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적인 말이나 문서야 그 당사자들만 쓰는 것이니까 그렇다 치고 사회적으로 널리 알리는 광고물이나 게시물들에서도 쉬운 맞춤법들이 틀린 채 사용되는 사례를 흔히 볼 수 있는데 특히 관공서에서 제작한 문서나 광고물의 오자(誤字)는 문제가 있어 보인다. 국문법 학자나
대중 앞에 선 연사가 ‘이 자리를 빌어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는 말을 한다. 과연 어법에 맞는 말일까. 이 경우 ‘이 자리를 빌려서...’로 써야 맞다. 자리는 비는 것이 아니라 빌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공공장소에서 ‘애완견 동반을 삼가해 주시기 바랍니다’. ‘건물 내 흡연을 삼가해 주시기 바랍니다’ ‘계곡에서 수영을 삼가하시기 바랍니다.’등의 게시 문구를 흔히 볼 수 있는데, ‘삼가 하시기’는 ‘삼가시기 바랍니다,’로 해야 맞다. 무엇을 꺼려서 몸가짐 따위를 경계하다는 뜻의 본딧말은 삼가하다가 아니라 ‘삼가다’이다. 따라서 삼가하시기는 ‘삼가시기’, 삼가해야는‘삼가야’, 삼가해서는 ‘삼가서’ 삼가하니는 ‘삼가니’ 따위로 써야 맞는 말이다.
‘저희 회장님 성함은 ’金자 洙자 喆자‘를 쓰십니다.’ 예문처럼 성(姓)에도 자(字)를 붙이는 것을 볼 수 있는데 한마디로 무지의 소치이다. 물론 누가 제대로 가르쳐주지 않으면 모를 수도 있겠으나 성은 씨(氏)이지 이름의 뜻인 함자(銜字)가 아니기 때문이다. 씨(氏)와 자(字)는 엄연히 다르며 따라서 이름에만 자를 붙여 ‘김 洙자 喆자’라고 해야 옳은 말이 된다.
방송 출연한 어느 남자가 ‘제 부인이 평소 내조를 너무 잘 해줘 부인한테 고맙다’는 말을 하는 것을 보고 실소를 금치 못했는데 부인(夫人)은 남의 아내를 높여 부르는 말로써 자기 아내한테 쓰는 말은 아니다. 남을 높이어 그의 아들과 딸을 이르는 자제(子弟), 영애(令愛)등의 표현으로 자기 자식을 일컫는 것과 같은 말이랄 수 있는데 얼마나 민망하고 우스운 일인가.
‘사업실패로 집안이 풍지박산 났다.’ 라고 쓰는 경우도 흔한데, 사방으로 날아 흩어진다는 뜻의 이 말은 풍비박산(風飛雹散)이다.
재수보기로 어떤 것을 선택해야만 할 때 ‘복걸복’이라는 말도 흔히 쓰는데 이 말도 복이 있든지 없든지 둘 중 하나라는 뜻의 ‘복불복(福不福)’이 맞다.
최근 소룡동 어느 일식집 간판에 일식(日食)이라고 써 놓은 것을 보고 웃음이 났다. 날일 자에 밥 식자를 쓰다니 날마다 먹는 밥이란 뜻인가? 하지만 그건 아닐 테고 일본식 요리라는 뜻의 일식(日式)을 헷갈린 듯하다. 또한 미원동에서 본 어느 중화요리식당은 간판에 대중식사(大中食事)라고 그럴듯하게 씌어 있던데 이것도 가운데 중자가 아니라 무리 중자를 써서 대중식사(大衆食事)라고 고쳐야 될 일이다. 그런가하면 메뉴 표기 중 가장 많이 틀리는 표기가 김치찌게, 된장찌게 등 찌게이다. 이는 찌개가 맞는 말임에도 아직도 오기(誤記)가 많다. 본래 개장국이라는 뜻을 가진 육개장도 육계장으로 엉터리 표기가 눈에 띈다. 그런데 의아한 것은 간판 제작업체에서 이런 정도의 쉬운 맞춤법조차 틀리고 있다는 것이다. 설령 주문자가 틀리게 적어줬다 하더라도 요즘은 핸드폰만으로도 손쉽게 국어사전을 검색해 볼 수 있어 조금만 성의가 있으면 그런 쉬운 맞춤법조차 틀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
행사장에서 사회자의 ‘내빈께서는 모두 자리에 착석해 주시기 바랍니다.’이런 말을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이것도 착석(着席)이란 말 자체가 자리에 앉는 것을 의미하므로 자리에 착석하라는 것은 의미의 중복으로 어법에 맞지 않는다. 그냥 ‘착석해 주시기 바랍니다.’면 된다.
모험적 일을 감행할 때 결기에 찬 말로 ‘산수갑산을 가는 한이 있더라도...’ 이런 표현을 하는 이가 많은데 산수갑산이 아니라 삼수갑산(三水甲山)이다. 삼수나 갑산 모두 우리나라에서 가장 깊고 험한 옛 함경도 북부 지역의 고을로서 조선시대에는 귀양지로 쓰일 만큼 유명한 오지이다. 따라서 그곳에 간다는 것은 죽을고비로 접어든다는 비유적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또한 가장 많이 잘 못 쓰이는 말 중의 하나가 ‘가르치다’와 ‘가리키다’의 혼동이다. 지식이나 기능 따위를 알도록 한다는 의미의 가르치다(예:역사를 가르치다/노래를 가르치다 등)를 대부분 가리키다로 쓰고 있는데 이는 식자들의 말에서도 나타나는 사례가 많다. 가리키다는 손가락으로 어떠한 방향이나 사물을 지적하다는 뜻으로(예:손가락으로 북쪽을 가리키다./시계바늘이 세 시를 가리키다/모두 그를 가리켜 당대 최고의 거장이라 했다 등)예문과 같이 엄연히 쓰임새가 다른 말이다.
새는 날아가는 것인가, 날라가는 것인가. 이 말도 흔히 틀리게 쓰이고 있다. 바람에 모자가 날아갔다, 새가 날고 있다, 비행기가 날아간다 등으로 어떠한 사물이 공중에 뜨거나 날면서 가다는 말은 ‘나르다“가 아니라 ‘날다’가 본딧말이며 날라간다는 말은 사전에도 없는 틀린 말이다. 다만 나르다는 말은‘이삿짐을 나르다’ 처럼 어떤 물건을 다른 곳으로 옮길 때 써야 맞다.
‘가는 길에 자네한테 들렸다 가겠네’ ‘오는 길에 마트에 들려서 술 좀 사오게’ 이것도 어법에 어긋나는 말로서 ‘지나가는 길에 잠깐 거치다’는 뜻의 말은 ‘들리다’가 아니라 ‘들르다’이다.
따라서 ‘들렀다 가겠네’ ‘마트에 들러 오는 중이네’ 로 써야 맞는 말이고 ‘들리다’는 ‘기쁜 소식이 들리다’ ‘감기에 들리다’ ‘그에게 몸이 번쩍 들리다’ ‘신이 들리다’따위로 쓸 수 있는 말이다.
보도기사 등을 쓸 때에 기본적으로 지켜야하는 6가지, 즉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 를 육하(六何)원칙이라 하는데 하(何)자를 가(可)자와 착각해선지 육가원칙이라
하는 사람이 있다. 육가원칙이 아니라 육하원칙, 이제부터라도 바로 알고 써야 되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