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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이야기> 이현웅 누군가의 빛나던......
글 : 이현웅 /
2019.07.01 12:55:41 zoom out zoom zoom in facebook twitter kakaotalk kakaostory


<카페 이야기> 이현웅

누군가의 빛나던......




 

우리 대부분은 누군가의 존재로 살아간다. 누군가에게 희망이 되고 위로가 되는 존재. 비록 현재는 아닐지 모르나 과거 어느 한 때에는 누군가에게 빛나는 사람이었으리라. 

 

가진 돈과 열정, 시간을 다 쏟아 붓고 빚까지 진 채로 폐업을 기다리는 슬픈 카페 주인도 누군가에게는 빛나던 존재였을 것이다. 

 

카페를 차리겠다는 내 결의가 처음으로 흔들렸다. 후배 형준은 여전히 카페 주인에게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애써 강조했다.

 

"그분은 카페를 할 타입이 아니더만요. 형은 잘하실 거예요. 딱 카페 주인 스타일이잖아요."

 

부끄럽지만 나는 그 말을 아부로 여기지 않았다. 마음속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당신이 '다른 사람은 망해도 나는 성공할 수 있다'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나도 그랬다. 

 

시장조사를 계속했다. 인터넷에서 '음악카페', 'LP카페' 등의 키워드를 검색했더니 600개가 넘게 올라왔다. 그중 블로그나 여타 플랫폼을 통해 카페의 성격과 분위기 등의 특징을 정리하여 180곳을 추려냈다. 그중에서 카페 주인의 이야기를 직접 듣고 싶은 곳에 전화를 걸었다. 

 

처음엔 카페 주인들이 경계의 날을 세웠다. 생면부지의 사람이 불쑥 전화해서 이것저것을 물으니 마뜩지 않은 것이 당연했다. 바쁘다는 핑계로 전화를 끊는 것은 그나마 친절한 편이었다. 먼 거리를 직접 가기에는 어려웠으므로 나는 인내심을 발휘해야만 했다. 어떤 곳은 여러 차례 통화를 했다.

 

다행히 마음의 빗장을 풀어준 사람도 여럿 있었다. 묻지 않는 것까지 친절하게 설명해주기도 했다. 그런데 그들이 내게 해 준 말들 중에 의아할 만큼 공통적인 것이 있었다. 왜 힘든 일을 시작하려 하느냐며 강하게 만류하는 것이었다. 처음엔 그저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내게 선배 된 입장에서 나타내는 염려 정도로 생각했는데 대화를 나눌수록 상당히 심각하게 느꼈다. 

 

마침내 그토록 강하게 만류한 이유를 알았다. 그들 대부분은 카페 사업에 실패했거나 혹독한 시련 중에서 분투 중이었다. 그들은 일면식도 없는 내게 자신의 처지와 속내를 자세히 보여주었다. 어쩌면 가까운 사람들보다는 낯선 내게 털어놓는 것이 더 쉬운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수십 년 동안 몸담았던 직장에서 은퇴한 후 퇴직금을 몽땅 털어 넣었는데 손님이 없어 몸고생 마음고생만 하다가 결국 폐업을 앞둔 사람이 있었다. 꽤 큰 도시의 방송국 DJ 출신의 이력을 앞세워 운영하는 곳도 손님이 없기는 매한가지였다. 가족과 지인들의 반대에도 고집을 부려 카페를 차렸는데 몇 년 동안 빚만 진 채 자책감으로 집에도 들어가지 못하는 카페 주인도 있었다. 

 

그들은 낙담해 있거나 회한에 젖어 있었다. 돌이킬 수 없는 시간에 대한 안타까움과 앞으로의 날들에 대한 막막함이 전화기를 통해 전해져 왔다. 

 

두 달여에 걸친 시장 조사를 끝냈을 때 나는 몹시 피로했다. 시작조차 하지 않은 카페를 마치 오랫동안 운영이라도 한 것처럼 지쳐 있었다. 시장조사 내내 함께 한 형준은 더 지쳐 있는 듯 보였다. 

 

"접읍시다."

 

그는 단 한마디로 심경을 표현했다. 

 

시장 조사 과정과 결과를 들은 지인들은 나를 만류하거나 염려가 담긴 조언을 해줬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내가 카페를 잘할 것이라며 무한 신뢰를 보냈던 그들이었다. 당신도 눈치 챘겠지만 그들이 보내준 것은 나에 대한 신뢰가 아니었다. 그들이 생각하기에 괜찮은 아이템이고 그에 따른 막연한 기대감의 작용이었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시장조사를 한 기간보다 더 긴 갈등과 고민의 시간을 보냈다. 몇 달을 진지하고 심각하게 보낸 나는 그 해 여름 끝자락에서 결정을 내렸다. 

 

"해야겠다, 카페."

내 단호한 말에 후배의 동공이 커졌다.

 

"엥? 정말요? 잘 되는 데가 거의 없다면서요."

"그래서 해야겠다."

"그건 또 무슨 해괴한 논리래요?"

 

후배는 어이없다는 듯 실소하며 물었다. 내 결심이 무모함이었을지도, 턱없는 오만이었을지도 모른다.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 대한 동료의식으로부터 비롯된 오지랖이었을지도. 

 

나는 음악을 좋아하거나 커피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순수한 열정에 경영의 본질에 대한 이해를 더해주고 싶었다. 막연하고 안일한 경영이 아닌 보다 구체적이고도 치밀한 경영을 통해 카페 사업에 성공하기를 바랐다. 그러기 위해선 내가 직접 카페를 해야만 가능한 일이었다. 카페 경영을 반드시 성공시켜 과정과 노하우를 책으로 엮고 싶었다. 

 

어쨌든 나는 그러한 강력한 동기로 카페를 시작했고 그때로부터 2년 여의 세월이 흘렀다. 그리고 틈나는 대로 기록해뒀던 일기와 메모를 정리하여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다. 앞에서도 밝힌 바 있지만 이 글은 카페 성공을 위한 매뉴얼이 아니다. 시중에 나와 있는 카페 관련 책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내용은 가급적 뺐다. 

 

성공의 환상을 심어주는 내용들로 가득 차 있는 그런 서적들에 나까지 가세하고 싶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무모한 카페 사업을 하지 말라는 강력한 조언이 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정말 카페를 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이 글을 좀 더 읽어도 좋다.

 

이 글에서 나는 다른 책에서 알려주지 않는, 어쩌면 당신이 대수롭지 않게 여기거나 그냥 지나쳐버릴 내용을 실었다. 이유는 기왕에 시작한 당신의 카페 사업에 진정한 도움을 주고 싶어서이다. 그 누군가에게 빛나는 존재가 되고픈 욕망을 품에 안고.

 

뜻대로 되지 않는 세상사로 인해 지금, 절망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다면 부디 심기일전하기를 바란다. 그리하여 다시 누군가의 빛나는 존재가 되기를 소망한다. 어느 누군가의 배우자로거나, 부모이거나 자녀로, 그 누군가의 희망과 기쁨이 되는, 반짝반짝 빛나는 존재가 되어주기를 진심으로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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