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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들이 더 올까봐 고민”
글 : 채명룡 /
2018.11.01 16:50:54 zoom out zoom zoom in facebook twitter kakaotalk kakaostory

손님들이 더 올까봐 고민

- 군산의 명물, 미원동 사거리 바지락 칼국수 전문점

- 손님 북적이면서 단골들 안보여 걱정 


 

천차만별의 사람들, 입맛 또한 다양한 이들에게 한 가지 음식으로 승부를 건다는 건 어쩌면 무모한 도전이다. 우직스럽게 바지락 칼국수로 손님을 맞고 있는 군산시 미원동 사거리의 바지락 칼국수 전문점’.

4년 전, 전주가 고향인 장덕근·배금희씨 부부는 이 곳에 자리를 잡았다. 단 돈 4,000원에 싱싱한 바지락 칼국수를 내놓았을 때 이 집을 찾은 사람들은 그릇이 넘치도록 채워주는 바지락의 양에 놀라고, 바지락 고유의 감칠맛에 두 번 놀랐다.

진심은 통하는 법, 이제는 사람들이 맛을 인정해주고 다른 손님들을 끌고 올 정도로 믿음이 깊어졌다. 바지락 칼국수 하면 이 집을 떠올릴 정도로 다양한 단골층이 만들어졌다.

 






 맛의 9할이 해감이 잘 된 싱싱한 바지락

 

모래 혹은 펄이 씹혔을 땐 바지락 메니어라 하더라도 인상이 구겨지는 게 조개류이다. 더구나 칼국수를 먹을 때 해감이 잘 안 된 조개는 금물이다. 한 젓가락에 가게의 이미지가 금이 갈수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집은 해감이 잘된 바지락을 사오는데 인색하지 않다. 고창 하전리에서 나는 자연산 바지락을 20여 군데의 가공업체 중에서 해감을 가장 잘한다는 업소에 맡겨 이틀이나 사흘 동안 펄을 뱉어내게 하고 매일 아침 납품받는다.

좋은 바지락을 해감을 잘해서 들여와야 손님들에게 싱싱하고 탱탱한 바지락을 드릴 수가 있거든요. 그래서 최상품 바지락을 쓰는데, 돈에 인색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주방에서 홀로 바삐 움직이는 안주인 배금희씨는 그야말로 억척 또순이다. 남편이 6년 전 오식도의 한 공장 옆에 칼국수집을 개업해주고, 비응도의 한 전문점 직원으로 일하면서 군산과 인연을 맺었다.

“5년 전에 명산동의 한 구석에서 바지락 전문점을 했거든요. 그런데 이러저런 일로 마음 아픈 일들이 일어나 그만 두고 방황하다가 이 가게를 얻어 새롭게 출발한 게 오늘로 이어졌어요.”

아내는 고생한 날들이 스치는지 눈시울이 불거졌다.

처음 문을 열 때 정말로 맛난 바지락 칼국수를 대접받았다는 느낌이 들도록 해주자.’는 마음이었거든요. 가게가 안정되었지만 오늘도 그 마음 변치 않으려고 합니다.” 그녀는 그래서 손님들과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직접 쟁반을 들고 서빙을 하고 있다. 오동통한 예쁜 너구리같은 분이 바로 이 집의 안주인이다.

 

 칼은 없고 조개만 가득하네

 

얼마나 많이 주기에 그릇에 넘친다는 걸까.’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여, 이 곳에 오시라. 와 보면 안다. 거짓부렁이 아니라는 걸.”

칼국수는 우선 면발이 생명. 거기에 더해 바지락 맛과 국물의 오묘한 조화가 입안에서 맴돌아야만 합격소리가 나온다. 군산사람들의 까다로운 입맛을 잡은 바지락칼국수 전문점’. 그 곳에서는 특이한 조리법으로 감칠맛을 더해주고 있다.

남편 장덕근씨(55)는 천생 주방장이다. 가짓수가 많은 중식당 주방장을 오래 했지만 15년 전부터 칼국수에 푹 빠져 오로지 칼국수 생각만 한다.

국물의 기본이 되는 육수는 미리 준비하고요. 면을 우선 삶아내고, 바지락을 1~2분 안에 끓여서 함께 내는 방식을 사용합니다. 기본 육수와 바지락 국물이 혼합되면서 탱탱한 바지락의 식감이 살아 있는 칼국수를 드실 수 있는 거지요.”

칼국수 한 그릇을 앞에 두자 젓가락질이 바빠졌다. 입을 연 조개를 들고 한입에 쪽쪽 빨아 씹는 맛이라니. 씹으면서 조개를 골라내고, 또 빨아 입에 넣고, 씹는 간간이 면발을 한 젓가락씩 후루룩 소리 나게 입에 넣는다.

언제 다 먹었는지 모르게 그릇 바닥에 국물만 남았다. 칼국수 그릇이 비어가는 속도에 맞춰 가져다 준 빈 대접에 조개껍질이 가득했다. 예나 지금이나 한 그릇 먹고 나면 빈 조개가 그릇에 가득 차는 건 마찬가지이다.

요즘은 한 그릇에 6,000원이다. 조개만 따로 곱빼기를 원할 때 2,000, 그리고 면추가와 공기밥은 1,000원을 더 받는다. 면을 싫어하는 분들을 위하여 칼국수 외에 유일하게 물만두를 하는데 값은 3,000원이다.

 

손님이 늘기 바라지 않는 이상한 식당

 

바지락 칼국수 전문점밀기울에 들어서면 비좁은 가게가 눈에 띈다. 앉은뱅이 식탁이 열 개 정도에 혼자 온 분들을 위해 입구에 식탁을 마련해 놓았다. 손님이 급격하게 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이상한 식당이 또한 여기이다.

20181013일은 부부가 이 가게 문을 연지 딱 4년이 된 날이다. 부부가 주방과 서빙 등 모든 일을 하다가 주방과 홀 합쳐 4명이 일할 정도로 손님이 부쩍 늘었다.

지금 이 가게의 규모에 손님이 더 많이 오는 건 제가 걱정됩니다. 일시적으로는 좋을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바람직하지 않거든요. 손님이 늘어나 밖에서 줄서서 기다리면 드시는 분들이 바삐 서두느라 음미하면서 제대로 먹지 못하거든요. 손님들이 그 집 가면 줄서서 기다리고 불편 하더라.’라는 생각을 갖게 될 텐데, 그건 제가 바라는 방향이 아닙니다.”

손님이 조금씩 늘어나면서 부인 배금희씨는 주방 일을 직원에게 맡기고 직접 상을 들고 손님들과 마주 대한다. 눈으로 보고 한 가지라도 더 드리자는 생각에서다.

개업하고 처음에 바지락칼국수 값을 4,000원 받았지만 먹는 분들은 6,000, 7,000원짜리 칼국수를 대접받았다는 생각을 갖도록 하자는 거였어요. 그리고 6개월 동안 단 하루도 쉬지 않았으며, 외식 한번 안하고 오로지 바지락의 맛과 오는 손님들을 어떻게 대접할까 생각만 했어요.”

부부는 값싼 비지떡이 아니라, 가치 있는 싼 가격이라는 생각을 갖도록 최선을 다했다. 좋은 바지락을 들여와 장사가 될 때까지 마진 없이 봉사하자는 생각으로 1년을 버티는 동안 바지락만 1천만원어치를 빚졌다.

힘든 과정이었지만 4년여의 세월이 부부를 외면하지는 않았다. 군산의 미원동 사거리에 가면 군산에서 은근 유명한 바지락 전문 칼국수집이라고 소문이 나 있으니 말이다.

 

부부는 지금도 초심을 잃지 말자는 생각을 한다. 원가 3,500원짜리 칼국수 한 그릇을 4,000원에 팔았던 바보 부부. 맛을 지켜내려고 좋은 바지락을 비싼 값에 들여오고, 작은 이익에 연연하지 않는 일이며, 손님이 많이 늘면 기존의 단골들에게 잘하지 못할 것 같아 걱정이라는 부부의 얼굴에서 먹는장사의 기본을 본다.

시련을 넘어설 수 있도록 도와준 분들을 위해 길게 보는 장사를 하려고 한다바지락칼국수 전문점에서 시련 극복의 스토리를 읽는다. 음식점에서 일하면서 만난 인연으로 맺어진 부부는 두 명의 딸을 모두 시집보내고, 좋은 음식 손님과 나누는 재미로 군산 한쪽을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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