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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휴게소 ‘용호상박’ 상징 조형물 교체해야
글 : 조종안 (시민기자) / chongani@hitel.net
2015.06.01 11:14:37 zoom out zoom zoom in facebook twitter kakaotalk kakaostory


금강휴게소 ‘용호상박’ 상징 조형물 교체해야

군산시-서천군 공동발전을 위핸 행정실무협의회 개최

 

 

전북 군산시와 충남 서천군이 지난 2003년 10월 이후 끊겼던 행정협의회를 재개했다. 군산시 관계자는 지난 20일(수) 오전 군산시청 상황실에서 화해·협력 상생 공동 발전을 위한 2015년도 제1차 행정실무협의회를 열고 공동협력 방안에 대해 심도 있는 다양한 의견을 자유롭게 나눴다고 전했다.
 
이날 실무협의회는 ▲ 건설 중인 군장대교 명칭 공모로 결정 ▲ 철새축제 공동개최 ▲ 관광안내소에 양측 관광지도 공동비치 안건 등에 합의했다. 내년에 개최될 비단물결 금강 변 자전거길 대행진 추진은 추후 재논의 하기로 하였다. 또한, 화해 협력과 상생발전 관계를 상시 유지, 양 시군 이익 증진을 위해 협력 사업을 지속해서 보완해 나아가기로 약속했다.

이로써 지난해까지 군산시 성산면, 나포면 일원에서 개최해오던 ‘군산세계철새축제’는 올해부터 ‘금강철새여행’이라는 이름으로 매년 번갈아 열리게 됐다. 특히 2015년 11월 6일 서천에서 개막식을 갖고, 다양한 행사가 두 지역에서 각각 진행되어 시너지 효과가 더욱 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웃사촌으로 지냈던 군산시와 서천군 

 

군산시와 서천군은 금강을 경계로 행정구역만 다를 뿐 지역 풍토와 언어가 유사하다. 군산 사람이 서울이나 경상도에 가면 고향이 충청도냐고 묻는 사람을 종종 만날 정도다. 두 지역은 내용이 비슷한 전설도 내려오고, 이름이 같은 사찰도 있었다. 군산 지역에 월명산, 천방산, 공주산이 있는데 서천군에도 같은 이름의 산이 존재한다.

 

두 지역이 하나의 행정구역이었던 시절도 있었다. 서기 660년(의자왕 20) 나당연합군 공격으로 백제가 멸망하고 당나라가 사비성(부여)의 도독부 중심으로 지배하던 때이다. 역사서는 당시 귀화현(군산)이 서천과 함께 당나라 도독부 직할이었음을 밝히고 있다. 통일신라 때도 지금의 광역시 개념의 소부리주(所夫里州)에 속했으나 신문왕 5년(685) 전주에 완산주가 설치되고 군산이 완산주에 분속된다.  
 
고려와 조선 시대에 전국 8도 체제가 갖춰지면서 군산은 전라도, 서천군은 충청도로 나뉘어 오늘에 이른다. 그럼에도 군산과 서천군 주민들은 수백 년을 이웃사촌처럼 지내왔다. 해방 후 동장협의회 추천을 받아 초대 군산 부윤(시장)을 지낸 김용철도 서천 출신이었다. 그는 군산에서 제약소와 양조장을 운영하였고, 동산학원 이사장을 지냈으며, 1959년 6월 제10대 군산시장에 취임, 어려운 시기에 ‘군산호 선장’을 두 번 역임한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서천, 장항, 한산 등지에서 도선을 이용하여 군산으로 통학하거나 하숙하는 학생이 수백에 이르고, 군산의 동아리에 가입하거나 취미활동을 하는 서천군 주민이 많았다. 군산 지역 학생들이 장항제련소로 견학을 가고, 서천군 주민들은 민족 명절이나 집안 대사를 앞두고 군산의 전통시장으로 장을 보러올 정도로 두 지역은 왕래가 활발하였다.

 

1971년 대선 이후 갈등관계로 바뀐 군산시와 서천군
 


‘용호상박’이란 사자성어가 있다. 용과 호랑이가 서로 싸운다는 뜻으로, 힘센 두 사람이 승패를 겨루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단순히 사람에서 그치지 않고 단체나 마을, 국가도 해당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웃사촌처럼 지내는 두 도시 입구에 용호상박을 상징하는 조형물을 세워놓고 기원하면 결과가 어떻게 나타날까. 주민들 반응은 어떨지 자못 궁금하다.

 

그 같은 일은 우려에서 그치지 않고, 현재 벌어지고 있어 안타까움을 더한다. 장소는 충남과 전북을 연결하는 금강하굿둑(금강휴게소)이다. 하구둑 완공을 기념하여 군산시 입구에는 화강암으로 된 거대한 용(龍) 조각상을 세워놓았고, 서천군 입구에는 백호(白虎)가 포효하며 용과 마주보고 있다. 1990년 금강하굿둑이 완공됐으니 두 지역이 25년째 ‘용호상박’ 관계를 기원하는 꼴이 되고 있다.

 

이웃처럼 지내던 군산시와 서천군은 1971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당시 정부가 지역감정을 부추기면서 갈등 관계로 바뀐다. 그 갈등은 1990년대 지방자치 부활 이후 골이 더욱 깊어진다. 두 지역은 진포대첩 역사 논쟁을 비롯해 방폐장 유치, LNG발전소 건립, 군장대교 위치, 철새축제, 어업권 분쟁, 인공섬 개발, 하굿둑 수문 개방 등 각종 현안을 놓고 사사건건 마찰을 빚어왔다.

 

 

대결 상징 조형물 치우고, 새로운 광역시로 거듭나야


용 조각상이 있는 금강휴게소는 주말이면 가족동반 나들이객으로 붐빈다. 그중에는 좋은 의미로 해석하는 이도 있으나 용호상박을 상징하는 용과 호랑이 석조물을 하루빨리 교체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그래서다. 향기로운 사귐을 뜻하는 ‘지란지교’나 자신을 알아주고 이해해주는 친한 친구를 말할 때 사용하는 ‘관포지교’ 뜻이 담긴 조형물로 교체하면 어떨까 싶다. 물과 물고기 사이처럼 아주 친밀한 사이를 뜻하는 ‘수어지교’도 있다.

 

김중규 군산시 학예사는 그가 지은 책 <군산역사 이야기>에서 “터키 수도 이스탄불은 보스포러스 해협을 가운데 두고 동서양이 만나 하나의 도시를 이루고 있다.”라며 “이스탄불처럼 군산과 서천 주민들이 하나로 만난다면 그 도시 이름은 최무선 장군의 진포대첩을 기념한 ‘진포광역시’나 ‘금강광역시’라 불러도 좋을 것이다.”라고 군산시와 서천군이 새로운 광역시로 거듭나주기를 희망하고 있다.

 

군산시와 서천군이 어업권 분쟁 등 갈등 양상을 보이던 지난 2011년에는 당시 문동신 군산 시장이 군산, 김제, 부안, 충남 서천까지 포함하는 이른바 ‘3+1 행정구역통합’ 추진 의사를 밝혔다. 이에 서천군 장항읍 전통시장과 하굿둑 놀이동산 등에 군산-장항 통합을 찬성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장항 시민단체 이름으로 내걸리기도 했으나 크게 시선은 끌지 못했다.

 

세계 4대 문명 발상지는 모두 비옥한 평야를 낀 큰 강이었다. 강은 그 지역 사람들에게 생각할 기회를 주고, 도를 깨우친 사람 또한 많다고 한다. 헤르만 헤세 소설 <싯다르타>에서 주인공이 마지막 깨달음의 경지를 얻은 곳도 강이었다. 금강을 경계로 마주 보고 있는 군산시와 서천군도 앞으로 계속 열릴 실무협의회를 소통의 장, 깨달음의 장으로 만들어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진1 군산 구암동산에서 바라본 금강 하구(군산 시가지와, 공사 중인 군장대교 위로 장항제련소 굴뚝이 보인다)
사진2 금강휴게소에 세워진 용 조각상
사진3 나들이객을 붐비는 금강휴게소 주말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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