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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째 교통봉사, ‘딸 바보’ 김재만(72)씨
글 : 채명룡 /
2019.04.01 16:07:49 zoom out zoom zoom in facebook twitter kakaotalk kakaostory

7년째 교통봉사, ‘딸 바보’ 김재만(72)씨

- 군산미장초 아이들의 ‘할아버지 엄마’

- 전남 광주에서 매주 올라오는 열정

- 파인빌1차아파트 상가 ‘김은정피아노학원’ 돕기도

 

 

 

어김없이 꽃샘추위가 찾아 온 2019년 3월 15일 아침 8시 30분경 군산미장초 후문 사거리. 영하권으로 뚝 떨어진 아침 기온 때문인지 벙거지 모자를 눌러 쓴 김재만 할아버지(72)에게서 하얀 입김이 품어져 나왔다. 7년째 아이들의 안전 등교를 돕고 있는 김 할아버지는 이 날도 어김없이  “얘들아, 얼른 이리 와! 신발에 흙 묻잖아. 이쪽 마른 데를 밟아” 라면서 아이들의 손을 이끌었다.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었거나 하품을 하면서 걸어 온 몇몇의 아이들은 수줍은 인사를 보냈고, 할아버지는 아이들의 머리를 쓰다듬고 안아주면서 반가워했다. “제 첫 손자가 7년 전 1학년이었는데 커서 중학생이 되었고, 둘째가 여기 6학년에 다니거든요. 미장초에 다니는 아이들은 모두 제 손자 같아요. 그러니 예쁘지 않을 수가 없지요.” 

 

김 할아버지는 횡단보도 앞에서 차량을 세우거나 보내주다가 아이들을 학교 문 앞까지 바래주는 일을 계속했다. 군산의 신도심이면서 전라북도 안에서 학생이 가장 많다는 미장초. 이 학교 아이들의 안전을 지켜 온 등교 봉사활동의 모습이다. 

 


 

 

광주가 집인 김재만씨의 딸 은정씨가 14년 전 군산으로 시집왔고, 첫 손자가 학교에 들어가자 교통봉사를 시작했다.  ‘딸 바보’ 아빠가 ‘손자 바보’ 할아버지로 바뀌었다. 세월은 그를 아빠에서 할아버지로 만들었지만 아내는 물론 가족을 사랑하는 지극 정성은 그대로이다. 그는 매주 월요일 광주에서 출발하여 군산에 와서 금요일 아침까지 미장초 아이들에게 ‘할아버지 엄마, 딸 바보’로 불리며 교통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 파인빌 1차아파트 상가 2층에서 ‘김은정피아노학원’을 운영하는 딸을 돕는 일도 물론이다. 

 

그리고 금요일 저녁에 광주 집에 갔다가 다시 월요일에 올라오는 생활이 익숙하다. 같이 늙어가는 아내 강연지씨 또한 세월호 침몰 당시 눈물겨운 봉사를 할 정도로 어려운 이들을 돕는 데 앞장 서 왔다. 그의 발걸음이 잦아지면서 사돈댁 군산을 방문하는 손님이 아니라 군산의 모든 게 익숙해진 ‘반쯤은 군산사람’이 되어버렸다. 

 


 

 

미장초 학부모회 한경진 회장과 이주은 부회장 등 임원들도 “아이들을 위해 멀리 광주에서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오신다는 건 웬만한 성의로는 안되는 일”이라며 이 분들의 고마운 마음을  말했다. 

 

“아이들과 함께 매일 아침을 시작한다는 건 그야말로 ‘행운’이지요. 무럭무럭 크잖아요. 첫 손자가 벌써 중학교에 들어갔는데 키가 174나 돼요. 이젠 제가 올려 봐야 한다니까요.” 김재만씨는 광주에서 재가복지팀장으로 일하다 정년을 했다. “직장에서 일할 때 어르신들의 아프고 힘들고, 세상을 뜨는 과정을 많이 지켜보았는데 내색하기 어렵지만 속으로는 힘들었거든요.” 

 

그 때문인지 아이들이 등교를 돕는 일은 어르신들을 돌보면서 일할 때에 비교하면 마음이 무척 가볍다고 했다. “어떤 아이들은 ‘할아버지 엄마’라고 응석받이 소리를 하기도 하거든요. 오래하다 보니 고등학교 들어간 아이들이 찾아와 어릴 때를 기억하고 인사하기도 하는데, 그럴 때 보람을 느낍니다.”

 


 

 

학교 앞 교통봉사는 미장초에서만이 아니다. 거의 대부분의 학교에서 녹색어머니회, 학교안전지킴이. 경찰, 교육청 등에서 아침마다 나오지만 여기처럼 객지에서 온 사람이 7년째 봉사하는 곳은 이례적이다. “제가 가장 예뻐하는 딸이 시집와서 그런지 저는 군산이 편안합니다. 둘째 손자가 지금 6학년인데, 아이가 중학교로 진학하더라도 미장초에서 아이들과 함께 하는 일은 계속할 겁니다.”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기분 좋았던 일은 딸이 서울에서 피아노학과에 들어갔을 때였지요. 정말 기분 좋았어요. 그 공부 때문에 지금 피아노학원도 하고요.” 평생을 ‘딸 바보’로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갈 그이기에 지금도 딸집에 가서 음식물 쓰레기랄지 치워지지 않았던 걸 치워줬을 때 가장 기분이 좋다고 한다.

 


 

 

“보기도 아까운 딸이 군산에 사니까 앞으로도 군산을 계속 찾을 것이고, 여기에서 봉사를 계속할 생각입니다.” 미장초 앞에는 교통봉사 3총사가 있다. ‘할아버지 엄아, 딸 바보’ 로 불리면서 7년째 교통봉사를 하여 온 김재만 할아버지(72), 학교안전도우미로 일하면서 8년째 봉사하는 이종임(전공무원, 70)씨와 경포초에서 3년을 봉사하다가 4년 전에 막내 손자가 입학하면서 미장초 봉사를 시작한 원칙주의자 소재승(택시업, 75)씨가 그분들이다. 

 

손자들의 안전을 위해 나온 할아버지들의 교통봉사는 좋은 선례로 기억될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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