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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 철길마을 주민들,
글 : 이생곤 / grandlee@kmni.co.kr
2016.07.01 15:19:34 zoom out zoom zoom in facebook twitter kakaotalk kakaostory

군산 철길마을 주민들, "아무 때나 문 열지 마세요"

무례한 관광객들과 젊은 상인들 사이에서 고통, 공존 방안 필요해

 

6월 첫 토요일, 몸은 천근만근. 전날 회식에서 '소맥'으로 달린 덕분인지 머리는 '' 해온다. 아내는 중국 여행으로 집에 없다. 아빠보다는 또래 친구들이 더 좋다는 큰 아이와 작은 아이는 친구들에게 양보(?)하고 스마트폰 게임에 열중하는 막내 아들에게 착한 아빠의 무한 책임감을 보여주리라 맘을 먹었다.

 

고향 군산에서 40년 넘게 살아왔지만 외지인들보다 더 군산 관광정보에 문외한인 필자. 오늘은 호기심 만발한 외지인으로 분하여 철길 마을로 떠나본다.

 

원주민들이 떠나가는 마을, 이제는 관광객들과 상인들이 빈자리를 채우다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문명의 이기가 발달할수록 더 진일보한 것을 원하는 것이 인지상정 일진데 어찌 이곳 군상들은 '과거'의 것들에 감탄을 자아내는 것인가? 아마도 세상살이에 지쳐있을 우리네 마음이 자연스레 과거로 시간여행을 유도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양팔을 벌리면 바로 닿을 듯한 건물과 건물 사이에 만들어진 철길. 철길 마을은 오래된 집들과 상점들이 어우러져 마치 현재속에서 과거 추억을 느끼게 만드는, 파스텔풍 색채를 내는 곳이라고 표현하면 딱 맞을까.

 

군산역에서 경암동까지 2km 넘는 철길을 통하여 제지공장(현 페이퍼코리아)은 무수한 양의 제지를 날랐으리라. 광복을 맞기 전 해인 1944년 만들어져 2008년 운행을 멈출 때까지 60여년 동안 하루 2번 운행을 했단다. 이 고마운 철길이 군산 문화관광 명소중 하나가 되어 무수한 사람들이 찾고 있다.

 

철길마을에 모여 있는 집은 현재 오십여 채 정도, 주민은 열 다섯 가구 남짓이고 나머지 집은 텅 비어 있다. 몇 해 전만 해도 주민들로 왁자지껄하던 마을은 원주민들이 떠나가면서 한적해진 상황, 그 빈자리를 관광객들과 상인들이 채우고 있다.

 

흥미진진한 과거의 스토리에 공감하고 무언가를 찾고자 오는 관광객. 이들 관광객들을 상대로 먹거리를 제공하는 상인들. 일상 무료함을 철길 사이에 있는 의자에 앉아 세상 구경하며 보내는 원주민 노인들. 이 세 개의 눈을 통해서 그들의 일상을 따라가 보았다.

 

기울어져 가는 군산 경기, 문화관광으로 경기 회복을...

 

기자는 초입부터 찬찬히 주위를 살핀다. 관광객들로 통행이 어려운 비좁은 철길 사이를 다니며 군상들의 다양한 표정과 그네들 이야기를 듣고 취재 방향을 잡는다. 동시에 여러가지 일을 하는 멀티태스킹을 하고 있다.

 

날씨가 더운지 얼마 지나지 않아 막내아들이 집에 가자고 보챈다. 보채는 아들을 조금이라도 달래볼 요량으로 음료수 가게로 발길을 옮겼다. 슬러시 음료 한 잔을 주문하고, 나오기까지 몇 분 동안에 기자는 매장 주인에게 묻는다.

 

"사장님 오늘 많이 덥네요. 장사는 잘 되시나요? 고향은 어디신가요?"

"날씨가 많이 더워서 음료는 잘 팔리네요(웃음). 주중에도 주말처럼 장사가 잘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군산 경기가 너무도 안좋습니다. 그나마 외지인들이 많이 놀러와서 현상 유지가 됩니다. 고향은 옆 동네 구암동입니다. 어릴 적 학교 등교하느라 경암동도 제 동네나 마찬가지이지요."

 

처음 대했을 때의 불편한 기색이 사라졌는지 최근술 사장은 이야기를 잘도 풀어냈다.

침체된 군산 경기에 대한 의견도 밝혔다.

 

"군산 지엠공장을 비롯하여 대기업군에 속하는 업체들이 속속 구조조정을 하고 있습니다. 돈을 벌어들이고 써야 할 사람들이 없어진다는 말이죠. 이런 악순환이 돌고 돌면 앞으로 우리가 직면해야 될 상황은 뻔합니다. 이제는 문화관광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봅니다.

 

지금이야 가게도 작고 매출도 보잘 것 없지만 미래 군산의 먹거리는 관광쪽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문화 관광으로 유명한 데가 무궁무진하잖아요. 관광객들이 많이 방문해야지 우리같은 점포에서 세금도 내고 군산 재정에 도움이 될 수가 있지요.

 

앞으로 계획인데요. 우리 상인들과 경암동 원주민이 협업해서 할 수 있는 협동조합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단계까지는 아닙니다만, 관광 군산의 한축인 경암동 철길마을에서 협업을 모색하고 있으니 시에서 많은 관심을 가져줬으면 합니다."

 

단순히 돈만 버는 상인의 입장을 벗어난 원주민들과의 '협업', 그의 바람대로 계획했던 일들이 잘 마무리되길 희망해 본다.


 

철길마을의 정체성이 사라져서 아쉽다는 관광객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다. 풍광을 구경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먹거리가 있어야지 눈도 기분좋게 정화되지 않을까. 철길마을에 온 지 한시간 가까이 되어가는 상황. 건물들 사이 좁은 철길에서 관광객들은 여전히 몸을 부딪히며 풍경을 감상 중이다.

 

그중 모델과 같은 동작을 취하며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는 숙녀들을 만나보았다. 인터뷰에 응할 수 있냐는 나의 질문에 매우 쑥쓰러워하는 그녀들. 잠시동안 정적이 흐른 뒤 기자가 말문을 열었다.

 

"어디서 오셨나요? 군산 철길마을 본 소감은 어떠하신가요? 미소를 보니 철길마을에서 살고픈 소녀들 같네요."

 

기자의 말투가 재미있었는지, 네 개의 눈은 흥미를 보이면서 이내 기자의 말에 답한다. 사진 좌측에 있는 분의 말이다.

 

"저는 이곳에 온지 벌써 네 번째인데요. 오면 올수록 정감이 떨어져서 좀 안타까운 맘이 들어요. 2011년도에 처음 왔을 때는 정리가 안 돼 있었지만, 꾸며지지 않은 그대로의 철길마을, 그게 좋았거든요. 근데 지금은 개발되면서 본연의 색을 잃어버린 것 같아서 느낌이 예전만 못하네요."

 

우측에 서 계신 분은 반대 의견을 내놓는다.

 

"저는 오늘 이곳을 처음 방문해요. 뭐 특별한 느낌은 없으나 이곳에서 과거를 보고, 현재를 느끼고, 관광지로서 발전하는 모습을 조금은 체감할 수 있네요. 관광지로서 본연의 모습도 중요하지만 본연의 모습에 뭔가 콘텐츠를 섞어서 개선시키는 것이 저는 답이라고 생각해요."

 

경기도 지역 직장 동료라는 두 사람은 똑같은 풍경을 다른 시각으로 해석했지만 '경암동철길마을'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가 있었다. 기자는 누구의 말이 정답인지 판단하고 싶지 않다. 그녀들이 철길마을에 느끼는 애정에 무한 감사를 할 뿐...

 

관광으로 시끄러워진 마을, 이제는 소통이 필요할 때

 

경암동철길마을 주민들은 외지인들이 모여들고, 상인들이 앞다퉈 입점하고 싶어하는 삶의 터전을 어떻게 생각할까?

 

관광객들 및 상인들과의 인터뷰는 예상외로 어렵지가 않았다. 하지만 가장 쉽게 인터뷰를 할 줄 알았던 원주민 어르신들은 예상 밖이었다.

 

조용하다 어느 날 갑자기 소란스러워진 마을. 오래전 지어져 쓰러질 것만 같은 건물들과 녹슨 철길에 뭔 볼 것이 그리 많은지 관광객들로 북적이기 시작하면서 원주민들의 사적인 공간은 누구나 볼 수 있는 공적인 공간으로 바뀌었다. 사생활 침해를 받으며 주민들 마음은 어느새 닫혀 있었다.

 

경암동철길마을 통장인 김화선 여사님은 이곳 주민으로서 마을 대소사는 물론 철길마을 지킴이로서 해결사 역할을 자임한다. 바깥 활동이 활발해 만나기도 매우 어려웠다. 어렵게 잡은 인터뷰. 사진은 사양이란다. 인물사진 찍지 않는 조건으로 취재에 응했다(기자는 취재에 응해준 것만으로 너무너무 감사했다). 통장님과의 인터뷰를 아래와 같이 문답 형식으로 정리해봤다.

 

기자 : "관광객이 몰려드는 철길마을 주민으로서 자부심이 많을 것 같은데요."

통장님 : "자부심요? 몇년 전 홍수에 다 떠내려 갔습니다. 저희는요. 그냥 조용히 살고 싶어요. 관광객들이 많이 오면서 저희 삶은 더욱 불편해졌습니다. 시도 때도 없이 문을 열고 들어오는 이방인들 때문에 깜짝깜짝 놀랄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그럴 때마다 얼마나 가슴이 철렁하는지. 도둑으로 오인할 때도 많이 있었어요. 오고 가는 사람들 잡담 소리에 낮잠도 잘 수가 없습니다."

 

기자 : "이곳에 사신지는 얼마나 되었는지요. 그리고 철길마을이 알려지기 전, 후 삶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통장님 : "1985년 김제에서 이곳으로 시집온 지 30년이 넘어가네요. 일반 시내에 비해서 전기시설이나 수도시설이 열악해서 불편한 점은 있었지만 이곳만의 정이 있었습니다. 아주 아주 정이 넘쳐났습니다. 50가구가 훨씬 넘는 집에 숟가락이 몇 개인지, 젓가락이 몇 개인지까지 알 수 있었으니깐요.

 

2012년부턴가 사진작가들 몇몇이 오더만 금세 유명해졌는지 외지 사람들이 막 몰려오더만요. 처음엔 외지사람들이 오니깐 차도 대접하고 세간살이도 보여주고 대화도 하고 그랬는데, 그것도 한두 번이지요. 나중에는 당연하게 문을 열고 어떻게 사는지 보는 경우가 다반사였어요. 하도 부아가 치밀어 올라 욕을 해댄 경우도 많았지요. 그런 것들이 불편해서 떠난 주민들이 많어요. 지금은 15세대 정도 살고 있네요. 지금도 불편하기는 매 한가지입니다."

 

기자 : "상인들과의 관계는."

통장님 : "자기들이 산 땅에 장사를 하는데 뭐라고 하겠어요. 그렇지만 진짜 인간적으로 도의란 것이 있잖아요. 이곳 주민들 대부분 70 넘은 노인분들이예요. 상인분들은 상대적으로 젊으니깐 인간적으로 먼저 고개 숙여서 인사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그리고 우리 주민들 입장에서 본다면 다른 동네사람들인데. 이곳에 와서 장사해먹는 것도 가뜩이나 속상한데 인사도 하지 않고 건물 짓는다고 소음 발생시키고. 진짜로 노인분들이니깐 참고 있지 주민들이 젊었으면 가만히 있겠어요?"

 

다소 강경한 반응에 기자는 적잖이 놀랐다.

 

통장님의 답이 이어진다.

 

"처음부터 상인들에게 불만을 표출한 것은 아니었어요. 애초에 주민들에게 예를 갖추어서 다가왔으면 우리도 불만보다는 격려를 해주었겠지요. 지금은 처음보다 관계가 많이 회복이 되었어요. 우는 아이 젖 준다고 썩은 음식 냄새에 여기저기 쓰레기가 넘쳐나서 그때마다 몇몇 노인 분들께서 상인들과 싸웠습니다.

 

노인분들 말이 전혀 틀린 말이 아니니깐 상인들이 질 수밖에요. 그리고 주민들을 위해서 조합 설립을 검토한다고 들었습니다. 소통이 전제 조건이긴 합니다만, 그들도 처음 입주했을 때보다는 주민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커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기자 : " 마지막으로 관광객들과 상인들에게 하고픈 말이 있다면?"

통장님 : "어느 관광지를 가던지 그곳의 문화가 있습니다. 주민들 배려차원에서 관광객들은 철길마을에 대해 미리 공부를 하고, 해도 되는 것, 하지 말아야 할 것 등을 인지하고 관광해줬으면 합니다. 상인들과 관계는 처음보다 개선이 되었습니다만 지금도 소통 부분에 있어서는 조금 미흡합니다. 주민들과의 소통에 더욱 신경을 써주셨으면 좋겠네요."

 

군산은 근대역사문화가 숨쉬는 관광도시로서 많은 외지인들이 찾고 있다. 새만금 개발로 문화적 위상과 도시의 발전이 공존하는 곳이기도 하다. 특히 이곳 철길마을은 과거 정취와 함께 주민과 상인들 일상이 뒤섞여 파스텔풍 감성을 느끼려는 관광객들에게 매력을 주는 지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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