들이 가지 갈 것인디, 생선장사 오늘만 헐 것도 아니고, 낭중에 또 오시라고 손님한티 세비스 허는 거지라 세비스” 

“그러시군요. 열 명이 먹고도 남겠네요. 홍어 껍질 벗기는 것을 오랜만에 봤고, 때깔도 좋아서 사진 한 장 찍을 랍니다.”  “티비방송국서 나온 냥반도 아닌 것 같은디, 홍어 찍어다 머시다 쓸라고요. 하이간, 찍고 싶으믄 찍어가쇼···.”  아주머니의 밝은 표정과 구수한 사투리에서 넉넉함이 묻어난다.  전라도 음식 인심은 식당에서만 푸짐한 게 아니라, 생선장수 아주머니 손에도 담겨 있음을 새삼 느낀다.  건강하시고 돈도 많이 버시라는 덕담을 건네고 2층으로 올라간다. 

 

아내는 횟집 여사장, 남편은 영업 상무 



 

20여 개 횟집이 입주해 있는 2층에 올라서니 충청도 장항이 한눈에 들어온다.  팔을 뻗으면 금방 잡힐 것 같다.  시계는 오전 11시. 아직 이른 시간이어서 식당은 한산하다.  입출항하는 고깃배들 엔진 소리와 갈매기들의 합창이 낭만을 더한다.  수족관이 좁다고 헤엄쳐 다니는 참돔, 농어, 우럭, 놀래미(노래미) 등 싱싱한 활어들이 구미를 당긴다.  신군산횟집 아주머니(57세)가 반갑게 인사하며 다가온다.  4명이 오면 얼마를 가져야 맛있게 먹을 수 있느냐니까 자연산은 10만 원(2kg), 양식은 7만 원(2kg) 정도면 충분하단다.  주방에서 일하던 아저씨(60세)가 “자연산 참돔 싸고 맛있게 끓여 드릴 테니까 드시고 가세요!”라며 “서비스 반찬(스끼다시)도 많이 드릴게요.”라며 거든다.  여럿이 온 것으로 착각한 모양이다. 두 부부는 수산물센터가 오픈할 때부터 식당을 운영해오고 있단다.  부부의 대화가 질투를 느낄 정도로 친절하고 정이 넘친다. 아주머니는 횟집 여사장님, 아저씨는 영업 상무로 보인다니까 아저씨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영업 상무는 너무 높고요. 저는 심부름이나 하고 손님들 서빙만 하는 사람입니다.”라며 한 술 더 뜬다.  “그러면 두 사람이 오면 최소한 7만 원은 가져야 먹겠군요.”라고 하니까, 아주머니는 “양식 광어는 2만 5천 원으로도 간단하게 먹을 수 있습니다. 찌개랑 반찬이랑 밥도 드리니까, 잡숴 보시면 절대 후회하지 않을 거예요.”라며 환하게 웃었다. 

 

“저희는 신용을 생명처럼 여깁니다”

 

 


 

횟집센터에서 내려와 상인회 사무실을 찾았다.  입주상인 150여 명을 대표하는 오봉현(62) 회장을 만나 군산 수산물종합센터는 주로 무슨 생선을 취급하고, 거래는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등을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서류를 정리하던 오 회장은 반갑게 맞아주었다. 오 회장은 주로 근해에서 작업하는 ‘방배’와 안강망 어선들이 잡아오는 싱싱한 생선을 취급하기 때문에 군산을 찾는 여행객이나 외지에서 찾아오는 손님이 많다고 전했다.

 

군산 수산물종합센터상인회 오봉현(62) 회장과의 인터뷰        

 

맥군_ 요즘 손님들이 즐겨 찾는 생선은? 

물론 참조기지요.  말린 조기, 박대, 물메기, 붕장어, 풀치 등 건어물과 함께 갈치, 홍어, 꽃게, 병어도 좋아합니다.  친척집에 왔다가 사가는 경우가 많아요.  군산으로 골프를 치러 왔다가 회를 사 먹고 생선을 주문하고 가는 손님 숫자도 무시 못 합니다.

 

맥군_ 소비자가 편리하게 구입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있는지요?

그럼요.  언제든지 상인회 사무실(063-442-4822~3)로 연락만 하면 발품을 팔지 않고도 집에서 싱싱한 생선과 건어물을 맛볼 수 있습니다.  주문을 받으면 입금을 확인하고 안전하게 포장해서 택배로 보내드리니까 속는 일은 절대 없을 것입니다.

 

맥군_ 수산물 종합센터에서도 수입생선을 취급하나요? 

물론 취급합니다.  수입 생선을 취급하지 않고 장사를 할 수가 없어요.  다만, 원산지 표시를 철저히 지키기 때문에 믿고 국내산 생선을 사 먹을 수 있습니다.  어족자원이 고갈되었다고 하지만, 근해에서 잡히는 생선은 군산에서 소비하고 남으니까요.

 

맥군_ 재래시장과 가격 차이가 없다고 하는 분들도 있던데요? 

맞습니다.  추석이나 설에 일반 가정에서 제수용으로 사용할 정도는 재래시장과 별로 차이 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이곳은 선도가 좋고, 한 상자를 도매로 사서 이웃들과 나누면 싱싱한 생선을 싼값에 사 먹을 수 있지요.

 

맥군_ 조기가 40년 만의 대 풍어라고 합니다.  얼마에 거래되고 있는지요?

작년보다 조기 판매량이 두 배 이상 늘었어요.  참조기 한 상자(300~320마리) 산매가격은 18만~20만 원, 380~400마리는 8만~9만 원에 거래됩니다.  홍어는 어획량이 적어 국산(6kg~7kg)은 25만 원 안팎, 칠레산(4kg)은 10만 원 정도에 거래되고 있지요.

 

오봉현 회장은 “열차관광으로 군산을 찾는 분들이 수산물센터에 들러 2층 횟집센터에서 회를 드시고 아래로 내려와 사무실 전화번호를 메모해 두었다가 전화로 주문하는 손님이 적지 않다.”며 “고마운 마음에 신용을 생명처럼 여긴다!”고 강조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는데 공중을 배회하는 갈매기들이 합창을 하면서 해망동 하늘을 수놓고 있었다.  

 

 

어민들의 무사고와 풍어를 기원한 '군산용왕굿'재연이복웅 군산문화원장_모두가 단합해 영구적으로 행해져야

 

'군산용왕굿' 재연이 10월 21일 오전 10시30분 군산수협 해망동 공판장에서 열렸다.   군산문화원(원장 이복웅)이 주최하고 군산시가 후원한 '군산용왕굿'은 '강릉단오제' '진도씻김굿' 등과 함께 군산지방 전통 민속 굿으로 전해져 왔다.  이복웅 원장은 "군산지방 용왕굿은 대규모로 거행됐으나 현대화 과정에서 용왕굿을 주도하던 당집이 소멸했고, 그 맥이 끊겨 일부 불교문화와 접목되면서 변형된 용왕굿을 행해 왔다"고 변천 과정을 소개했다.

 

이어 "군산은 내륙과 섬지방 특성이 혼합된 지리적 조건과도 상관이 있다"며 "군산의 용왕굿은 산신과 바다의 신을 한자리에 불러모아 재난을 피하고, 풍어를 기원하는 굿으로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재연하는 것이니 격려와 박수를 보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 원장은 "무속인들의 주장과 의견이 엇갈려 열리지 못하다가 몇 년 만에 재연하게 돼 기쁘다"며 "이번 용왕굿을 계기로 모두가 단합하고, 화합하고, 결속해 군산의 무속굿이 영구적으로 열릴 수 있다면 좋겠다"고 밝혔다.  군산용왕굿 재연은 '부정굿', '살풀이', '산신봉청굿', '용왕봉청굿', 가야금 병창, 판소리, 씻김굿, ‘길닦음이 내전굿’, 민요, 뒤풀이굿, 순으로 진행됐다.  보살들은 구슬 같은 땀을 흘리며 산신과 용왕을 모셨고, 수중고혼이 된 넋들을 저승으로 인도했다.

 

분위기가 무르익자 구경만 하던 사람들은 제사상 앞으로 나가 돼지 입에 만 원짜리 몇 장을 물리고, 집안의 안녕과 풍어를 빌며 절을 올렸다.  한 할머니는 바다에 나갔다가 죽은 옛날 이웃이 생각났는지 표정이 밝지 않았다.  그래도 자리에서 뜨지 않고 끝까지 지켜봤다. 할머니에게 '왜 앉아만 계시느냐'고 물으니 "생선이나 만지면서 사는 사람이 절 혀서 뭐헌데유"라며 "그냥 구경만 해도 재밌네유."라고 답했다.  용왕굿 재연 행사는 군산시 어민들의 모든 액운과 근심을 모선에 싣고 물가로 인도해 '우리 재액을 모두 소멸해 달라'는 기원과 함께 풍어와 무사고를 비는 '뒤풀이 내전굿'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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