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gun 홈페이지에 오신것을 환영합니다.



메인 메뉴


콘텐츠

홈 > ARTICLE > 사회
소수자의 문화공동체
글 : 오성렬(자유기고가) / poi3275@naver.com
2015.11.01 13:37:00 zoom out zoom zoom in facebook twitter kakaotalk kakaostory

자연과 인간, 그리고 소외된 우리 사회의 명암을 어루만지며 자신의 내면을 담아내는 작가가 있다. 꿈과 희망과 위안을 모티프로 하는 작업을 통하여 작가는 상처를 지닌 채 삶의 무게를 지탱해야 하는 이 시대 소수자들의 아픔을 보듬으며 관계와 소통을 지향한다. 예술을 시작하면서 그녀 역시도 한때 남모르는 정신적 고통에 시달렸던 시기를 겪었던 만큼 그녀의 작업에는 자연스레 성찰과 치유의 메시지가 담기고 있다. 그래서 그녀는 흔한 작가는 아니다.

고보연, 그녀가 전북대학과 대학원에서 서양화를 전공할 때만 해도 그냥 미술이 좋아서였다.
그러나 공부를 하면 할수록 작업의 주제나 깊이 등 채워지지 않는 심적 갈등으로 고민하다가 선택한 것이 유학이었다. 그녀는 대학원 졸업 이듬해인 1997년도 당돌하게도 포트폴리오만 들고 무작정 독일로 건너갔다. 운 좋게 드레스덴 미술대학에 입학한 그녀는 이후 5년 동안 입체·설치미술을 전공하며 주 정부의 장학금을 받아낼 만큼 열심히 공부했다. 그런 만큼 이 유학 기간은 자신을 채워가는 도전과 시련의 시간이기도 했지만 작품에 대한 모색과 고뇌가 더욱 깊어진 예술적 전향기이기도 했다.

 

 

그녀는 입체, 설치미술에 천착했다. 초창기에는 먹고 남은 티백이나 쌀통 등을 가지고 메주나 곶감같이 매달려 있는 한국적 소재를 소품 형태로 작업하는 것이 고작이었지만 점차 다양한 소재를 응용하면서 기존 작가들에게 당연시 되었던 고정관념의 틀을 깨나갔다. 그러면서도 그것들이 주는 메시지는 분명했고 한결같았다. 버려지는 것들을 모아 잘게 분쇄하고 씨앗들과 버무려 형상을 만들고 건조하는 과정에서 재료들은 새싹을 틔우는 흥미로움도 제공하거니와 수많은 벌레가 생김으로서 작품들이 삭아가는 과정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또 다른 예술이랄 수 있었다. 이토록 버려지는 것의 재생에서 자연의 힘이 전달되고 순간의 빛과 공기, 에너지를 함축했다가 언젠가는 다시 깨어나는 강인한 생명력으로 희망의 메시지를 전파해 주는 그 작업들은 어느 때 부턴가 사회적 약자이자 소수자인 정신장애인에 대한 미술치료프로그램이 되었다. 그 소수자들이 앓고 있는 남모르는 아픔은 그녀에게는 결코 모른 체 하고 지나칠 수 없는 그 무엇이었다. 그녀가 소수자들에게 가까이 다가설 수 있게 된 계기는 문화예술교육을 하면서부터였다. 그 과정에서 그들을 꾸준히 만나면서 가까이에서 그들의 목소리를 듣게 되고 아픔을 공유하게 된 것이다. 그 소수자들을 이해하고 우리사회의 한 일원으로 보듬고 이끄는 일은 문화예술만큼 좋은 치유방법이 없을 듯했고 그 일을 자신이 나서서 해보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그 일이 처음부터 재미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2003년도 전북청년미술상을 수상한 그녀의 문화예술교육은 2004년 신시도초등학생 미술교육을 통해 전북도립미술관 개관기념전시를 시작으로 2007년 정신장애인 문화예술교육기획 ‘미술로 즐기는 전통놀이’, 2008년 ‘푸른시절’, 2009~2010년 군산시민문화회관에서의 ‘꼼지락 꼼지락展’, 군산중앙여고 미술반으로 결성된 ‘벽화환경그리미’활동 등 폭넓게 펼쳐졌으며 2012년도에는 전북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가 주관하는 지역특성화지원사업에 선정되어 ‘월명의 숨쉬는 인물’이라는 주제로 해신동주민센터에서 문화적으로 소외된 사람들과 함께 고은 시인의 ‘만인보’, 조정래의 ‘아리랑’, 채만식의 ‘탁류’를 중심으로 군산의 근대 인물을 탐구하고 그려보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다. 그녀의 표현을 빌면 작게 시작했던 일이 이제는 많은 소수자단체가 참여할 만큼 큰 일이 되어버렸다는 것인데 그러다보니 가정주부이자 문화예술기획자, 그리고 작가로서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를 만큼 바쁜 일상과 부딪치며 살 수 밖에 없게 되었다.

‘미술공감 채움’에서 시행하는 치유프로그램은 지역 내 뜻을 같이하는 여러 작가들과 함께 다방면에 걸쳐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데, 현재는 다음 달인 11월10일부터 전시되는 ‘2015사각지대 블루스’ 프로그램을 기획 중에 있다. 이 프로그램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전북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전라북도, 그리고 군산시가 주최하고 주)에코, 솔한방병원, 홍익치과, 고치과, 군산사랑의 열매, 진아뜰리에미술학원, 세노야봉사단과 이당미술관이 후원하는 가운데 ‘미술공감 채움’과 함께 하는 소수자 문화예술동아리 회원들의 작품전시회다. 그 동안 작가의 작업실에서 소수자들의 작품 활동을 통한 자연스런 치유와 자립을 꿈꾸어 왔던 만큼 사회적 약자인 그들의 작품을 선보이고 소수자 문화의 다양성과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문화가 조명되고 유지될 수 있도록 그들의 활동을 조력하는 소자모(소수자들의 자발적 모임)‘바람’회원, 작품 활동을 지도하고 함께하는 예술가, 소수자활동의 원활한 진행을 돕는 지역민의 작업 공간 후원, 이러한 모든 여건을 선뜻 초대해 준 지역 미술관, 기타 많은 성원과 관심에 힘입어 이곳 군산에서 새로운 문화 동력을 창출하고 가능하게 만들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한 ‘사각지대블루스’에서는 꼼지락미술동아리, 단희모임, 맛있는 미술이야기, 미래경로당의 어르신이라는 네 그룹이 각자의 다양한 소리를 담아낸다. 정신장애인이라는 어려움을 딛고 저마다의 감정을 종이에 담아내는 꼼지락미술동아리, 중독이라는 삶의 무게를 예술 활동으로 소소하게 풀어내는 단희모임, 한 부모 가정의 어려움 속에서도 서로 지켜주는 맛있는 미술이야기, 수송동의 원도심 새마을마을 한켠에 위치한 미래경로당 어르신들의 따뜻한 미술작품이 선보이며 더불어 이러한 활동을 뒷받침해준 지역작가들의 작품을 엿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지난 1996년부터 올해까지 약 12회에 걸친 개인전, 그리고 수백 회의 기획전 및 단체전 경력을 쌓으며 지역 문화예술 저변확대 및 사회적 소수자 응원과 치유에 열정을 다하는 작가 고보연. 그녀는 현재 근대역사박물관 인근 근대미술관의 객원기획자로 참여하면서 특히 군산 출신 태건석 원로작가의 최초 개인전을 준비함으로써 태 화백의 뛰어난 작품성을 대내외에 알리고 있다. 제반 프로그램 구상을 위한 아이디어 모색과 작품 활동, 교육과 공동체 운영, 각종 회의, 가정생활 등 때로 지치고 힘든 일상 속에서도 밝게 빛나 보이는 그녀의 웃음은 자신의 일이 그 누군가에게는 삶의 희망과 용기를 주리라는 긍지와 보람의 표현일 것이다. 아무쪼록 ‘미술공감 채움’이 고보연 작가를 비롯한 동참 작가들의 포근한 인간애와 작가적 열정으로 소외되고 어려움에 처한 우리사회 소수자들의 감성을 풍요롭게 일깨워 모두가 윈윈하는 관계망 속에서 보다 밝고 살맛 넘치는 세상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사각지대 블루스’전시 내용
참여작가 : 고보연, 고나영, 김진아, 홍성미, 문귀화, 남민이.
일반참여 : 벽화환경동아리 이하빈.
참여단체 : 미래경로당, 벽화환경동아리, 꼼지락미술동아리, 단희모임, 맛있는 미술이야기.
협력단체 : 군산시건강정신증진센터, 군산시통합중독관리지원센터, 신광모자원,
          신광모자자립원.
전시기간 : 2015. 11.10~12. 6
초대일시 : 2015. 11.10 12:00 오픈파티
전시장소 : 이당미술관(구 영화목욕탕)
 
오픈행사 세미나
강사 : 이광준 ‘바람부는 연구소’ 소장
주제 : 소수자와 예술가가 만드는 행복한 일상
일시 : 11. 10 오후 1:30
....................................................................................................................................

‘미술공감 채움’
군산시 장미동5-1(장미2길22)
T. 070-8148-9597
​ 

오성렬(자유기고가)님 기사 더보기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닫기
댓글 목록
댓글 등록

등록


카피라이터

주소 : (우)54020 전북 군산시 절골3길 16-2 , 출판신고번호 : 제2023-000018호

제작 : 문화공감 사람과 길(휴먼앤로드) 063-445-4700, 인쇄 : (유)정민애드컴 063-253-4207, E-mail : newgunsanews@naver.com

Copyright 2020. MAGAZINE GUNSAN. All Right Reserved.

LOGIN
ID저장

아직 매거진군산 회원이 아니세요?

회원가입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잊으셨나요?

아이디/비밀번호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