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gun 홈페이지에 오신것을 환영합니다.



메인 메뉴


콘텐츠

홈 > ARTICLE > 사회
학교 혁신과 교육 민주주의에 관한 단상 <교사는 무엇으로 사는가> 군산영광여중 정은균 교사
글 : 오성렬 / poi3275@naver.com
2016.03.25 09:41:53 zoom out zoom zoom in facebook twitter kakaotalk kakaostory

올해 47세, 17년차 중등 국어교사 정은균. 교육평론집인 최근 저서 <교사는 무엇으로 사는가>에는 ‘학교 혁신과 교육 민주주의에 관한 단상’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정 교사는 286페이지의 이 책에서 그간의 교육 현장에서 보고 느꼈던 수많은 문제를 통찰하고 우리 교육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피력한다. 1부 ‘시스템에 갇힌 교사’ 편에서는 ‘평범과 성실과 모범에 관한 단상’ ‘죽음의 장부를 다룬 나치는 평범했다’ ‘썩은 사과와 썩은 사과 상자’ ‘시스템의 포로가 된 교사, 끝이 어디일까’ ‘착한 아이들의 역습’, 2부 ‘교사, 아이를 만나다’ 편에서는 ‘교사는 무엇으로 사는가’ ‘나는 아이들 이름을 부릅니다’ ‘믿고 또 믿고 사랑하고 또 사랑하라’ ‘공부 못하는 아이는 성적에도 관심이 없다고?’, 3부 ‘진짜 교육 가짜 교육’ 편에서는 ‘경쟁은 가짜다’ ‘기 승 전 대학’ ‘공부에 관한 몇 가지 신화’ ‘용과 지렁이가 공존하는 교실을 위해’, 4부 ‘학교 혁신을 넘어 교육 공화국으로’ 편에서는 ‘교사 승진제도, 이대로 안 된다’ ‘혁신교육이라는 이름의 견인차’ ‘교육 다양성은 우리의 생명’이라는 제하의 글로 엮었다. 전체적으로 보면 전반부에서는 교사론을, 중반부에서는 학생과 교사 간의 교육 관계론을, 후반부에서는 교육행정정책론을 다룸으로써 우리 교육이 처한 현실을 여러 사례를 들어 심층 분석하고 있다.


 

정 교사는 중학생 시절 한 국어 선생님을 통해 교사의 꿈을 처음 갖게 된 뒤 일찍 그 길을 택해 교단에 서게 되었다. 대학에서 국어국문학 전공으로 학사와 석사 학위를, 한국학중앙연구원(옛 한국정신문화연구원)에서 박사 과정을 밟아 2007년 박사학위를 취득한 국어국문학자다. 그가 17년 전 처음으로 교단에 서게 되었을 때 느낀 소회는 우리 교육이 평소 생각했던 민주교육과는 동떨어진 현장이라는 것이었다. 그는 교직 입직 직후부터 민족교육, 민주교육, 인간화교육을 강령으로 1989년에 창립된 전교조에 가입했다. 전교조는 보수 기득권 논리에 매몰된 경쟁 교육을 참교육을 통해 바로 세움으로써 개성이 무시되는 등수 매기기 교육의 타파와 적폐 해소, 참된 인성을 기르는 민주적 교육으로의 혁신을 꿈꾸는 교사들의 단결체로서 평소 그의 교육적 이상과 부합하고 있었다. 사실 우리 교육은 OECD 평균 수준에도 못 미치는 극보수적인 제도와 시스템으로 인해 뜻있는 교사들의 열정과 역량을 가로막음으로써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선 교육현장에 있는 교사들 대다수는 교직이 높은 보수를 받는 안정된 직장이어선지 변화를 귀찮아하고 두려워하는 경향이 짙다. 현실에 편안히 안주하고 싶어 하는 경향이 짙거니와 심지어 변화에 대해 냉소적이기까지 하다. 그는 이러한 교단 분위기에서 큰 안타까움을 느끼도 있다고 한다. 2010년 김승환 교육감 출범이 꿈과 끼를 찾는 교육 비전을 모토로 교육현장의 변화의 태동을 기대하게 했으나 아직은 갈 길이 요원해 보이는 것도 그 때문이다.

 

동료 간 동아리 활동 등의 협력체제 속에서 교육 현장의 변화를 예상했던 그에게

현실은 실망스럽기만 하다. 전교조 강령만 해도 민족교육보다는 민주교육과 인간화교육이 우선시 돼야할 가치라고 역설하는 정 교사는 우리 교육의 가장 큰 고질적 병폐로 입시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얻고 있는 현행 입시 제도를 들고 있다. 사실 공교육이 붕괴되고 비싼 돈을 들여야 하는 사교육 공화국답게 오로지 입시만을 위해 성적에 내몰리는 학생들은 인성은 뒷전인 채 한시적 문제풀기 전문인으로 전락되어 이도저도 아닌 인간으로 양성된다는 게 작금의 교육현장을 진단하는 중론이랄 수도 있다. 따라서 대학입시가 현 상태로 유지되는 한 백약이 무효일 수밖에 없어 이를 혁신하기 위해서는 국립대 네트워크 제도로 가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현재 교육 선진국으로 발돋움한 핀란드나 스웨덴이 과거 우리처럼 고질적인 교육 병폐를 안고 있었지만 기득권 저항을 물리쳐가며 혁명적 발상으로 대타협을 이끌어 거대한 전환점을 이끌어낸 것을 구체적인 예로 들고 있다. 그들도 예전에는 우리처럼 등수매기기 교육으로 학생들을 경쟁에 내몰았으나, 그 부작용이 심각해지면서 시행착오를 겪은 끝에 이를 전면 폐지, 교육 선진국의 롤모델로 자리했기 때문이다. 

 

이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현행 교육 시스템을 개선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진단은 중구난방으로 넘치는데 근원적 치료는 전혀 손도 못 대고 있다. 기득권이 워낙 공고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어느 정부가 들어서도 해결이 쉽지 않을 거란 말이 있을 정도다. 예컨대 관리자 전횡 사항인 점수 위주의 교원평가제만 해도 학벌 좋은 교사가 아니라 아이들에 대한 사랑, 애착, 공감 등의 인성 역량이 중시되는, 보다 폭넓은 객관성이 반영되는 시스템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게 일선 교사들의 바람이지만 관리자들 입장에선 턱도 없는 일일지 모른다. 발전적 교육 정책을 위해서는 전교조나 교총이나 공감대를 갖는 부분도 있는데, 언론에서는 일상적 교육활동에 대해서도 전교조를 진보, 교총을 보수로 규정하고 오로지 무책임한 진영논리로 대결구도를 만듦으로써 참된 민주교육을 지향하는 전교조의 활동을 위축케 하고 있는 것도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최근 가정의 붕괴가 심화되면서 연간 약 6만여 명 내외의 학생들이 학교를 벗어나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범죄에 노출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기존의 경직된 시스템과는 다른 차원의 공교육이 이들을 두루 품어야 한다. 하지만 이 역시 문제아는 퇴출하는 현행 시스템이 온존해 있음으로써 풀기 어려운 숙제가 되어 있다. 학교는 말 잘 듣는 학생만 받아주는 곳이 아니라 문제아도 품어줌으로써 한 인격체로 변화를 이끌어내는 요람이어야 한다는 대다수 뜻있는 교사들로서는 자존감이 상하는 일일 듯도 하다. 

 

정 교사는 그의 저서 <교사는 무엇으로 사는가> 서두에서 이렇게 밝히고 있다.

 

“교육은 조각이다. 아이들에게서 가능성을 찾아내고, 그들의 숨은 능력을 드러내 주는 교육의 한 본질을 잘 표현하는 말 같아서다. 이제는 다른 말을 찾고 있다. 이 책은 그 과정에서 나온 조그만 결과물이다. 사람들을 만나면서 인간과 세상을 공부했다. ‘조각’만으로 다 드러내지 못하는 교육의 참된 얼굴을 그려보고 싶었다. 

 

교육은 시스템이다. 평범하고 성실하며 모범적으로 살아가는 교사들의 침묵, 그들을 그렇게 만드는 교육시스템의 이면을 드러내고 싶었다. 교사가 시스템의 노예 상태에서 벗어나 진정한 교육자로 거듭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짚어보았다.

 

교육은 만남이다. 관계가 사라진 학교를 지배하고 있는 것은 무관심과 냉소다. 아이들을 무시하는 교사, 내일을 꿈꾸지 않는 아이들을 두루 살폈다. 죽어가는 우리 교육이 협력과 소통 속에서 살아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교육은 미래다. 속악한 현실주의가 지배하는 우리 교육의 자화상을 짚어본 열쇳말이다.

학교는 성적, 경쟁, 입시에 묶여 있다. 눈앞의 이익을 놓고 무한경쟁과 각자도생을 펼치는 시합장이 되어 있다. 모두가 미래를 말하지만 아무도 미래를 준비하지 않는 역설의 공간이 학교다.



 

교육은 다양성이다. 생물학자들은 생태 다양성이 모든 생명체의 본원적인 생존 조건이라고 말한다. 교단을 편 가르기 하고 획일화한 주범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교원 승진 시스템과 교장 제도 문제를 눈여겨보았으면 한다. 학교교육에 관한 새로운 상상력을 키워 가고 있는 

혁신학교와 학교 밖 교육 문제도 짚어 보았다.”

 

그는 이런 소회를 밝히기도 한다. “진정한 교사로서 갖춰야 할 역량이나 자질이 필자에게 있을까. 조금이라도 있다면 필자는 그것을 키워준 힘의 대부분이 지난 15년간 교실에서 만난 아이들 모두에게 있었다고 고백하고 싶다...(중략)...교실에서 마주치는 아이들은 달랐다. 저마다 고유한 색깔을 지닌 아이들은 부족하고 편협한 필자로 하여금 늘 스스로를 돌아보게 했다. 아이들을 통해 배우며 성장했고, 아이들이 있어 마음껏 가르칠 수 있었다. 교실에서 만나는 아이들 한 명 한 명이야말로 진정한 나의 스승임을 믿는다...”

 

그간 몇 권의 저서를 출간한 정 교사는 여러 선생님들과 2~3년에 걸쳐 공동 집필 중인 ‘언어개론서’를 올해 안에 출간할 계획인데 이 저서에는 ‘실체적 학교 민주주의 확립과 교육정책 제도 관련 법령의 문제점 및 발전방향’이 주 내용으로 담겨 있다.(-> 정 교사는 지금까지 이번에 펴낸 <교사는 무엇으로 사는가>를 포함하여 모두 5권의 저서를 출간했다. 한글 인문 교양서인 <한글 이야기>(청년사), <시 공부의 모든 것>(한국학술정보) 등 국어나 문학 관련 책들이다. 이에 덧붙여 정 교사는 최근 초고가 마무리된 ‘언어 개론서’ 성격의 교양 서적을 출간할 계획이다. 또한 ‘실체적 학교 민주주의 확립과 교육정책 제도 관련 법령의 문제점 및 발전 방향’ 등을 주제로 한 책 출간 계획도 구상하고 있다.) 이야기 말미에 자신이 몸담고 있는 군산영광중학교가 작년에 다양한 체험활동과 특성화프로그램 등으로 ‘자유학기제 선도시범학교’로 선정되어 교육부장관 표창을 받았다는 말을 들려주었다. (자유학기제란 중학교 1, 2학년 사이에 한 학기를 정해 학생들이 시험이나 평가에 대한 부담을 받지 않고 창의적으로 체험활동이나 동아리활동, 체육활동, 예술활동 등을 할 수 있게 하는 제도를 말한다) 자유학기제는 2016학년도부터 전국 모든 중학교에서 전면적으로 시행된다고 한다. 별다른 의미도 없으면서 학생들에게 심리적 중압감만 주는 과도한 시험으로부터 벗어나게 하고, 그 기간을 인성을 함양케 하자는 취지로 제도권 교육 안에서 첫발을 뗀 제도가 아닌가 한다. 교육 현장 민주화와 참교육을 향한 고뇌 깊은 그의 열망이 빛을 보게 되는 날은 언제일까. 대담을 마치고 돌아서 나오며 필자는 오랜만에 직업인으로서의 교사가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교사를 만났다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가슴이 따뜻해지고 있었다. *    

오성렬님 기사 더보기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닫기
댓글 목록
댓글 등록

등록


카피라이터

주소 : (우)54020 전북 군산시 절골3길 16-2 , 출판신고번호 : 제2023-000018호

제작 : 문화공감 사람과 길(휴먼앤로드) 063-445-4700, 인쇄 : (유)정민애드컴 063-253-4207, E-mail : newgunsanews@naver.com

Copyright 2020. MAGAZINE GUNSAN. All Right Reserved.

LOGIN
ID저장

아직 매거진군산 회원이 아니세요?

회원가입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잊으셨나요?

아이디/비밀번호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