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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여행 떠나고 싶을 땐 '바닷가 길 따라 군산 근대역사문화지‘로 오세요
글 : 이진우 /
2021.09.01 13:34:42 zoom out zoom zoom in facebook twitter kakaotalk kakaostory

가을 여행 떠나고 싶을 땐 '바닷가 길 따라 군산 근대역사문화지로 오세요

 

 

내가 사는 군산은 어떤 곳인가. 삼국시대의 자료에 따르면 지금의 호남평야 대부분이 바다였고, 옥구군, 임피군 이란 지명은 여전히 사용되고 있다. 일제강점기에 군산부로 개칭되었고 1876년 강화도 조약 이후 일본의 개항정책으로 문을 연 부산, 인천, 목포(1897)처럼 1899년에 군산도 개항되었다. 그 후 군산항이 있던 지역을 중심으로 조개지가 형성되었다.

군산이 항구도시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것은 옥구 및 김제가 포함된 너른 호남평야 등의 곡창지대에서 나는 쌀을 일본으로 수탈하기 위한 통로로 정착되면서 부터이다. 군산의 근대 작가 채만식의 소설 <탁류>를 보면 이 시기에 쌀이 모여들고 나던 군산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몇 년 전 나는 군산작가들의 작품을 읽고 현장을 여행하는 한 프로그램에 참여한 적이 있었는데, <탁류>의 주요 줄거리 속에 나오는 현장을 직접 보며 소설 속 이야기를 따라가니 정말 신기한 타임머신을 탄 듯해서 지금도 멋진 추억으로 남아있다.

10년 전 큰아이가 중1 때 청소년동아리를 만들었다. 단순한 봉사활동이 아닌 색다르고 창의적인 봉사활동을 지도하고 싶었다. 가장 먼저 제시한 아이디어가 바로 '군산의 근대역사와 문화가 깃든 장소를 영어로 홍보하기'였다. 때마침, 군산시에서 '주요관광지 스탬프투어'라는 제목의 행사를 시작했다. 시의 홍보물을 보고, 바로 이거다라는 확신이 생겼다.

 

군산시는 군산의 대표이미지로 근대역사와 문화의 중심지라는 명칭을 붙였다. 군산을 찾는 방문객들이 정해진 코스의 관광지를 돌며 스탬프를 완성하면 선물과 관광홍보대사라는 별칭을 주었다. 학생들이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알 기회가 얼마나 되는가 싶어, 그 기회를 이용해서 학생들에게 군산의 역사와 멋을 알게 하고 싶었다. 그리고 각자가 방문한 곳에 대한 홍보물을 영상으로 만들어 유튜브를 통해서 알리는 활동을 제시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겨우 중1이었던 학생들이 내가 제시한 군산 역사와 문화에 대한 자료를 이해하고 홍보물까지 만들어 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적극적 협조와 나의 끝없는 열정이 손을 잡고, 첫해에 영어홍보영상을 15편이나 만들었다. 이 활동은 5년 동안 지속했으며 우리 집에는 해마다 받은 군산시 관광홍보위촉장이 있다.

어제는 휴학을 하고 집으로 내려온 딸이 문득 물었다.

 

"엄마, 군산에 새로 사귄 친구가 놀러 온다면 어디를 보여줘야 하지? 마땅히 생각이 안 나네. 근데, 방금 카카오스토리에서 예전에 했던 영어홍보영상 활동에 대한 추억이 떴어. 그때 난 겨우 초등 6학년이었는데. 진포해양공원을 소개했잖아. 엄마가 고쳐준 영어 대본을 달달 외우는데 자꾸 잊어버린 거랑 비가 많이 와서 핸드폰 촬영이 멈추던 거 가끔 생각나. “

 

"잘됐네. 그럼 네 친구에게 그곳이랑, 군산 근대역사관련 장소를 보여주면 좋지. 네 옛날얘기도 하면서. 한번 더 군산시 민간 홍보대사로 나서보는 건 어때? 이젠 더 잘할 것 같은데."

딸은 아침부터 다소 분주했다. 이왕 생각한 김에, 학생 때 다녔던 군산 관광지를 돌아보고, 일일 해설사가 될 연습을 좀 해야겠다고 했다. 그럴싸한 말에 나도 흔쾌히 일어났다. 특별히 친정집이 있었던 바닷가와 조선소가 생각나서, 여행테마로 '바닷가 길 따라 군산여행'이란 제목도 붙이자고 했다.

 

우리의 첫 번째 여행지는 '채만식 문학관'. 소설 <탁류>로써 일제강점기 군산의 시대상을 보여준 작가 채만식의 삶과 작품세계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도 학생들이 홍보영상을 찍었던 기억이 나서 그때 그 학생들은 얼마나 컸을까 궁금해졌다.

두 번째 여행지는 구암동에 있는 '구암역사공원'. 이곳은 한강 이남 최초로 독립만세운동이 시작된 곳이다. 구한말 선교사들이 이곳에 정착하면서 세워진 구암교회는 3.1운동에 이은 군산의 3.5만세운동의 발화지점이다. 2018년에 건축된 3.1운동 100주년 기념관과 함께 역사지로서 꼭 가보면 좋은 곳이다. 딸은 고등 1학년때 이곳의 역사적 가치를 홍보영상에 담느라고, 10여 차례 방문했던 기억이 새롭다며, 나무 의자에 앉아 썰물로 드러난 금강하구의 갯벌을 바라보고 있었다.

세 번째, 방문지는 서래포구였다. 내 아버지가 20년간 안강망 어선을 운전하며 들고나던 포구이다. 나의 어린시절부터 결혼직후까지의 모습을 간직한 동네이기도 하다. 도심의 한 가운데에 포구가 형성되어 조선소와 목재회사들이 즐비했고, 사람들로 북적였던 동네 골목들이 생각났다. 지금은 내가 살던 집도 고가도로 밑에 묻혀서 사라지고, 울 아버지 배를 새 단장시켜주던 조선소도 없다. 옛날 생각이 나서 포구 앞에 문을 연 칼국수 집에서 점심을 먹었다.

네 번째, 여행지는 '째보선창'이었다. 이름에 대한 유래는 설이 분분하지만 분명한 것은 내가 태어날 때부터 있었던 이름이라는 것이다. 바닷물이 들어오는 형상이 째보의 입을 닮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빠는 어디 가셨니?'라고 물으면 항상 '째보선창에 가셨는데요'라고 답했다. 이곳 역시 채만식 소설의 주요무대에 등장하는 곳이며, 군산개항을 상기시키는 1899라는 가드레일 너머 정박한 고깃배의 주인이 그리웠다.

다섯 번째로 도착한 곳은 진포해양공원에 있는 부잔교였다. 일제강점기 일본이 호남평야의 황금 같은 쌀을 쉽게 반출하려고 배가 닿는 곳에 세워놓은 대표적인 구조물이다. 바닷물이 들어오면 다리가 물 위로 뜬다고 해서 뜬다리부두 라고도 하며, 일제수탈의 산증인으로 살았다.

마지막 도착지는 군산근대역사박물관이었다. 20119월에 개관하여 군산의 근대문화 및 해양문화를 주제로 한 특화 박물관이며 지역박물관으로 방문객들이 군산의 역사와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동아리 학생들이 홍보영상을 만들고 싶은 곳, 인기순위 1위였고 학생들 의 봉사활동에 관심이 있었던 지역방송이 배경 장소로 손꼽았던 1번타자 이기도 했다. 바다의 유산을 가진 군산의 과거, 현재, 미래를 폭넓게 볼 수 있는 대표적 관광지이다.

딸은 부지런히 오고 간 길을 메모했다. 군산에 올 친구에게 일명 일일해설사로서의 체면을 지킬 수 있는 지식을 공부하겠지 싶었다. 오랜만에 8년 전의 가을날로 돌아가서 열심히 뛰어다니며, 영어 홍보영상을 만들기 위해 어린 학생들을 지도했던 내 모습이 떠올라서 좋았다.

비록 관광해설사 자격증은 없더라도 나도 누구 못지않게 군산을 자랑하고 군산을 사랑한다. 나이 들수록 새로운 변화가 무서워서 그런지, 이제는 예전처럼 뛰어다니지 못한다. 희망이 있다면 내가 군산 속의 진짜 군산 자랑거리를 찾아내어 자료로 제시하고 젊은이들은 신기술 영상촬영을 하는 콜래버레이션(Collaboration)이다. 미지의 방문객들에게 우리 군산을 널리 홍보하고 싶은 나의 상상만으로도 즐거운 가을 여행의 출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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