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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달도 군산 덕 좀 보았지
글 : 이진우 /
2020.06.01 16:48:24 zoom out zoom zoom in facebook twitter kakaotalk kakaostory

<제주 청년이 군산에서 살아남기>

 

이번 달도 군산 덕 좀 보았지

 

 

 

똑똑똑

 

어서 와요. 준혁 선생님.” 청소년자치연구소의 정건희 소장님이 나를 환한 미소로 반겨주었다. 4년간 근무했던 직장을 그만두고 4개월 만에 스승의 날이랍시고 얼굴 비추러 찾아갔다. 이전 직장 대표이자 동료인 그에게 스승이라는 표현은 낯간지럽긴 하다만 책 한 권을 조공... 아니 선물로 내밀었다.

 

20202, 나는 갑작스러운 지인의 연락을 받게 된다. “우리 책 만들어보는 거 어때요?” 갑작스러운 제안이었지만 백수 생활 2주차로 접어들 무렵이었던 나는 그 구차한 요즘 시간이 없어서’, ‘요즘 회사가 바빠서등 변명의 기술들이 먹히지 않을 거란 걸 알고 있었다. 게다가 선착순 모집이라는 흔하디 흔한 마케팅 수법 덕분에 발 동동 구르다 결국 신청하고야 말았다. 한 주에 한 번, 그리고 4회기로 진행되는 총 4주간의 책 만들기 모임은 그렇게 해서 시작하게 되었다.

 

모임 첫날, 나는 미원동에 위치한 조용한흥분색이라는 책방을 찾아갔다. 늘 줄 서는 손님들로 바글바글한 복성루 골목을 지나 특별할 게 없을 것 같은데 뜬금없이 위치한 건물 하나를 신기하게 바라보다 첫 모임부터 지각할 뻔했다. 처음 보는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 서로 눈치 보다 누군가 간신히 이야기 하나를 꺼내면 금세 다시 침묵이 흐르며 애꿎은 커피잔만 들었다 놨다했다. 위기의 순간에 반짝하고 나타나 이 위기를 물리쳐주는 누군가가 늘 나타나기 마련이다. ‘공출판사라는 독립출판사 대표이자 독립출판물 작가로 활동 중이고 이번 모임을 기획한 공가희 대표님! 그녀의 진행 덕분에 커피잔을 더는 괴롭히지 않아도 되었다.

 

동네 백수인 나를 포함해서 주부, 학원 강사, 직장인, 자영업자, 교사 총 6명이 모였다. 각자 어떤 책을 쓸지도 궁금했지만 1주차, 2주차 시간이 흐를수록 조여오는 원고 마감일을 앞두며 누가 먼저 원고를 끝냈는지가 암묵적인 우리들의 초두의 관심사였을 거다. 먼저 최종원고를 끝낸 분을 바라보는 나를 포함한 나머지 5명의 눈빛 속에 부러움으로 가득 찬 걸 나는 분명 확인했으니까.

 

서로 의기투합했고 공가희 대표의 세세한 도움 덕분에 마지막 주차에 우린 모두 책 한 권씩 손에 쥘 수 있었다. 학창시절부터 육갑이라는 이름을 짓고 지금까지도 멋진 우정을 이어나가고 있는 여섯 친구들의 글과 이야기를 담아 만든 육갑실록, 자신 주변의 사람들과 소재들을 재해석하며 글로 풀어쓴 ego, 어린 시절에 트라우마로 자신을 가두었던 스토리를 시작으로 심적 고통을 섬세하게 다루고 점차 불완전한 자신을 인정하게 되며 극복해나가는 그림책 열세살어른이, 지금 이 순간에 오기까지의 도전했던 자신의 삶을 모은 그래 도전, 꽃집여자와 결혼한 남편이 꽃집여자의 실체를 낱낱이 파헤치는 저는 꽃집여자와 결혼했어요.

 

군산에 조그마한 책방 덕분에 나만의 책이 하나 만들어졌다. 참고로 나는 전 직장의 자원봉사자로 활동했던 꽃집여자를 만나 결혼했다. (독자 여러분들이 생각한 대로 나는 저는 꽃집여자와 결혼했어요책을 썼다.) 앞서 등장했던 정건희 소장님을 포함한 직장 동료들은 일 하라고 보냈더니 연애를 했다며 요즘도 장난스레 말하곤 한다. 제주 청년이 이젠 이곳에서 신혼집을 꾸리고, 잘 사는 것에 대해 고민하며 군산에 정착할 수 있게 도움 준 분에게 감사 선물 할 수 있는 책이 만들어졌다. 덕분에 올해 스승의 날 선물이 특별할 수 있었으나 내년 스승의 날 선물에 대한 기대치가 올라가는 건 아닐까 하며 조금은 후회한다. 괜찮을 거다. 그 분은 좋은 사람이니까... 어쨌든 나는 그렇게 이번 달도 군산 덕을 보며 잘 살아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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