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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24대 대통령, ‘김통령’을 아시나요?
글 : 배지영 / okbjy@hanmail.net
2015.08.01 16:54:25 zoom out zoom zoom in facebook twitter kakaotalk kakaostory

! 너는 대통령이 되는 게 꿈이야? 진짜야?”

 

2 때 친구들은 또래들보다 키가 작은 현경을 붙잡고 물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이후로 줄곧 반장을 도맡아 온 현경은 고등학교와 대학교에 진학해서도 “24대 대통령이 될 거예요. 그때 제 나이가 쉰둘이에요라고 대답했다. 그녀는 올해 스물네 살. 어릴 때부터 가꾸어 온 꿈은 그대로. 사람들은 이제 신기해한다. 질문은 구체적으로 바뀌었다.

 

네가 대통령 된다고 쳐. 그 전에는 뭐할 건데? 고시라도 준비해서 붙어야지.”

 

현경이 다닌 대전의 동방여중은 매년 합창제를 열었다. 현경은 지휘자, 반 친구들을 독려하면 아름다운 화음이 나올 줄 알았다. 웬걸! 분열이 일어났다. 그때부터 현경은 사람들을 전략적으로 챙기는 일을 생각했다. 한 나라를 책임지는 최고의 리더인 대통령, 현경의 꿈이 되었다. 중학교 졸업할 때는 대통령 출마 38년 남았다면서 친구 백 명한테 서명을 받았다.

 

고등학생 현경은 제복 입은 사람들을 동경했다. 입시철이 되자 목표는 정확했다. 제복을 입고 대학을 다니는 간호사관학교, 한국해양대, 목포해양대에 지원했다. 떨어졌다. 현경의 부모님은 우리 딸이 해양 쪽에 관심 있구나라고 여겼다. 해양학과가 있는 국립 대학교 몇 곳에 수시전형 원서를 접수했다. 덜컥, 군산대학교 해양학과에 합격하고 말았다.

 

수시(전형) 되면, 정시(전형) 지원을 못 해요. 재수할까도 생각했죠. 저는 잘할 자신이 있었어요. 근데 집안 형편도 생각해야죠. 부모님이 항상 대학 때부터는 네가 알아서 해줘야겠다고 말씀하셨거든요. 더구나 제가 동생이랑 한 살 차이예요. 만약에 재수하면, 걔 친구들이랑 친구가 되는 거잖아요. 그때 당시에는 그게 너무 싫었어요.”

 

20113, 군산대학교 해양학과 최병주 교수는 신입생들에게 말했다. 너희들은 성적이 뛰어난 편이 아니어서 지방대에 왔지만 나중 일은 모르는 거라고. 그러니까 졸업 이후를 준비하라고. 현경은 그 통상적인 말을 완전히 미치도록 공부해보자로 해석했다. 24학점씩 5학기, 남은 1학기에 20학점을 이수하면 140학점. 졸업은 3학년까지만 다녀도 가능했다.

 

현경은 지방대학생이 된다는 것에 자격지심을 갖고 있었다. 명문대 대학원에 진학해서 학력 세탁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컸다. 아침마다 강의실 맨 앞자리에 앉기 위해 30분 먼저 도착했다. 그렇게 1년이 지나자 교수들도 “6학기 만에 졸업할 거예요라는 현경의 말이 진심이라는 걸 알았다. 선배들도 연결해주고, 다른 과의 좋은 강의도 추천해 주었다.

 

 


 

제가 강의도 많이 들었지만 대외활동도 많이 했어요. 3년 동안 근로 장학생(강의가 비는 시간에 학과 사무보조)을 했죠. 해양학과 부학회장이랑 총동아리 연합회 활동도 하고요. 크고 작은 외부활동에 총 40회 참여했어요. 그러기 위해서 100번 넘게 자기 소개서를 썼죠. 60번은 떨어진 셈이죠. 해외봉사 활동 갈 때도 제 돈은 30만 원만 들여서 갔어요.”

 

현경이 부모님한테 받는 용돈은 한 달 10만 원, 생활을 잘 꾸리는 게 중요했다. 학비 걱정은 하지 않도록 항상 전액 장학금을 받았다. 근로 장학생 하면서 월 30만 원을 받았다. 각종 서포터즈 활동을 해서도 돈을 벌었다. 1학년 끝나갈 때, 현경의 통장에는 3백만 원이 모였다. 자신감이 붙은 그녀는 한 달에 50만 원씩 적금을 부었다.

 

현경은 2학년 때부터 관심을 더 넓혔다. 원래 하던 일에 기숙사 자취위원회 활동, 과외까지 하니까 한 달 수입 80만 원. ‘열심히 일해서 돈 많이 벌자던 그녀의 생각은 빗나가 버렸다. 좋아하는 일을 해도 돈이 따라왔다. 3학년 때, 현경은 하고 싶던 국토대장정에 지원했다. 일주일짜리 새만금 국토대장정은 폭우가 내려서 23일 만에 끝났다. 다른 곳에 지원했다.

 

“1920일짜리 노스페이스 국토대장정에 갔어요. 목포에서 서울시청 가는데 오전 6시에 일어났어요. 하루에 보통 20km씩 걸어요. 고관절이 틀어지는 친구도 있고, 물집 때문에 고생하는 친구도 많았어요. 비가 내려도 텐트에서 잤어요. 그렇게 하고도 아쉬워서 일주일 뒤에 해수부 국토대장정에 갔어요. 강원도 고성에서 독도에 갔다가 부산까지 갔어요. 거의 한 달 동안 걸어 다녀서 꼬질꼬질해졌죠. 저는 그게 좋더라고요. 생각도 많아졌어요.”

 

현경은 국토대장정에 온 친구들 중에서 유일하게 발에 물질이 잡히지 않았다. 리더라는 책임감이 있어서 응원한다고 혼자 막 뛰어다녔다. 먼저 가서 저기 그늘 좋으니까 앉자라고 했지만 풀 알레르기 있는 친구한테는 미안한 일이 되고 말았다. 리더 혼자서 사람들을 북돋우고 이끈다고 해도 무조건 잘 되는 게 아니었다. 사람들의 처지를 이해하는 게 먼저였다.

 

졸업을 앞둔 3학년 겨울 방학, 현경은 학교에서 비용을 지원해줘서 유럽 배낭여행을 갔다. 3주 동안 친구들 세 명과 함께. 열흘째에 갔던 이탈리아 피렌체. 미세한 차이로 신경이 날카롭던 현경과 일행들은 광장 한복판에서 격돌했다. 큰소리로 도대체 너네는 왜 그러는데?”라고 따지는 현경의 말은 상대를 가격했다. 그 말은 다시 현경한테 되돌아왔다.

 

“(웃음)유럽에서 인생을 알았어요. 돌아보면, 제가 독단적인 게 있어요. 대외활동을 좋아하니까 많이 했죠. 동생한테도 , 하라니깐!” 막 강요했어요. 제 기준에 좋다고 그런 거예요. 유럽에서도 저는 이 길로 가야 딱 맞는 것 같은데 친구들은 아니라는 거예요. 싸우고 나서, ‘왜 나하고 다른데?’ 라고 묻는 걸 버렸어요. 그 사람 자체로 인정하기 시작한 거죠.”

 


 

현경은 졸업식 하기 이틀 전에야 한국에 도착했다. 최우수, 최연소, 최단기 졸업을 했다. ‘군산대 출신이라는 콤플렉스도 희미해졌다. 지방의 국립대에 다녔기 때문에 돈을 들이지 않고 학교를 다녔고, 수십 차례의 대외활동을 했고, 해외봉사와 배낭여행의 혜택을 누릴 수 있었다. 통장에 모은 돈도 2천만 원, 초조할 이유가 없었다. 유학을 가도 될 것 같았다.

 

한편으로 현경은 취업해서 집안 살림에 보탬이 되는 것도 생각했다. 그러나 당장 직장 구하는 것에 목을 매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앞섰다. 그녀는 부모님한테 “20대 때는 제가 좋아하는 일을 실컷 해봐야 나중에 더 큰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그러고 1주일이 지났나. 현경의 마음은 확 바뀌고 말았다. 쉬면서 고민하는 게 어색했다.

우선, 제 전공인 해양이나 과학을 살릴 수 있는 곳곳에 지원을 했어요. 운 좋게도 졸업 2주 만에 국립 생태원의 위촉직 전문위원(2년 계약)으로 취직이 됐어요. 홍보부에서 뉴미디어를 담당하고 있어요. 온라인 소통 공간(페이스북, 블로그, 서포터즈)도 운영하고요. 언론매체 취재지원도 하고요. 재밌어요. 힘들 때도 있지만 제 힘을 들이는 일이 있어서 좋아요.”

 

국립 생태원 최재천 원장은 과학과 인문학을 통섭하는 사람. 현경씨도 그 분야에 관심이 있었다. 대학 다니면서 쓴 그녀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도 과학 저널리스트’. 생태원 근무를 하면서 현경씨는 서천의 온라인 매체 <뉴스 스토리>손으로 넘기는 지식이라는 칼럼을 쓰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어려워하는 이공계열의 지식을 인문학적으로 풀어 쓰고 있다.

 

글쓰기는 현경씨에게 딱 맞는 옷. 아홉 살부터 15년 동안 하루도 빼놓지 않고 쓴 일기장이 백여 권. <당신의 꿈은 무엇입니까>를 쓴 김수영 작가의 독자위원도 하고 있다. 군산대학교 정균승 교수(천직발견 프로그램 특허를 냈음)가 사람의 일생에 대해서 책을 준비하는데 현경씨는 30대를 준비하는 청년 부분을 맡았다. 그래서 현경씨 자신의 얘기를 쓰고 있다.

 

3, 5, 7(연애, 결혼, 출산, 내 집 마련, 인간관계, , 희망을 포기)세대 청춘들에게 대학은 그나마 안온한 울타리. 6학기 만에 사회인이 된 현경씨는 특이하다. 그녀는 올해 봄에 대구대와 군산대에서 대학생활을 설계하는 방법을 강연했다. 토익의 유효기간은 2, 3-4학년은 되어야 필요한 토익에 일찍부터 매달리지 말라는 당부, 자신이 하고 싶은 게 뭔지를 찾는 게 중요하다는 실용적인 얘기를 했다.

 

 


 

직장생활 2년차, 현경씨는 해양이나 과학을 더 깊게 공부하고 싶다는 바람이 생겼다. 대학원에 진학할 이유를 찾은 거다. 제인 구달(침팬지 연구한 동물학자, 환경운동가)과도 친분이 있는 생태원의 최재천 원장은 현경씨에게 해외로 가서 공부하는 방법도 제시해 주었다. 그녀는 스물네 살, 가능성은 모두 열어놓았다. 그 길 끝에는 여전히 대통령이 있다.

 

사람들을 행복하게 살게 하는 것, 그게 정치의 목적이라고 생각해요. 대통령은 국민들을 위해서, 우리나라를 위해서 힘쓰는 사람이어야 하죠. 저는 많은 일을 겪어보고 싶어요. 분유 값이나 버스비를 모르는 사람이 정치를 하면, 실생활을 모르죠. 사람 대 사람으로 만나서 도움이 되려면 영향력이 있어야 하잖아요. 그래서 대통령 꿈은 계속 갖고 있죠.”

 

현경씨는 대학 2학년 때 전라북도 경제통상진흥원에서 주최한 톡톡톡 스피치 대회에 나간 적 있다. 그녀는 학사모까지 갖춰 입고서 저는 라는 학교를 졸업합니다. 이제 대통령이라는 꿈의 학교에 입학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24대 대통령이 되겠다는 현경씨는 충남 서천에 있는 국립 생태원에서 일한다. 사람들은 서울에 안 갔어?”라고 의아하게 묻는다.

 

지방에서 일하는 삶도 가치 있다. 실패자가 아니다. 가정과 학교, 회사의 리더도 폭넓게 보면 대통령일 수 있다. 그래서 현경씨는 대통령이라는 타이틀을 내려놓지 않는다. 마음먹은 대로 행동하고, 원하는 곳까지 뻗어나가 보려고 한다. ‘단군 이래 최고의 스펙을 가진 청춘들 속에서 비교하거나 좌절하지 않는다. 그녀는 자신의 대통령, ‘김통령으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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