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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의 편지) 제발 ......
글 : 채명룡 /
2018.10.01 16:23:25 zoom out zoom zoom in facebook twitter kakaotalk kakaostory

묵은 숙제를 하듯 월명산을 걸었다. 한동안 외면했던 일이다. 일에 묻혔고, 예전의 정취가 사라졌다는 진한 아쉬움도 이유였다. 광풍노도처럼 소나무를 베어냈던 지난 2015년 겨울이후 3년 반 만이다.

월명산은 산길이 그만이다. 수원지를 가운데 두고 연이어진 봉우리들을 걸을 때마다 마치 허파를 깨끗하게 비워내는 기분이었다. 울창한 소나무 숲과 구불구불 산길은 마음의 안식이었다. 그 길은 더울 땐 뜨거운 햇볕을 가려주었고, 추울 땐 바람을 피하게 해주는 오랜 친구 같았다.

그동안 간간이 수시탑 쪽에서 청소년수련관 까지만 돌아보곤 했다. 차마 민둥산을 바라볼 엄두가 나지 않아서다. 다시 걸으면서, 생각하기 싫었던 그 때 그 날을 떠올렸다.

 

지난 20144월 가까운 은파 주변과 옥산면, 회현면 등의 야산에서 이상 징후가 포착되었다. 감염된 나무의 반경 2~3킬로 이내를 모두 베어버렸다. 비극의 서막이었다.

재선충 확산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던 산림청은 온 국토가 전염병에 물들 것처럼 난리법석을 떨었다. 국비로 사업비가 지원되면서 일사천리로 소나무들이 베어졌다.

호들갑 떤 이후 1, 군산시민의 허파라 할 수 있는 월명산으로 번졌다. 나무주사로 아름드리 소나무들은 살려야 한다는 모두베기 반대의 목소리도 나왔다. 그러나 호들갑에, 난리법석에, 모기소리처럼 작아졌다.

 

4년여 동안 적어도 165,000그루 이상의 소나무가 잘려 나갔다. 그렇게 하고도 확산은 멈춰지지 않았다. 사업을 위탁받은 산림조합과 업자들 배만 불리지 않았느냐는 비난의 소리도 나왔다.

그 와중에 22ha에 달하는 군산대학교 학교림에서는 재선충을 방제한다며 낙엽송까지 싹쓸이로 베어버리는 사태가 벌어졌다. 속아베기와 모두베기에만 모두 17,800만원이 들어갔다.

재선충을 잡으려면 소나무만 베어야지 왜 낙엽송까지 무더기로 베어냈냐는 말이 나왔다. 나무도 생명인데, 이 대학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다.

 

점방산 아래 사방댐 골짜기와 수원지 제방을 넘어 설림산, 석치산 쪽은 집중적으로 나무를 베어냈던 자리이다. 그 허물을 감추듯 2015년부터 16억원을 들여 4만여 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오늘, 호젓한 정취는커녕 새로 심은 나무들이 말라죽는 걸 본다는 건 고역이었다.

그 때 좀 더 용기를 내서 반대의 소리를 크게 냈더라면, 아니 주요 산길만이라도 수간주사로 소나무를 살리자고 했더라면 어땠을까. 오늘 그 산길에서, 언론 한다는 꼴이 이것밖에 안되었던가 진한 후회감이 들었다.

세상일이란 찬반이 공존한다. 앞으로의 갈 길 또한 너무 멀다. 반대의 소리도 귀 기울이면 좋게 들린다. 기왕에 시작한 일, 잘해보자는 건 매한가지이다. 그러니 이제부터라도 일방통행은 말자.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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