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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을 좋아하기 위해서는 군산을 잘 알아야 한다
글 : 조종안 / chongani@hanmail.net
2016.09.01 15:33:20 zoom out zoom zoom in facebook twitter kakaotalk kakaostory

군산을 좋아하기 위해서는 군산을 잘 알아야 한다

군산대 국어국문학과 공종구 교수(인문도시 지원 사업 연구책임자)를 만나다 

 


 

 

 

군산대학교 인문도시센터에서 신청한 <3대가 함께 만드는 생생지락(生生至樂) 인문도시 군산> 사업(연구책임자: 공종구 교수)이 '2016년도 인문도시지원 사업'에 선정됐다. 올해 선정된 9개 신규 사업단 가운데 호남 권역에서는 유일하다.

 

군산대 인문도시센터를 중심으로 추진되는 이 사업에는 군산시, 군산교육지원청을 비롯한 18개 기관이 참여하게 된다. 앞으로 3년 동안 집행하게 될 사업비(연구재단 3억 원, 군산시 9000만 원)는 총 3억 9000만 원 규모. 사업을 통해 추구하고자 하는 핵심 목표는 '타자의 상상력'과 '비판 정신'을 축으로 하는 인문 정신의 인프라를 지역사회에 구축하는 것.

 

인문 강좌(120여 개), 인문 체험행사(12개), 인문 주간행사(18개) 등으로 구성된 이 사업의 프로그램에는 해당 분야의 전문성과 역량을 두루 갖춘 군산대 교수와 강사 41명, 지역 전문가 15명, 외부 전문가 31명 등의 전문가들이 참여하게 된다.

 

다양한 프로그램 중 두 가지가 눈길을 끈다. 하나는 갈수록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지역 역사와 문화를 잘 모르는 초·중·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1년씩 돌아가며 강의를 진행하는 '찾아가는 군산학 교실' 개설이다. 다른 하나는 최근 들어 한국 사회의 심각한 쟁점으로 떠오른  '저출산 고령화' 문제를 성찰해 보고자 하는 문제의식에서 마련한 '실버 청춘 인문학 강좌'이다.

 

공종구 교수는 "이제까지 1년 단위로 사업을 진행하다 보니 사업의 체계와 연속성을 충분히 반영하기 어려운 측면이 적지 않아 사업 자체에 대한 고민이 없지 않았다. 이제 3년간 사업을 수행할 수 있는 안정적인 토대가 마련됐다"라고 사업 의미를 밝혔다. 공 교수는 “그동안 어려운 조건에서도 묵묵히 사업을 수행해 온 공동 연구원들 및 연구 보조원들과 매주 팀 미팅을 통해 사업의 완성도를 높여 나가 지역사회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아래는 지난 17일 공종구 교수가 메일로 보내온 질의 응답 전문이다. 

 

-인문도시 지원 사업(‘3대가 함께 만드는 생생지락 인문도시 군산’: 2016년 7월 1일-2019년 6월 30일)에 다시 선정된 것을 축하드린다. 이 사업을 통해 추구하고자 하는 기본 정신이나 문제의식은 무엇인가?  

“먼저 이 사업을 통해서 추구하고자 하는 기본 정신이나 문제의식에 대해서 말을 해보고자 한다. 문제의 본질에 직핍해서 단도직입으로 말씀을 드리겠다. 저를 연구 책임자로 하는 우리 사업단에서는 이 사업(연간 사업비: 1억 3천, 국고 사업비 1억, 군산시 지자체 대응자금 3천) 을 통해 군산 지역사회에 ‘인문정신의 인프라’를 구축하고자 한다.” 

 

-인문정신에 대해 부연 설명이 필요할 것 같은데?  

“인문정신의 본질과 핵심은 크게 두 가지라고 생각한다. 하나는 ‘비판정신’, 다른 하나는 ‘타자의 상상력’이다. 구체적으로 비판정신이란 기존의 질서나 규범, 윤리나 관습 등 우리들의 사유와 일상을 구조적으로 구속하고 있는 일체의 체계나 아비투스를 자명한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끊임없이 다른 관점에서 다르게 생각하면서 보다 더 나은 세계와 질서를 추구하고자 하는 ‘회의의 정신’이다. 

 

프로이트 사후 최고의 정신분석학자이자 슬라보예 지젝의 이론적 통찰에 영감과 자극을 제공한 자크 라캉의 용어를 빌리자면, 끊임없이 상징계 바깥으로의 탈주와 이탈을 모색하고 감행하고자 하는 ‘비상의 정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타자의 상상력이란 우리 주변의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들의 아픔이나 상처, 소외와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그것을 나의 아픔이나 상처로 받아들이는 공감의 정신과 감수성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들이 익히 잘 아는 말로 ‘역지사지’의 정신, ‘기소불욕이면 물시어인’의 감수성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들어 인문도시 사업과 유사한 프로그램들이 우후죽순으로 유행하고 있다. 왜 이 시대에 인문학이 이렇게 주목을 받고 있는가? 다시 말해 ‘지금 이 시대에 왜 인문학’이라고 생각하는가? 

“최근 들어 우리 사회가 갈수록 각자도생, 자기밖에 모르는 괴물이나 좀비들이 넘쳐나는 곳으로 변해가는 것 같다. 인문학자로서 우리 사회의 이런 모습을 지켜보는 심정은 착잡하고 우울하다. 영화야말로 사회 구성원들의 집단 무의식을 가장 먼저, 어떤 점에서는 징후적으로 미리 보여주는 텍스트인지도 모른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 「부산행」과 같은 좀비물을 비롯한 다른 스릴러물들에 엄청날 정도로 많은 관객들이 몰리는 현상을 그저 심상한 일로 보아 넘겨버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황석영은 「아우를 위하여」라는 작품에서 ‘걸인 한 사람이 이 겨울에 얼어죽어도 그것은 우리의 탓이어야 한다.’ (황석영, 「아우를 위하여」, 『객지』, 창작과 비평사, 2000, 314면)라고 말하고 있다. 우리는 이 말을 아프게 새겨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언젠가 반드시 죽을 수밖에 없는 유한적인 존재이다. 다시 말해 한번 왔다가 가는 게 인생이다. 그리고 우리 인간들은 죽는 그 순간까지도 끊임없이 이런저런 근심 걱정, 불안에 시달리게 된다. 채워지지 않은, 아니 결코 채워질 수 없는 욕망 때문이다. 이러한 욕망이 모르는 게 두 가지 있다. 하나는 ‘만족하는 법’이고, 다른 하나는 ‘반성하는 법’이다. 욕망은 뒤돌아보는 법을 모르고, 아래를 내려다보는 법을 모른다. 그러니까 욕망의 운동 벡터는 ‘무조건 전진’이고, ‘무조건 돌격 앞으로’이다. 불가에서 ‘욕망을 성취한 그대여 불행하여라’라고 말하는 것도 그러한 맥락에서이다. 그러니까 욕망의 번뇌나 집착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지 않는 한 인간은 괴물과도 같은 존재가 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이 인문학을 갈급하게 소환하고 요청하는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걸 정도로 치열한 경쟁의 터널을 뚫고 나오느라, 아니 그 터널 안에 갇혀서 헤매느라 너무나들 지쳐 있고 힘들어 하는 것 같다. 다들 마음의 지옥을 견디느라 내 코가 석자 되어 주변의 어려운 타자들을 돌보고 관심을 가질 만한 여유가 없어 보인다. 그런데 인문학은 내가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게 하고 내가 지금 서 있는 지점에서 그 아래를 내려다보게 한다. 그리고 끊임없이 인문학은, ‘나는 누구인가?’, ‘나는 왜 사는가?’, 그리고 ‘나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가?’ 하는 존재론적 질문과 성찰을 자극하고 또 자극한다. 적어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돈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면서 최고의 가치로 군림하는 우리 사회의 현재 모습은 정상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여 지금 인문학은 묻는다. 갈수록 ‘돈 버는 기계’나 ‘자신밖에 모르는 괴물’로 변해가는 우리들의 모습이 과연 건강한가? 라고 말이다. 그 물음에 정직하게 대면하게 만드는 게 바로 그게 ‘인문학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3년 사업의 특색과 구체적인 프로그램, 그리고 군산 시민들에게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으면 들려주셨으면 한다.

“‘3대가 함께 만드는 생생지락 인문도시 군산’이라는 우리 사업의 타이틀이 함축하고 있는 바와 같이, 이번 사업의 특색은 갈수록 ‘갈등의 양상’을 넘어 ‘전쟁의 국면’까지도 걱정하게 할 정도로 첨예해지는 세대 간의 문제를 고민하고 성찰해 보고자 하는 문제의식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마련한 강좌가 ‘실버 청춘 인문학 강좌’이다. 그리고 작년에 이어서 올해에도 ‘군산학 강좌’는 계속된다. 사실 군산학 강좌에 대해서는 고민이 적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군산학 강좌를 지속하는 것은 군산시의 입장을 반영하는 측면도 있지만, 그보다는 오히려 ‘『서경』 「태갑」편에도 있지 않느냐. 하늘이 내린 재앙은 피할 수 있어도 자기가 불러들인 재앙(自作蘖)은 결코 피하지 못하는 법이다. 자기가 먼저 자신을 업신여긴 다음에라야 비로소 남들이 자기를 업신여길 수 있는 법이라고 했습니다. 교결한 자존심입니다.’ (신영복, 『담론』, 돌베개, 2015, 117면)라는 맹자의 서늘한 일갈에 자극받은 바 크다.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좋아한다’는 말처럼, 군산을 좋아하기 위해서는 먼저 군산을 잘 알아야만 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누구보다 군산을 잘 알아야 할 학생들이 군산을 잘 모르는 것 같다. 그리하여 우리 사업단에서는 갈수록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지역사회의 역사와 문화를 잘 모르는 초‧중‧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1년씩 돌아가며 강의를 진행하는 <찾아가는 군산학 교실> 프로그램을 개설했다. 

 

그리고 10월 마지막 주에는 인문도시 사업에 참여하는 전국의 모든 인문도시 사업단에서 동시다발로 진행하는 인문주간 행사에 우리 대학 사업단도 참여한다. 우리 사업단에서도 특색 있는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특기할 만한 행사 몇 개를 꼽는다면?

“‘중학생 토론대회’를 비롯하여 군산 출신의 피아니스트 임동창과 등단작인 『새의 선물』 이후 많은 작품을 발표하면서 90년대 이후 한국 문단의 지형에서 돌올한 위상을 점유하고 있는 은희경이 참여하는 ‘명사 특강’ 등을 들 수 있다. 군산의 마지막 예기(藝妓) 장금도(제20호 군산시 향토문화유산) 춤 공연도 의미 있는 프로그램이다.

 

이 외에도 군산 시민을 위한 좋은 프로그램들을 많이 마련하였다. 많은 군산 시민들이 찾아와서 인문학의 향연과 축제를 마음껏 즐기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를 위해 우리 사업단에서는 이번에 이 사업을 전담하는 ‘인문도시 센터’에 홈페이지를 구축하여 적극적인 온라인 홍보를 계획하고 있다. 인문도시 센터 홈페이지 주소는 063)469-4966으로 문의하시면 된다. 더불어 아래 안내하는 프로그램 일정은 사정에 의해 일부 변경될 수도 있으니 참고 하셨으면 한다.”

 

 

덧붙임: 공종구 교수는 군산대학교 인문대학 학장과 교육대학원장, 국어문학회 회장, 군산시 채만식문학상 운영위원장 등을 역임하고 황룡학술상을 수상한 바 있다. 현재 한국연구재단 인문사회연구본부 인문학단 전문위원, 대교협 대학인증평가위원, 군산대학교 인문도시 사업 연구책임자, 문예연구 편집위원, 현대문학이론학회 편집위원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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