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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사랑으로 시작된 '빵굽는 마을', 신영용 사장
글 : 이생곤 / grandlee@kmni.co.kr
2016.03.01 10:59:56 zoom out zoom zoom in facebook twitter kakaotalk kakaostory

"1993년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네요. 제가 브라질에서 의류업을 하다가 둘째놈을 한국에서 낳으려고 일시 귀국을 했는데 지금까지 눌러 앉았네요." 인터뷰 준비를 하는 기자에게 신영용 사장이 묻는다.

 

"기자님 빵맛을 결정하는 게 뭔지 아시나요?" 기자가 잠시 머뭇거리자 신영용 사장이 재빠르게 답한다. "제빵사마다 다르겠지만 제 생각으로는 빵맛을 좌우하는 건 '겸손과 정직'입니다.“

 

브라질 이민, 다시 군산 복귀

군산 태생의 신영용 사장은 대학을 마치고 결혼을 하면서 브라질 이민을 결정했다. 쉽지 않은 이민 생활을 택한 그의 결정에 아내는 순순히 따랐다. 남편 말이라면 순순히 응하는 아내였지만 마지못한 결정이었다고 한다.

 

"대학 졸업을 하고 여기저기 원서를 넣었습니다. 당시 대한민국 경기가 좋았기 때문에 취업에는 문제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남자로 태어나서 뭔가를 해보고 싶은 욕망을 잠재울 수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해외 이민을 생각하게 된 것이지요."

 

때마침 그의 이모가 브라질 이민을 가서 어느 정도 뿌리를 내리고 있었던 터라 브라질 이민을 결정했다고 한다. 초기부터 열정과 성실함으로 똘똘 뭉친 신영용 사장은 큰 어려움 없이 사업을 이끌어 나갔지만 남편만을 보고 브라질로 이민에 아내는 고국을 하루도 잊은 날이 없었다. 그의 아내에게는 남편의 성공보다도 중요한 것이 고국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이었다.

 

"이민 온 첫날부터 4년간을 쉼 없이 앞만 보고 달렸습니다. 덕분에 앞선 이민자들보다 더 빨리 정착을 할 수가 있었습니다. 첫째 딸아이는 브라질에서 태어났고요. 둘째아들은 아내 의견에 따라 저의 본가가 있는 군산에서 낳을 목적으로 일시적으로 귀국했습니다."

 

고국을 너무도 그리했던 아내는 출산 후에도 브라질 복귀에 미온적이었다. 브라질 복귀냐? 군산 정착이냐? 고민에 빠진 그는 사랑하는 아내가 원하는 군산 정착에 동의했다.

 

"사실 그때 참으로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브라질 이민 4년 만에 제가 당초 목표했던 그 이상의 것을 이뤄냈기 때문에 고생했던 것을 보상 받으려는 심리가 강했을까요. 저는 브라질로 빨리 복귀를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는데 군산 생활에 마냥 행복해하는 아내가 자꾸 마음에 걸렸습니다. 그래서 결정한 것이 브라질에서의 성공한 명예 보다는 군산에서의 소소한 행복이었습니다." 똥개도 제 집에서는 반절은 먹고 들어간다고 했지만, 고향이 군산인 그도 고향을 떠나있던 6년의 공백기를 매우기가 너무도 어려웠다.

 

녹록지 않은 사업, 정직하게 고객 대응을 할 수 있는 직종을 찾아서

 

지인의 도움으로 녹즙 회원을 모집해 그들을 대상으로 녹즙 공급을 했다. 어려움을 딛고 회원 수는 가까스로 100여 명까지는 확보를 했지만 녹즙의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한 방법이 여의치 않았다. 녹즙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신선도 유지에 난관에 부딪히면서 사업에 회의가 밀려올 즈음에 오랫동안 장사를 유지할 수 있고 고객에게 유익을 끼칠 수 있는 직종이 무엇인가 고민하던 중 '제빵제과업'으로 직종 변환을 맞이하게 되었다.

 

"회원 100명 모집하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회원 100명의 욕심 때문에 신선도 유지에 문제가 되었던 녹즙 사업을 영위할 수는 없었습니다. 직종 전환에 고민하던 중 아내의 이모님께서 '제과제빵'을 권유했습니다. 당시 1997년 군산에는 제과제빵 학원이 없어서 서울 소재 학원에 가야할 처지가 됐죠."

 

3개월여의 서울 생활은 매우 고단했단다. 당시 거처 마련에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가족 생각을 하면서 악착같이 교육훈련을 받았다. 그에게 가족이란 그가 사는 원천이었던 셈이다. 3개월 후 군산에 복귀하여 그 유명한 '이성당'에서 3년 근무를 했고 나머지 2년은 군산의 또 다른 빵집에서 공장장으로 근무를 했다. 그에게서 5년은 너무도 소중한 보석 같은 시간이었단다.

 

이성당과 또 다른 빵집에서의 5년을 뒤로하고 창업에 나선다. 군산 나운동 자신 소유의 첫 빵집에서의 수익은 신통치 않았지만, 나누는 삶과 주인인 자신이 만든 빵을 누군가가 와서 사서 먹는 것에 그렇게도 뿌듯할 수가 없었단다. 팔고 남은 빵은 다음날로 넘기지 않고 주변의 영아원이나 양로원등에 나눴다. 나눠서 좋고, 신선한 빵을 고객들에게 매일 매일 공급해서 좋고,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게 그의 행복 론이었다.

 

제빵에 있어서 최고의 레시피는 '겸손과 정직'

"요즘에 TV 나 언론매체에서 '제과제빵'에 대해서 너무나 화려한 면만 부각하는 것 같아 저는 좀 우려스럽습니다. 실제로 대다수의 제빵업종에 있는 사람들은 새벽 5시에 일어나고 마무리 되는 시간은 밤 12시입니다. 거의 상 노가다지요. 그래서 이 직종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특별한 사명감이 없으면 저는 관두라고 합니다. 자신이 만든 빵을 불특정 다수가 먹는데 사명감이 없이 만들어진 빵이라면 앙꼬 없는 찐빵이 아닐까요?"

 

그가 제빵업에 발을 들인 지 올해로 20년이라고 한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5년 차까지는 견습생, 10년 차까지는 단순 기술자, 10년 정도가 지나야 기술에 겸손과 정직함을 배울 수 있는 경지에 오른단다.

 

그의 소유 첫 빵집에서는 그간 갈고 닦은 기술만으로 빵을 만들었다면, 첫 빵집을 다른 이에게 넘기고 현재 수송동 소재 빵집으로 이사 와서는 제빵이 만들어 지는 법, 그 이상의 것을 알게 되었다.

 

"어느 날인가 개인적으로 매우 심하게 스트레스를 받았어요. 기분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반죽을 빚고 빵을 구워냈습니다. 희한하게도 너무도 맛이 없었습니다. 똑같은 재료, 똑같은 기계에서 나온 빵인데 그리도 맛이 없었을까요? 빚어진 모양도, 구워진 모양도 모두 다 볼품이 없었습니다.

그날 아침 빵은 대부분 버려졌습니다. 제빵업을 하던 중에 최악의 상황이었습니다. 그날 참사에 대해서 내린 결론은 제가 너무 자만해서 제빵에 대한 겸손과 정직한 마음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란 것 이었습니다. 그 이후 제빵을 대하는 마음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남들이 먹는 좋은 빵을 만들려면 좋은 재료에 '겸손과 정직함'을 첨가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바쁜 시간을 쪼개어 수년 전에 영화 <피에타>를 보았단다. 기억에 남는 대사 중에 "나이가 들면 버려야 할 것들이 많다"라는 것을 인용하며 그의 인생관을 설명한다.

"제가 여기 두 번째 빵집에 터를 잡으면서 장사가 참으로 잘 되었습니다. 장사가 잘 되는 만큼 수익도 조금씩 늘어났습니다. 하지만 사람이 참으로 간사하지요. 내가 없었을 때에는 가진 것을 많이 나누었는데, 반대로 가진 것이 늘어났는데도 나누는 것에는 인색해졌습니다.

 

저도 모르게 인색함이 제 마음 한 켠에 자리 잡힌 모양입니다. 제 인생관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가족의 행복과 주위 나눔인데, 가족 행복만 지키고 주위 나눔에는 인색해진 것입니다. 다행인 것은 인색해졌던 마음을 버리고 초심으로 돌아오는 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는 것입니다.(웃음)"

 

대한민국 '제과제빵 명장' 10명이 있다. 명장이라는 타이틀은 제빵인 들에게는 매우 영예로운 훈장이겠지만 정작 자신에겐 아무런 가치가 없는 것이란다.

 

명장이라는 훈장보다는 동네 조금만 빵집이지만 착한 빵을 만들어 손님들에게 팔고 어려운 이웃들에게 나누고, 나이가 들어서면 이곳 빵집을 정리하고 낙후된 나라에 제빵 기술을 전수하면서 선교활동을 하는 것이 자신이 추구하고자 하는 길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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