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gun 홈페이지에 오신것을 환영합니다.



메인 메뉴


콘텐츠

홈 > ARTICLE > 사회
<카페 이야기> 이현웅 04.
글 : 이현웅 /
2019.08.01 15:23:49 zoom out zoom zoom in facebook twitter kakaotalk kakaostory

<카페 이야기> 이현웅

04. "이놈의 카페, 할 짓이 아니다"


부서져버린 꿈의 거리 (Boulevard Of Broken Dreams)




 

인테리어 업자인 후배의 명함에는 '카페 공사 전문'이라는 문구가 굵고 짙은 글씨로 박혀있었다. 불신의 시대에 살고 있지만 믿고 싶었다. 하지만 그 믿음은 얼마 가지 않아 깨졌다. 

 

"선배님, 어떤 인테리어를 원하세요?"

 

어떤 인테리어라니! 음악감상카페를 할 것이니 음악실만큼은 내가 원하는 대로 하되 다른 인테리어는 전문가인 그에게 맡겼는데 오히려 내게 묻는 것이다. 출입문은 어찌할 것이며, 벽체는, 천장은, 바닥은 어떻게 할 것인지를 계속 물어왔다. 나중에 원망을 듣지 않기 위해서라고 했다.

 

바닥 공사의 자재로 데코타일을 선택했다. 보여준 카탈로그에서 적당한 색깔과 무늬의 타일을 선택했다. 시공 당일 출근해보니 공사가 한창 중이었다. 그런데 내가 원한 색이 아닌 너무 밝은 타일이었다. 물어보니 내가 선택한 것이 틀림없다 했다. 확인 결과 카탈로그의 인쇄가 어둡게 되었던 까닭이다. 

 

나는 인쇄소를 탓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당연히 인테리어 전문가가 내 선택에 의문을 제기했어야 했다. 하루에만도 수십 명의 사람들이 밟고 지나갈 타일이 코팅도 되지 않은 백색에 가까운 타일이라니! 

 

설마 맨발로 다닐 것이라고 생각했을까? 나는 그의 명함에서 '전문'이라는 단어를 빼고 차라리 명함 한복판에 "해달라고 하는 대로 해드리겠습니다"라고 크게 써놓는 게 합당하다고 생각했다. 

 

이 땅의 수많은 카페 주인들은 부동산과 인테리어, 광고 디자인, 커피 기기와 카페 장비 등 모든 분야에서 전문가적인 요구에 부응해야 한다. 마치 카페 사업자로서의 자격 요건이 좋은 상가를 선택하고 멋진 인테리어를 하며 디자인 감각이 뛰어나야 하는 것처럼 되어버렸다. 정작 오픈 이후 경영자로서 꼭 해야 할 일들은 뒷전으로 밀려나거나 아예 고려조차 되지 않는 것은 아닐까?

 

음악감상카페에서 오디오 장비는 중요하다. 사람들은 삼십 수년의 DJ 경력을 가진 내가 당연히 오디오 기기에 관해 남다른 지식을 가졌으리라 생각한다. 명백한 오해이다. 소리에 미쳐 집 팔아먹는 선배들을 보면서 애초부터 명품 스피커나 앰프 따위엔 관심조차 두지 않았던 까닭이다. 

 

그것은 그 업계의 전문가가 우리 카페에 어울릴만한 장비를 내가 지불하는 금액에 맞춰 추천해주면 될 일이다. 실제로 그렇게 했다. 인테리어를 했던 후배가 서울에 잘 아는 오디오 업자가 있으니 알아서 하겠다는 말에 승낙했다. 

 

개업 후 오디오에 대한 손님들의 평가는 가혹했다. 소리가 좋고 나쁘고를 떠나 카페용이 아닌 옥외 행사장에서나 사용될 오디오라는 것이 공통된 이야기였다. 그들은 나에 대한 의구심을 품었다. 음악감상카페를 운영하겠다는 사람이 오디오 장비에 대한 지식이 너무 형편없다는 생각에서였을 것이다. 

 

삼십 수년의 DJ 경력에까지 의심의 눈길을 보내는 듯했다. 어떤 이는 동정의 표정을 지어 보였는데 대개 술기운에 힘입어 그랬다. 어떤 손님은 아예 대놓고 이런 스피커로 무슨 음악감상카페를 하려고 하느냐며 힐난했다. 명품 오디오를 집에 갖춰놓은 어느 손님은 내게 일찌감치 카페를 때려치우라고 조롱했다. 견디기 어려운 수모였다. 

 

나는 분노했다. 오디오 업자에게 항의했다. 그는 오히려 나를 어이없어했다. 처음에 이의를 제기했어야지 이제 와서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며 나를 이상한 사람으로 몰아붙였다. 그는 필시 둘 중 하나였다. 내 수준만큼이나 오디오에 관해 알지도 못하는 황당한 사업가이거나 잘 알면서도 먼 거리의 고객에게 골칫거리의 재고품을 떠넘긴 사기꾼이거나. 

 

그날 나는 카페를 시작한 것에 대해 후회했다. 한숨을 내뱉으며 악을 썼다. 

 

"이놈의 카페, 할 짓이 아니다."

 

이쯤에서 당신은 혀를 차며 고개를 설레설레 저을 지 모른다. 내게서 측은함마저 느낄지도 모른다. 카페를 해서는 안 될 사람이 카페를 시작한 것이므로 당연히 겪을 일이라고도 생각할 것이다. 

 

동시에 당신 자신은 결코 그러지 않을 것이라고 결의를 다질 것이다. 안 봐도 뻔하다. 어쩌면 더 이상 내 얘기를 들을 필요가 없다고 단정 지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은 큰 오산이다. 당신이 카페를 하면 안 되는 이유에 관한 본격적인 이야기는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이 책을 덮어버린다면 당신은 반드시 후회하게 될 것이다. 

 

어느 마케터는 자신의 저서에서 이렇게 말했다. 

 

"마케팅은 고객의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이다."

 

카페를 시작한 나를 고객으로 둔 그들 중에 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 마케터는 과연 누구였을까? 그들 대부분은 전문가가 갖춰야 할 문제 해결 능력을 비전문가이자 의뢰인인 내게 요구했다. 

 

나중에 빠져나갈 구멍을 만든 것이다. 알아서 해주면 된다는 내 말을 믿지 않았다. 불신의 시대가 빚어낸 서글픈 일이다. 그들이 나를 믿지 못했듯이 나도 그들을 불신하게 되었다. 불신의 시대는 계속된다.

 

그날 밤 나는 불 꺼진 카페에서 천덕꾸러기가 되어 버린 오디오 장비로 음악을 들었다. 철저히 혼자가 되어 외로움을 삼켰다. 오랜 세월 염원했던 카페에 대한 꿈이 이루어진 지 불과 며칠 만에 깨져버린 것만 같았다.

 

"이놈의 카페, 할 짓이 아니다"라고 악다구니를 쓰며 Green Day의 를 듣고 또 들었다. 

 

“외로운 거리를 걷지 내가 알던 그 유일한 길을

이 길이 어디로 향하는지는 모르지만 

그렇게 나 홀로 텅 빈 이 거리를 걸어

부서져 버린 꿈의 거리, 잠들어 버린 도시 속을,

 

오직 나 혼자만이, 그렇게 걷고 있네 나 홀로, 

외로이 쓸쓸하게, 걷네“​ 

 

이현웅님 기사 더보기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닫기
댓글 목록
댓글 등록

등록


카피라이터

주소 : (우)573-041 전북 군산시 큰샘길 1(중앙로1가 23-11), 통신판매신고 : 2015-전북군산-00025

전화 : 063-445-1856, 팩스 : 063-911-1856, 대표 : 이진우, E-mail : jay0810@hanmail.net

Copyright 2015. MAGAZINE GUNSAN. All Right Reserved.

LOGIN
ID저장

아직 매거진군산 회원이 아니세요?

회원가입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잊으셨나요?

아이디/비밀번호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