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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일곱 살 바리스타 방경남
글 : 배지영(시민기자) / okbjy@hanmail.net
2015.04.01 17:32:06 zoom out zoom zoom in facebook twitter kakaotalk kakaostory

“네 카페 자리나 잡고 해”... 그래도 커피콩 버리고, 장애 아이들과 커피공부 합니다.

지방소도시 청춘남녀 인터뷰㉒ 스물일곱 살 바리스타 방경남

 


 

우리나라 부모의 바람은 대개 비슷하다. 아이가 대학에 입학하고, (군대 가고), 취직하고, 결혼해서 아기 낳고 무탈하게 사는 것. 그렇게 ‘평범하게’ 살기를 바라는 게 부모 마음, 경남씨 부모님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경남씨는 군산 제일고를 졸업하고, 조선대학교 공대 산업공학과에 입학했다. 1학년 마치고 군 입대, 제대하고는 바로 2학년으로 복학했다.   

 

“대학 2학년 말쯤에 막연하게 커피 머신에 꽂힌 거예요. 커피 맛도 전혀 몰랐죠. 카페에 가본 적도 별로 없었고요. 근데 취미로 바리스타를 해보고 싶었어요. 방학 때 군산에 와서 커피를 배웠어요. 처음에는 바리스타 자격증만 따고 그만두려고 했어요. 커피 만들고 다루는 것만 하면 될 줄 알았는데 모르는 게 너무 많았어요. 커피에 대해 더 알고 싶더라고요.”

 

경남씨는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고나서 커피 추출을 배웠다. 로스팅과 커피 감별사를 접하면서 커피 미각을 알아갔다. 커피 맛의 기준을 알아야지만 커피를 올바로 이해할 것 같았다. 그렇게 해서 차례로 바리스타, 커피감별사, 로스팅, 브루윙(커피추출), 센서리(커피의 맛과 향 평가) 자격증을 땄다. 부모님의 바람을 저버릴 수 없어서 학교 공부도 웬만큼은 했다.

 

그가 커피 단계를 하나하나 배울수록 따라오는 건 돈 걱정. 처음에 바리스타 자격증 딸 때는 취미 활동이라서 부모님의 도움을 받았다. 수강료가 250만 원이던 커피 감별사부터는  스스로 해결했다. 학교 다니면서 계속 알바를 했다. 커피 일이 좋으니까 주로 카페에서 일했다. ‘유럽 스페셜 티 협회’에서 인증해주는 커피 교육관과 감독관 자격증도 땄다.

 

커피 대회에도 몇 번 나갔다. 맛을 보고 커피를 알아맞히는 커핑 대회. 두 번째는 로스팅 대회. 직접 볶은 커피를 서울의 ‘카페 쇼’ 협회로 보내야 했다. 대회에서 지정한 커피 볶는 기계는 따로 있었다. 마침 학교 근처 카페에 그 기계가 있었다. 경남씨는 카페 사장님에게 양해를 구하고 써 봤다. 전국에서 15명만 뽑아서 열리는 대회의 본선에 진출했다. 

 

“커피 대회에 가면 배울 게 많아요. 볼 것도 많고, 재미있고요. 입선하면 로스팅 기계(자동차 값만큼 비싼 것도 있음)나 커피랑 관련된 기구를 주기도 해요. 아프리카나 남미에 있는 커피 농장으로 투어를 보내주기도 하고요. 근데 압박감이 커요. 열리는 대회마다 정해진 로스팅 기계가 있어요. 그걸 살 수 없으니까 빌려서 해보는데, 고장 내면 완전 큰일이죠.” 

 

 

작년 2월, 경남씨는 대학을 졸업했다. 커피를 공부해 본 적 없는 선배가 차린, 광주의 한 카페에서 일했다. 새로 fp시피를 짜고, 카페 운영을 도왔다. 숱한 카페 알바를 하면서 ‘내 카페 하면, 어떻게 할까’ 자주 생각했던 게 도움이 됐다. 선배네 카페는 빠르게 자리 잡았다. 쉬는 날도 없이, 하루에 10시간 넘게 일하는 경남씨의 몸과 마음은 생기를 잃어갔다.  

 

그가 보는 세상은 카페 안이 전부였다. ‘대학 졸업했는데 이렇게 알바로 사는 게 맞나?’ 생각했다. 학교 다니면서, 알바 하면서, 커피 배우러 다닐 때도 활력이 있던 그였다. 2시간짜리 커피 강의를 들으러 수십 차례 서울을 오갈 때도 회의에 빠지지 않던 경남씨. 모텔(원룸과 월세가 같지만 관리비를 내지 않는 장점이 있음)에서 사느라 더 지쳤을 수도 있다.

 

“커피를 본격적으로 하면서는 부모님한테 손을 벌리기가 싫었어요. 절약을 많이 할 수밖에 없었어요. 언제까지 알바로 살 수는 없으니까요. 가끔 친구들이랑 고민 얘기하면서 술은 마셨죠. 제 옷을 사거나 먹고 싶은 거를 사 먹은 적은 없어요. 그런 욕망은 누르는 게 당연하죠. 생활비도 감당하고, 월세도 내고, 돈도 모아야 하니까요.”

 

지난해 4월, 여전히 카페 알바로 일하는 경남씨는 익산 특수교육지원센터의 바리스타 강사 에 지원했다. 일주일에 두 번씩 광주에서 익산을 오갔다. 길에서 흘려보내는 시간이 많았다. 돈을 벌 수 없는 재능기부. 그의 고민은 많지 않았다. 딱 한 가지, 지적장애가 있는 중고등학생 아이들에게 뭔가를 전달해 준 경험이 없다는 게 걸렸다.

 

처음에는 긴장해서 온 몸에 힘이 들어갔다. 열 명이 넘는 장애 아이들과 하는 커피 수업,  경남씨는 ‘이게 맞는 건가? 잘하고 있는 건가?’ 생각하느라 아이들한테 성큼 다가서지 못했다. 아이들이 먼저 다가왔다. 눈을 반짝이면서 커피를 볶고 드립 커피를 배우는 그 애들의 모습 자체가 감동이었다. 한 학기를 마쳐갈 때쯤에는 바리스타가 꿈인 아이도 나왔다.   
 

 

“커피는 누구나 배울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아이들이 완벽하게 커피를 습득하는 것보다는 체험하는 데에 중점을 두고 했어요. 애들이 신기해하면서 따라 하더라고요. 제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잘 따라왔어요. 수업 끝나고 함께 커피를 마시면, 쓰다고도 하고, 맛있다고도 하고, 설탕 타서 마신다고도 해요. 각자 취향이 있어서 다양한 반응을 보이는 거예요.”

 

경남씨가 광주의 카페에서 일하고, 익산의 특수교육센터에서 아이들과 커피 공부를 하는 사이에 한여름이 왔다. 그는 아예 짐을 꾸려서 고향 군산으로 왔다. 모아놓은 돈은 뻔했지만 조그마한 카페를 열고 싶었다. “해 봤자 금방 망해”라는 말보다는, 놀랄 만큼 비싼 임대료가 경남씨를 뒤흔들었다. 그래도 아이들한테 커피 가르치려고 익산의 특수교육센터에 다녔다.

 

큰 위험을 안고 시작하는 카페는 불안하다. 경남씨는 유동인구가 어느 정도 있고, 가게 월세도 감당할 수 있을 만한 자리를 찾아다녔다. 군산 수송동 어느 뒷골목의 20평짜리 가게, 창업대출을 받은 경남씨의 카페가 되었다. 깊어가는 가을에 그는 혼자서 인테리어 공사를 했다. 한 달 동안. 커피 교육에 치중하고 싶어서 테이블 두 개에 바 테이블 한 개만 들였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저는 커피 맛부터 완벽하게 잡고 싶었어요. 커피 머신을 새로 들였잖아요. 알바하면서 써 봤거나 배운 기계와는 다른 거니까 파악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어요. 로스터기도 처음 쓰는 거라서 콩을 제대로 못 볶으면 커피 맛을 버리게 되고요. 처음에는 원하는 맛이 안 나오더라고요. 맛이 들쭉날쭉해서 실패를 많이 했죠. 콩을 많이 버렸어요.”

 

경남씨는 왜 사치스럽게 커피콩을 버렸던 걸까? 보통 사람들은 카페에서 마시는 커피는 비슷비슷하다고 생각하는데. 맛있거나 아주 맛있거나. 커피 맛보다는 카페에서 보내는 시간들을 좋아해서 가는 건데. 그래도 경남씨는 고집을 부리고 싶었다. 바리스타라면, 커피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과 로스팅을 바탕으로 자기가 추구하는 맛을 끄집어내야 하니까.

 

유난히 눈이 많이 내린 작년 12월, 경남씨는 새로 들인 기계를 써 보며 커피 맛과 씨름했다. 그럴수록 막 개업한 카페 사정은 좋아지지 않았다. “처음에는 돈 생각을 아예 버렸어요”라는 경남씨는 유지만 해도 좋다는 생각으로 버텼다. 어느새 찾아오는 손님이 많아져서 테이블도 4개로 늘리고, 그에게 정식으로 커피 교육을 받는 수강생도 생겼다.     

 

그는 유럽에서 인증한 커피 교육관과 감독관 자격을 가진 사람. 그의 카페에서 커피 강의를 한다. 딱딱 정해진 커리큘럼도 있다. 커피를 배우러 온 사람들은 그의 카페에서 필기와 실기 시험을 본다. 경남씨는 그 결과를 종합해서 ‘유럽 스페셜 티 커피협회(SCAE)’에 메일로 보낸다. 얼마 뒤에 합격한 사람들에게는 자격증이 날아온다. 

커피는 흔해졌다. 커피 맛을 구별하며 즐기는 사람도 많아졌다. 바리스타로 일하는 사람들은 자조적으로 “1시간만 배우면 당신도 바리스타야” 라는 말도 한다. 전문적으로 배워서 일하는 바리스타를 알바 취급하는 경향 때문인지도 모른다. 집이나 사무실에도 커피 머신을 들여놓고 마시는 요즘, 경남씨는 커피 맛을 추구하는 것에 힘을 쏟는다.
 
“그냥 커피를 마시는 것도 좋죠. 근데 커피 맛에 대한 기준을 알고 마시면 더 좋잖아요. 커피는 나라 별로 맛과 특성이 달라요. 저는 커피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어요. (지적장애) 아이들의 부모님이 원하셔서 세미나와 강의도 여러 번 했어요. 올해도 익산으로 강의를 가는데 어떤 사람은 ‘네 카페 자리 잡고나 가라’는 말도 하죠. 자리를 잡아야만 다닐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오히려 자리를 잡는데 도움이 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좋은 에스프레소의 조건은 블랜딩(Miscela), 머신(Macchina), 그라인더(Macinazione), 바리스타의 손(Mano). 이 네 가지는 이탈리아어 M으로 시작한다. 그래서 경남씨의 카페 이름은 ‘4M 커피’. 그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11시까지, 하루도 쉬지 않고 카페 문을 연다. 다섯 달째 개인적인 시간을 보낸 적 없다. 그래도 경남씨는 장애를 가진 아이들과 커피공부하고 마시는 일은 계속 한다. 일주일에 두 번은 군산에서 익산 특수교육센터를 오간다. 

 

 

 

 

카페 <4M>

군산시 수송동 860-1
070 - 4799 - 45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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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5.01 12:30:56) rec(401) nrec(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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