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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좀 해주소!” -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위험 호소, 군산노인종합복지관
글 : 채명룡 /
2019.01.01 11:19:40 zoom out zoom zoom in facebook twitter kakaotalk kakaostory

“어떻게 좀 해주소!”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위험 호소, 군산노인종합복지관 


준공 15년 별관, 땜질 처방 계속 건물 안전위협 

군산시 뒤늦게 구조안전진단, 안전조치 시급 결론

 

 

 겨울은 노인들에겐 복병이다. 

 

 잠이 멀찍이 달아난 새벽, 운동 나오는 게 습관이지만 뇌졸중 걱정에 문밖 나서기가 두려운 요즘이다. 급격한 온도 차이는 혈관계통의 병세를 악화시킬 수 있기에 더욱 그렇다. 병은 예고 없이 찾아오며, 그 암담한 그늘과 싸우기 위해 미리미리 대비하려는 우리의 할머니 할아버지는 매일 매일 몸부림이다.

 

 그런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새벽과 아침을 지나 낮 시간동안 찾는 곳이 바로 노인종합복지관이다. 2018년 10월말 기준 등록 회원만 1만1,097명이며, 건강과 취미 등 프로그램을 하거나 경로식당 점심식사 등 하루 평균 1,000여명 내외의 이용객들로 항상 북적인다. 

 


 

 

 “누가 여기 와서. 이게 맞는 건가 살펴 좀 봐주소.”

 

 탁구교실에 다닌다는 한 할머니가 아들을 통해 ‘100세 시대에 부끄러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며 현장을 살펴달라고 부탁이 왔다. 미적거린지 두 달이 지났다. 묵은 숙제를 하듯, 지난 12월 중순 이 복지관에 들어섰다. 지난 2001년 이래 군산시와 사회복지법인 ‘삼동회’가 위탁 계약을 맺고 운영 중이다.

 

“처음 질 때는 빨간 벽돌였는디, 갈라지자 뭘로 바르더라고” 

 

 “이불 속에서 뭉그적거리다간 골로 가기 십상이잖여. 그래서 일찍 나오는디, 여긴 화장실 가기도 두려워. 한번 가봐. 늙은이 뱃가죽 마냥 쩍쩍 갈라져가지고..... 오줌이나 싸겄는가.”

 


 

 

 겨울이 깊어가는 지난 12월 14일 오전 11시쯤의 군산노인종합복지관, 햇볕은 따사로웠지만 바람 끝은 매서웠다. 본관을 지나 별관에 들어섰다. 멀쩡하게 보이는 이 곳에서 설마 어떤 일이 벌어지리라고는 생각지도 않았다.

 

 “아녀, 여기가 원래 언덕였는디, 강근호 시장 때인가.... 새로 지을 땐 빨간 벽돌로 멋지게 지었어. 그런디 5년 전인가 건물이 갈라지고 벽돌이 떨어지게 생기자 지금처럼 벽을 감싸놓은 거여. 저기 옥상 봐봐, 벽돌이 그대로 있잖여?”

 

 외벽이 갈라지고 윗 층부터 보가 뒤틀리면서 비가 새고 안쪽에서 문이 잠기지 않는 등의 일들이 일어났다는 거였다. 그런데 대책은 땜빵이 전부였다.

 


 

 

 화장실로 들어서자 이 건물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그대로 나타났다. 타일 벽면이 가로 세로로 흉하게 금이 갔고, 언제 떨어질지 모를 정도로 위태위태했다. 이런 곳에서 몇 년 동안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급한 용변을 해결해왔다니 이맛살이 찌푸려졌다.

 

 홀로 노인 쉐프교실, 그리고 노인일자리 사무실의 복합 균열은 무서울 정도로 심각했다. 설마 군산시가 이런 곳에서 노인 프로그램을 하고 업무를 보도록 했다는 것인지 이해가 안됐다.

 


 

 

 “3년 전인가, 빗물이 새고 바닥이 홍건하게 젖었거든. 3층부터 내부 리모델링한다고 깨끗이 치장을 했잖여. 그런디 돈은 겁나게 많이 들였는지 모르지만 겉만 번지르르 하지 속은 골병이 들을 대로 들은 걸 여기 다니는 노인들이 모를줄 아는가벼.”

 

“노인이라고 모를 줄 아는가봐, 무시하는 건지 원”

 

  “1층 현관 근처는 우기만 되면 습기가 척척하게 젖을 정도로 차올라. 이걸 보면 언덕이긴 하지만 물길이 여기로 모인다는 걸 알 수 있잖여. 건물이 이미 틀어질대로 틀어졌는디, 그냥 뭉개고 있는 거여. 노인이라고 모를 줄 아는가 본디, 무시하는 것도 아니고....”

 

 2003년에 완공 당시 언덕 경사면을 절개하여 붉은 벽돌 건물을 폼 나게 앉혔다. 그런데 건물이 틀어지고 가라앉는 등 치명적인 위험을 안고 있다는 것이다.

 

 5년여 전부터 이용객들이 계속하여 민원을 냈고 균열이 가고 벽돌이 떨어지는 등 안전이 위협받자 건물 외벽 전체를 외장칸막이로 싸버리는 땜질 처방만 계속되었다. 

 


 

 

 탁구교실에 들어서자 나이 칠십을 넘어 팔십대의 노인들인가 싶을 정도로 활기가 넘쳤다. 인생 100세 시대에 걸맞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의 열정이 느껴졌다.

 

 알아보니 군산시가 벽체 균열이 심각해지자 가장 균열이 심각한 3층부터 1억5천씩 들여 리모델링을 했다고 것이다. 내부 2층과 3층에 3억원을 발랐다. 

 

 내부 리모델링 사업을 한다는 이유로 망상 균열(복잡한 갈라짐)의 흔적을 땜질 처방했다. 원인 규명과 치료가 아니라 ‘눈 가리고 아옹’한 셈이다.

 

 건축전문가들은 철근콘크리트 구조물의 내구연한을 약 50년 정도로 본다고 한다. 민간 건축물도 아니고 군산시가 지은 준공 20년도 안된 ‘노인종합복지관’ 건물이 여러 가지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어려운 말로 하덜 말고, 알기 쉽게 얘기 혀봐” 

 

 군산시는 뒤늦게 본관은 제외하고 별관에 대해서만 구조안전진단을 맡겼다. 2018년 12월 10일 (유)쎈구조엔지니어링은 “건물은 안전하지만 지하수위의 영향으로 지반이 교란되고, 기초의 지내력이 약화되어 천정 보에서 전단 균열이 발견되는 등 총체적인 위기”라고 보고서를 냈다.

 

 보강 방안으로 지반 그라우팅이나 파워필 등 지반 개량 공법으로 지반을 견고하게 하는 한편  기존 붉은 벽돌 조적벽체를 철거해서 건물을 경량화해야 하며, 콘크리트 보에 대해서 철판 보강을, 1층 천정슬래브 휨 균열의 피복 두께 부족에 대해서는 탄소섬유로 보강하도록 했다.

 


 

 

 건축전문가 장모씨는 튼튼한 기초위에 지었던 건물이 몇 년 전부터 뻘 위에 지은 것처럼 건물이 망가질 위기라는 뜻이라면서 “이 정도의 망상(복합)균열이 보일정도라면 아마도 건물을 지탱하는 ‘보’나 ‘기둥’에도 심각한 손상이 갔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또 “건물을 지을 당시에는 연약지반이 아니라 지반이 양호한 언덕이었기 때문에 파일 등 지하 기초를 보강하지 않고 독립기초를 하고 건물을 세웠으리라고 추측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기존의 붉은 벽돌 균열을 감춰놓은 외벽과 함께 붉은 벽돌을 모두 철거하여야 하고 지반을 안정화 시키는데 들어가는 시공비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보강을 하는 게 효율적인지, 아니면 헐고 새로 짓는 게 맞는지 면민하게 점검해야 예산 낭비를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조언했다.

 

 인생 100세 시대의 대표적인 노인종합 시설이 이처럼 깊은 속병을 앓고 있다. 운영은 위탁했지만 건물은 군산시의 재산이다. 겉만 번지르르하게 포장해놓았지만 그 안에선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사고라도 난다면 어떻게 할 건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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