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gun 홈페이지에 오신것을 환영합니다.



메인 메뉴


콘텐츠

홈 > ARTICLE > 사회
“부부 싸움은 부모형제 끌어들이지 말고 지혜롭게 하라”
글 : 조종안(시민기자) / chongani@hitel.net
2014.11.01 13:42:47 zoom out zoom zoom in facebook twitter kakaotalk kakaostory

 


 

가을은 결혼의 계절. 지난 주말(18일) 이색적인 결혼식에 다녀왔다. 혼례는 충남 보령시 바닷가에 위치한 통나무달빛정원 펜션의 아늑한 정원에서 오후 2시에 치렀다. 중앙에 테이블이 놓여있고, 한쪽에 뷔페식 음식이 준비되어 있어 식당으로 이동하는 불편을 덜어주었다. 앞으로는 은빛 바다가 펼쳐지고, 뒤로는 무성한 소나무 숲이 병풍처럼 감싸고 있어 운치를 더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성스러운 예식의 사회를 맡은 신랑·신부 대학 동기 김대현이라고 합니다. 오늘 사회를 보는 데 있어서 조금 미흡한 점이나 실수가 있더라도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여러분, 굉장히 많이 와주셨는데 박수는 열 분밖에 안치신 것 같아요. 잠시 후 신랑·신부가 입장할 때는 지금보다 한 백배는 더 큰 박수를 부탁드립니다. 

 

오늘 결혼식은 아주 특별합니다. 이렇게 날씨마저 축복받은 청명한 가을날, 아름다운 공간에서, 아름다운 사연으로 하나가 되는 이재헌(28)군과 김지현(27)양의 결혼식은 일반적인 예식과 달리 주례사를 생략하고, 귀하신 걸음으로 이 자리에 와주신 내빈 여러분 한 분 한 분이 주례가 되고 두 사람 사랑의 증인이 되셔서···."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이색 결혼식이었다. 야외 결혼식은 몇 차례 참석했지만, 주례 없는 결혼식은 처음이었다. 오랜만에 만난 지인들과 둘러앉아 늦은 점심을 먹는데 사회자가 "오늘 결혼식은 주례사를 생략한다"고 해서 처음엔 '무슨 말인가?' 했다. 그러나 금방 분위기에 적응해 웃기도 하고, 힘차게 박수도 치고, 축하도 해주면서 신랑, 신부의 행복을 빌었다. 

 

 

 

'주례없는 결혼식', 처음에는 뭔가 했는데...

결혼식은 신랑 신부 앞날에 축복을 밝히는 양가 어머니의 화촉 점화를 시작으로 신랑 입장, 신부 입장, 신랑 신부 맞절. 예물교환, 신랑 아버지 덕담, 신부 아버지 덕담, 성혼선언문, 케이크 커팅과 사랑의 키스, 축가, 양가 부모와 하객에 대한 인사, 신랑·신부 퇴장 순으로 진행됐다. 결혼식 소요 시간은 30분 정도.

 

화촉 점화가 끝나고 사회자가 "신랑 입장!"을 외치자 대기하고 있던 신랑이 만루 홈런을 날리고 베이스를 돌아 홈인하는 선수처럼 두 손을 번쩍 쳐들고 만세를 부르며 입장했다. 제식훈련 하는 병사처럼 어깨와 엉덩이에 잔뜩 힘을 주고 꼿꼿한 자세로 입장하는 신랑만 봐왔던 터여서 새롭게, 그리고 재미있게 느껴졌다. 하객들도 박수로 화답하며 즐거워했고, '신랑 멋쟁이네!' 소리도 들렸다.  

 

이어 사회자가 "이 세상 그 어느 누구보다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신부 입장이 있겠다"고 소개했다. 동시에 잔잔한 음률이 숲으로 우거진 산허리를 감돌았고, 화사한 '10월의 신부'는 자신을 27년 동안 길러준 친정아버지 손을 살포시 잡고 수줍은 발걸음을 한 걸음, 한 걸음 뗐다. 마냥 행복해하는 두 사람을 지켜보는 하객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뜨거운 박수로 축복해주었다. 

 

입장을 마친 신랑·신부는 일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거룩한 약속의 장소에서 하객들의 축하를 받으며 맞절을 했다. 예물교환 때도 이날의 주인공이 신랑·신부인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일반 결혼식과 달리 두 사람이 "일생 신의를 지키며 당신을 사랑하고 존경할 것을 약속합니다. 그 징표로 이 반지를 드리니 받아주시라"는 말을 서로 주고받으며 반지를 교환했기 때문이었다.

   

 

양가 부모 덕담에서 신부 아버지는 "오늘의 주인공들(신랑·신부)이 주례 없는 결혼식이니 덕담을 부탁한다고 해서 처음엔 황당했지만, 경사를 망칠 수 없어 이 자리에 섰다"면서 "두서없는 말로 분위기 깨뜨렸다고 원망들을까 봐 원고를 작성해서 읽고 있음을 양해해 주시라"며 훈훈한 덕담을 건넸다. 

 

그는 "부부생활에서 가장 무서운 게 무관심이라고 한다. 권하고 싶진 않지만, 어쩔 수 없이 부부싸움을 할 때는 논점에서 벗어나거나 부모 형제 끌어들이지 말고 지혜롭게 해결하라. 모범시민으로 살아가기를 바라면서 끝으로 한마디 하겠는데, 인생을 즐기면서 행복하고 단란하게 잘 먹고 잘살아라, 사랑한다!"라고 해서 웃음을 자아내기도.

 

 

신랑신부와 하객이 함께 낭독한 '성혼선언문'

 

두 사람의 결혼이 원만하게 이루어진 것을 선언하는 '성혼 선언문'은 사회자-하객-신랑·신부 순으로 이어져 뜻을 더했다. 사회자가 "신랑 이재헌은 신부 김지현을 아내로 맞이하여 평생토록 사랑의 맹세를 잘 지키며 신부를 한결같이 사랑하겠습니까?"를 선창하면 하객들이 제창하고, 신랑이 큰 소리로 대답하는 방식으로 신부에게도 이름만 바꿔 똑같이 진행한 것.  

 

사회자가 "두 사람은 내빈과 일가친척을 모신 자리에서 일생 고락을 함께할 부부가 되기를 맹세하였다"며 "제가 하객을 대표해서 이 혼인이 원만하게 이루어진 것을 엄숙하게 선언한다"고 하자 큰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날 결혼식은 재미나게 진행하는 사회자의 재치도 돋보였지만, 하객들이 중간 중간 양념처럼 참여해서 웃고 즐기는 모습은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신랑, 신부가 천생배필로 만나 하나 됨을 축하하는 웨딩케이크 자르기는 하객들의 건배 제의와 함께 진행됐다. 이는 많은 친지와 하객 앞에서 결혼을 약속하고 부부가 된 두 사람이 처음으로 같이 하는 공동 작업으로 출산과 다산, 즉 가족의 영속성을 지닌다고 한다. 또한, 앞으로 살아가면서 닥칠 '희로애락'을 함께 나누겠다는 마음의 표시이기도 하다.  

 

케이크 커팅을 마친 두 사람은 결혼식 증인이 돼 준 하객 앞에서 오늘의 맹세가 영원할 것임을 증명하는 로맨틱한 사랑의 키스로 결혼식의 절정을 보여줬다. 신랑의 사촌 동생 강소휘양은 축복의 마음을 담아 축가를 불렀다. 신랑·신부는 양가 부모에게 그동안 길러주신 은혜에 대해 존경과 감사의 표시로 예를 갖춰 큰절을 올렸다. 이어 신랑·신부와 양가 부모가 하객에게 감사의 인사를 올리고, 두 사람이 미래를 약속하는 행진으로 결혼식을 모두 마쳤다. 

 

신랑과 신부는 같은 대학, 같은 학부를 졸업하였고, 사내 커플로 맺어졌다고 한다. 결혼식 내내 화사한 웃음을 잃지 않았던 신부는 며칠 후 전화 인터뷰에서 "신랑이 3개월 넘도록 지극정성으로 짝사랑해서 어디 그냥 한 번 사귀어볼까 하고 만나게 됐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이만한 남자도 없는 것 같다고 생각되어 1년 만에 결혼을 결심하게 됐다"며 환하게 웃었다. 그는 결혼식에 대해서도 자기 생각을 털어놨다.  

 

"결혼식 끝난 지 며칠 지나지 않아서 그런가요. 아직은 결혼을 했는지 안 했는지 잘 모르겠어요. 토요일 오후에 결혼식을 마치고 신혼여행도 미루고, 지난 월요일부터 직장에 출근하고 있거든요. 그럼에도 많은 변화를 실감합니다. 예전과 전혀 다른 환경에 다른 가족이 생겨서 그런지 불편하기도 하고요. (웃음) 신혼여행을 미룬 이유는 한꺼번에 두 사람이 빠지면 업무에 지장이 있을까 봐 대표님이 불안하게 생각하셔서 비수기인 12월로 잡았습니다.  

 

직장은 제주도에 있고, 혼례는 충남에서 치르고···. 주례를 모시기 어려워 주례 없는 결혼식을 택했는데, 대학 동기인 사회자가 매끄럽게 진행해서 그런지 재미도 있고, 뭔가 특별한 의미도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야외 결혼식은 그냥 말이 나와서 했는데 후회되네요. 시부모님도 전남 고흥에서 충남 대천까지 올라오시느라 고생하시고, 엄마도 너무 힘들어하시고, 비용도 더 많이 들고, 시간과 정성도 더 많이 드는 것 같아요. 만약 (결혼식을) 한 번 더 한다면 일반 예식장에서 주례는 없이 할 거예요. (웃음)"

조종안(시민기자)님 기사 더보기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닫기
댓글 목록
댓글 등록

등록


카피라이터

주소 : (우)54020 전북 군산시 절골3길 16-2 , 출판신고번호 : 제2023-000018호

제작 : 문화공감 사람과 길(휴먼앤로드) 063-445-4700, 인쇄 : (유)정민애드컴 063-253-4207, E-mail : newgunsanews@naver.com

Copyright 2020. MAGAZINE GUNSAN. All Right Reserved.

LOGIN
ID저장

아직 매거진군산 회원이 아니세요?

회원가입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잊으셨나요?

아이디/비밀번호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