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gun 홈페이지에 오신것을 환영합니다.



메인 메뉴


콘텐츠

홈 > ARTICLE > 사회
도깨비 시장에는 희망의 도깨비가 산다
글 : 이화숙(자유기고가) / lila3006@hanmail.net
2011.04.01 00:00:00 zoom out zoom zoom in facebook twitter kakaotalk kakaostory

  

 

도깨비시장을 병풍처럼 둘러치고 있던 옛 군산역이 내흥동으로 옮겨진 후에도 그 자리엔 여전히 새벽도깨비시장이 선다

가슴속마다 휘휘하니 짠바람이 불어대지만 몇 십 년 지켜온 자리에서 쫙 펼쳐지는 좌판을 보면 도깨비시장은 항상 희망이 되어 마음가득 따스한 기운을 주곤 한다.


텃밭에서 길러낸 채소와 야채 등의 농작물과 새벽 수산물 도매시장에서 낙찰 받아온 싱싱한 생선들은 단골 이웃사촌들과 오순도순 정을 나누듯 거래가 되어 아들 딸 등록금이며 학교 갈 차비며 노모의 병원비가 된다. 집안의 기둥이 된다.

장에서 만난 반가운 동네사람들 사이엔 김 씨네, 이 씨네 숟가락 얘기부터 나랏일 보는 정치인 얘기까지, 감출 것도 속일 것 없이 남녀노소 한데 모여 서로 소통하는 곳이다. 정보를 얻고 소식을 듣던 곳이다. 돈과 물건 그리고 정과 마음을 주고받았다. 50여 년 동안 한결같이 새벽2시부터 서서히 동이 트기 시작하는 새벽 6시를 전후해서 나름대로의 규칙을 지키며 장이 서고, 아침 햇살이 내려쬐기 시작하는 8~9시가 되면 자연스레 하나둘씩 집으로 돌아가 어느새 새벽시장은 도깨비처럼 사라지곤 한다. 상인들이 취급하는 물품도 처음 쌀 위주로 거래되던 것이 점차 채소, 나물, 생선, 민물고기, 화 과자, 과일 등 품목도 다양해져 없는 것 빼고 다 있는 큰 시장되었다. 몇 년 전 기차가 다닐 때에는 다른 여느 지역 도매시장보다 싸서 익산과 김제는 물론 충남 장항, 서천, 화양, 한산, 부여에서까지 장을 보러오기도 했다. 그래서 도깨비시장은 도깨비처럼 신기했고 도깨비처럼 재미있었다. 

 

2011년 3월 어느 날, 그 옛날의 영광은 모두 사라진 신영동 구 역전 도깨비시장엔 오늘도 여전히 물건을 진열하고 손질하는 300여명의 상인이 앉아 있다. 파는 사람이 사는 사람보다 많지만 이곳은 낮에 다른 시장에서 하루 종일 장사하는 것보다 수입이 좋기 때문에 부부가 혹은 부모자식이 함께 나와 장사를 하고 있다. 남편은 물건을 띠고 아내는 몇 십 년 피땀으로 지켜온 자리에 앉아 물건을 파는 것이다. 오는 7월말이 되면 시장이 없어질 거라는 흉흉한 소식이지만 결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 이라며 오늘 당장 한 푼이 급한 사람들은 묵묵히 좌판을 진열하고 손질하며 새벽바람을 온몸으로 맞고 있다.
친정어머니로부터 자리를 물려받고 친정아버지 도움으로 장사를 한다는 송희연 (36세 금암동)씨는 “30년 넘게 지킨 이 자리는 우리의 생계이고 희망입니다. 시가 어떻게 처리할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도저히 이 자리를 떠날 수 없습니다.” 라고 야무지게 말한다.


역사와 전통의 도깨비사장이 존폐위기에서 벗어나 활기찬 새벽을 여는 군산의 새 아이콘은 될 수 없는 건지 마디마디 굵어진 손으로 눈이 부신 듯 아침 해를 가리는 상인의 주름진 얼굴은 질문으로 가득 차 있다.​ 

 

 

이화숙(자유기고가)님 기사 더보기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닫기
댓글 목록
댓글 등록

등록


카피라이터

주소 : (우)54020 전북 군산시 절골3길 16-2 , 출판신고번호 : 제2023-000018호

제작 : 문화공감 사람과 길(휴먼앤로드) 063-445-4700, 인쇄 : (유)정민애드컴 063-253-4207, E-mail : newgunsanews@naver.com

Copyright 2020. MAGAZINE GUNSAN. All Right Reserved.

LOGIN
ID저장

아직 매거진군산 회원이 아니세요?

회원가입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잊으셨나요?

아이디/비밀번호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