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아파트 주차장에서 같은 라인에 사시는 아저씨 한 분을 만났습니다.
아저씨: “나 이를 몇 개 씌워야겠어.”
나: ‘왜 이를 씌워야 한다고 생각하세요?’
아저씨: “이가 여기 저기 시려서.”
나: ‘그럼 어느 이가 시린 지, 왜 시린 지 원인파악 먼저 해야지요. 원인에 따라 치료 방법이 달라지게 돼요, 형님’
아저씨: “그럼 조만간 동생네 치과에 갈게, 근데 요즘 바빠서 시간이 없네...”
대화는 이렇게 진행이 되었습니다.
원인이 판명되지 않았는데 치료 방법을 먼저 결정하고 계신 경우입니다. 병원은 논리가 지배하는 곳입니다. 어떤 문제가 있다면, 문제의 원인을 정확하게 확인하고 원인을 해결하는 치료 방법을 결정하는 게 일반적인 과정입니다.
시린 이의 원인은 대략 10 가지 정도가 있습니다. 시린 이의 원인과 시린 정도에 따라서 치료 방법을 결정하게 됩니다. 이가 시린 문제로 치과에 오시면 제일 먼저, 어떤 상황에서 이가 시린 지를 물어봅니다. 찬물이 닿을 때 시리다면 어느 이가 얼마만큼 시린 지를 확인하게 됩니다. 그 결과에 따라 덜 시리게 약을 바를 수도 있고, 신경치료하고 이를 씌울 수도 있습니다. 시린 이의 원인으로는 충치가 커진 경우, 잇몸이 나빠져서 이가 흔들리고 치아 뿌리가 노출된 경우, 이가 패인 경우, 금이간 경우, 마모가 심하거나 이가 깨진 경우, 위아래 이가 심하게 부딪히는 경우, 사고나 싸움 등으로 강한 충격을 받은 경우, 구토를 자주하거나 탄산음료를 입에 달고 살아서 치아 표면이 부식된 경우, 드물게 사랑니가 어금니 뿌리를 밀고 있는 경우에도 시릴 수 있습니다. 더 많은 원인들이 있지만 위에 기술한 것들이 흔한 원인들입니다. 원인에 따라서 치료 방법이 달라지지만 시린 정도에 따라서도 달라집니다. 찬물에만 시린 게 아니고 더운 물에도 시리다면 신경치료의 가능성이 높아지고, 찬물을 삼키고 나서도 욱신거리는 통증이 10초 이상 진행된다면 신경치료 해야 할 가능성이 아주 높습니다. 신경치료를 하고 나면 이가 부서질 가능성이 높아져서 이를 보호하기 위해 이를 씌워줘야 합니다. 앞니의 경우나 어금니가 흔들려서 음식을 씹는 충격을 크게 받을 일이 없는 경우에는 신경치료 후에 이를 안 씌울 수도 있는데, 여러 가지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결정해야 할 문제입니다. 이를 안 씌우고 있다가 부서져 버리면 이를 빼야하기 때문이지요.
날씨가 점점 추워지고 있습니다. 찬바람만 들이마셔도 이가 시리고, 찬물로 양치하기 힘들다면 하루빨리 가까운 단골 치과에 가셔서 원장님과 상의하시면 적절한 치료 방법을 제시하실 겁니다. 미루지 마세요, 한 달 두 달 미루다가는 약을 발라서 치료가 마무리될 치아가 신경치료까지 해야 할 경우로 바뀔 수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