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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 ’지역작가 출간회‘에 선 한길문고 에세이반 문우들의 떨림과 도전
글 : 이진우 /
2021.11.01 14:51:36 zoom out zoom zoom in facebook twitter kakaotalk kakaostory

군산 지역작가 출간회에 선 한길문고 에세이반 문우들의 떨림과 도전

 

찻자리(Tea Ceremony)’를 준비하는 이숙자님의 손길에 정성을 넘어 거룩함이 가득했다. 누적과 반복이라는 바퀴로 돌아가는 일상의 톱니바퀴에 맑은 정화수를 넣는 비결은 어디에 있을까. 글쓰기 모임에서 만난 인생의 대선배로부터 진솔한 삶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귀중한 시간이었다.

 

군산의 한길문고에는 책을 읽고 글쓰기에 흥미가 있는 사람들의 모임 에세이반이 있다. 자신만의 글을 쓰고 싶고 더 나아가 예비작가로의 꿈을 꾸는 사람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공간이다. 한길문고의 상주작가 배지영씨를 중심으로 한 에세이반은 벌써 5기까지의 문우들로 가득하다.

 

20199, 에세이반 3기로 들어간 나도 역시 작가를 향한 희미한 꿈이 조금씩 가시화되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평소에 소설이나 역사, 고전, 평론 중심의 글만 읽으면서 에세이라는 산문(수필)의 글을 다소 경시했던 내가 이제는 에세이를 쓰는 글쟁이가 되었다.

 

에세이반과 인연을 맺은 지 만 2년이다. 그동안 글 저장고에 쌓인 글 꼭지가 400여개에 이른다. 의도와 목적을 가진 그런대로 읽을 만한 글도 있고 대중없이 쓴 글도 많다. 글쓰기는 50대 중년여성인 내게 고립감과 허탈감에서 해방시켜 주는 주요한 도구가 되었다.

 

유례없는 코로나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지만 에세이반 문우들은 오히려 새로운 세상의 문을 열었다. 소위 지역작가 출간회라는 작가로서의 입문이다. 작년 20203, 배지영 작가의 기획으로 에세이반 문우 12명이 자신들의 첫 책을 냈다. 독립출판이다. 코로나로 인해 외부세계와의 감금은 오히려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지나온 추억을 회상하는 한편의 드라마 같은 글을 담은 책을 탄생시켰다. 누구나 자신만의 인생극장이 있지 않은가.

 

요즘 돈만 있으면 누구나 다 책을 내는 시대인데, 뭐 특별한 거 있나?“라고 독립출판의 의미를 격하시켜 말한 이도 있다. 그런데 난 이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돈만으로 해결될 수 없는 일이 얼마나 많은지. 적어도 나에겐 글쓰기와 책 출판이 그랬다. 정말로 많은 용기와 시도가 필요했다. 에세이반 이라는 고리가 없었더라면 지금도 여전히 작가라는 꿈을 꾸지 못했을 것이다.

 

올해 에세이반 문우들은 두 번째 지역작가 출간회를 위한 여정에 돌입했다. 작년에 이어 또 다른 작품을 보여줄 기성작가와 올해 처음으로 책을 내는 예비 신인작가들 20여명이 준비했다. 그러나 실제로 109일 한글날 출간회까지 책을 낸 작가는 11명 뿐이었다. 이 중 작년에 이어 올해도 두 번째 에세이 책을 낸 이숙자님과 차를 마시는 시간이 가졌다.

 

이숙자님은 올해 78, 고령의 나이를 가진 분이다. 에세이반 2기로 들어왔으니 나보다 6개월 선배이다. 글쓰기에 정신력과 함께 반드시 필요한 것이 체력이다. 아무리 글을 쓰고 싶은 열정과 창의적인 생각이 넘쳐도 체력이 뒷받침되지 못하면 글을 쓸 수 없다. 그런데 이숙자님은 글의 주제에 맞는 적확한 문장구사와 흐름이 자연스럽게 살아있는 글을 쓴다. 2년 연속 책을 내는 작가가 되셨으니 정말 대단한 일이다.

 

글쓰기 전에는 주로 어떤 생활을 하셨어요?

결혼해서 가정주부로만 살다가 자식들이 내 곁을 떠난 후 오는 빈 둥지의 허전함과 외로움을 견딜 수가 없어 우울감이 찾아오는 날이 많았어요. 그때 지인의 권유로 다도를 시작하고 차 생활에 몰입하면서 차의 매력에 푹 빠졌지요. 그 속에 공부해야 할 역사 복식 음악 음식 등 공부해야 할 것이 많았어요. 병행해서 산수화 그림도 그리며 바쁘게 살아왔습니다.“

 

처음 글을 처음 쓰게 된 동기가 있으시죠?

나이가 더 들어가면서 내 가슴에 꿈틀거리는 별 하나가 반짝였습니다. 문학세계를 접하고 지금까지 살아온 내 삶을 정리하는 마음으로 글을 쓰는 일이었죠. 어느날 동네 한길문고에서 글을 가르친다는 말을 듣고 배지영 작가를 만나서 물었지요. “작가님 제가 나이가 좀 많아요. 참여할 수 있을까요?”라고 물으니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미국의 작가 모지스 할머니 책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을 추천받아 읽고 용기를 얻었습니다.

 

첫 에세이집 <77, 머뭇거릴 시간이 없습니다>의 주제는 도전이었다. 나이 들어서 도전한 일들-다도, 자수, 그림, 그리고 글쓰기-에 대한 작가의 마음을 썼다. 학생 때 작가에 대한 꿈을 간직하고 있었는데 늦은 나이에 글쓰기 세상이라는 행운이 왔다고 했다.

 

이숙자님의 두 번째 에세이집 <칠십대 후반 노인정 대신 나는 서점에 갑니다>는 선생님의 도전적 삶과 재량이 서점이란 공간을 만나면서 더욱더 빛나는 노년으로 살아가는 방법과 이치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나도 두 번째 에세이 <오 마이 라이프 로의 초대>를 출간했다. 코로나 발발 이후 올 8월까지 50대 중년의 내가 사는 법과 솔직한 일상을 오마이뉴스의 <사는 이야기>에 기고했었다. 채택된 글 중 가족, 이웃, 봉사, 일터, 텃밭(취미), 글쓰기를 중심으로 한 내 삶을 책으로 만들었다. 내 책을 읽는 독자는 누구든지 구름 뒤에 존재하는 태양의 빛을 발견할 것이다. 올해 나는 필사시화엽서를 담은 <씨앗으로 영그는 소리 당신 곁에 더 오래 머물러주길> 기념집과 함께 두 권의 책을 완성했다. 개인적으로 정말 뜻깊은 시간을 만들었다는 뭉클함이 어린다.

 

함께 한 출간작가로는 신은경작가 <펜데믹 바다에서 살아남기>, 김준정작가 <엄마의 원피스>, 김숲작가 <내 인생의 봄 날>, 강양오작가 <그 길에 만나 바람을 기억해>, 나비 소울> , 오안라 <어디서 저런 보석을 만났니?>, 황승희작가 <어쩌다 반 백살 반 백수>, 김정희작가 <누구나의 계절>, 이순화작가 <지루함이 뭐야?>이다.

 

<펜데믹 바다에서 살아남기>는 코로나 시대에서 일상을 지켜내는 사춘기 쌍둥이 아들과 그 가족의 이야기, <엄마의 원피스>는 요리에 자신 없는 엄마와 친구들의 도시락 반찬을 부러워했던 딸의 이야기, <내 인생의 봄 날>50대 아줌마가 경험한 50~52세까지 3년동안 있었던 만남과 헤어짐에 대한 이야기, <그 길에 만나 바람을 기억해>는 한 여자에게 불어온 기적의 바람과 그 시간에 대한 진솔한 고백이다.

 

소울>은 작가가 깊이 생각하고 오롯이 작가만을 사랑한 시간에 대한 이야기, <어디서 저런 보석을 만났니?>는 술이 맛있는 남편과 글이 맛있는 아내, 물과 기름 같은 부부가 유쾌하게 살아가는 이야기, <어쩌다 반 백살 반 백수>는 오십 살 즈음에 찾아온 고꾸라짐-, 친구, 가족 그리고 내 몸-이 인생에 대한 중간 성적표 같았는데 앞으로 남은 삶에서 마주할 외로움과 이별을 유쾌하게 대처하고픈 작가의 따뜻한 감성 이야기다.

 

아직도 코로나 펜데믹은 그 어둠을 거둘 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던 사람들이 독서와 글쓰기를 통해 지성의 전당이라는 책 출간에 도전했다. 지금까지 살아온 각자의 삶을 재밌고 솔직담백하게 표현했다. 자신만의 고유한 사유와 통찰의 세상을 보여줬다. 더불어 글과 책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게 희망의 열쇠를 건네주는 지역작가가 되었다.

 

2021 한길문고 지역작가 출간회(10.9 한글날)11명의 작가들이 등단하는 축하의 장이었다. 지역의 동네서점 한길문고가 예비 지역작가들을 위해 끊임없이 지원 협조하는 것은 정말 고마운 일이다. 군산에서 문학을 사랑하고 자기 글로 문학을 베푸는 시민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참고로 지역작가들의 책은 한길문고와 예스트 서점, 인터넷서점에서도 살 수 있다. 독서의 계절인 가을이 깊어간다. 올해가 가기 전 가까이 있는 지역작가들의 책부터 먼저 읽어주길 소망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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