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예린 씨 부부
작년 12월 1일, 삼학동 말랭이에 문을 열어 개업 4개월 차를 맞고 있는 카페 ‘삼학레코드’가 입소문을 타면서 나날이 고객의 발길이 더해지고 있다. 남초등학교 옆 고지대 삼학건강원 건물 일부를 개조한 이 카페는 약 20여 명 내외 고객을 수용할 수 있는 아담한 면적에 옛 LP레코드로 실내를 장식하고 턴테이블로 신청곡을 들려준다.
이 카페의 윤예린 대표는 경기도 의정부 생으로 군 장교였던 부친 따라 이사를 자주 하는 바람에 딱히 고향이라 할 만한 곳이 없이 어린 시절을 보냈다는데 소개팅으로 운명 같은 지금의 남편을 만나 신혼을 보내고 있는 중으로 그래선지 이 카페에 들어서면 은은한 커피향속에 깨 볶는 냄새가 진동하는 듯하다.
윤 대표는 어렸을 적부터 외국인만 보면 먼저 다가가 인사를 했을 정도로 외국에 대한 동경심을 타고나 외국어 습득에 대한 재능이 남달랐다. 그래선지 영어는 기본에 중학교 때는 일본어, 고교시절엔 중국어, 그리고 대학생 때는 스페인어 학부가 있는 사이버한국외국어대학에 들어가 스페인어를 공부했다. 그 중 그녀가 제일 매력을 느낀 것은 스페인어였는데 에스파냐 특유의 열정적 문화에 공감이 컸기 때문으로 실제로 스페인에 약 3개월 정도 거주했던 동안 느낀 행복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성인이 된 대학시절부터 아르바이트에 나선 그녀는 호텔, 한의원, 성형외과, 창업컨설팅회사, 학원, 과외, 카페, 콜센터 등등 다양한 분야를 망라하면서 세상 경험을 쌓았다. 이러한 경험들은 이후의 어느 직장에서든 유용하게 쓰여 경영주로부터 ‘아무지다’ ‘일 센스가 좋다’등 긍정적 요소로 작용함으로써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그러던 중 친한 언니의 소개로 지금의 남편을 만나게 되는데 소개 받는 순간 ‘왠지 이 사람하고 결혼 할 것 같다‘는 강렬한 느낌이 왔다. 그 생각은 결국 운명처럼 부부의 연으로 이어졌다. 겸손하면서도 이해심이 많고 따뜻한 심성의 그 남편은 결혼하고 나서도 아내의 부족한 부분과 단점을 잘 보완해주고 자신감을 북돋아줘 더욱 사랑의 깊이를 더해가고 아직 신혼이라 그런지는 모르지만 단 한 번도 다투는 일 없이 알콩달콩 하루하루가 행복하다.
본래 군산 생인 남편 유현훈 씨는 듬직한 체구에 훈남형 인상으로 카페건물 한쪽에 가업이었던 삼학건강원을 이어받아 운영 중이다. 하지만 수십 년 전 성수기였던 시절은 이제 추억 속에 남아 있을 뿐 하향사업으로 전락하다보니 고심 끝에 건강원 옆에 카페를 열어 건강즙을 먹어보고 구입할 수 있게 하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로 몇 달간 준비 끝에 작년 12월1일 개업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카페의 메뉴는 건강즙을 활용한 시그니처를 특징으로 한다. 기본 커피 메뉴 외에 대표적으로 30년 전통의 시아버님 비법 진한 쌍화차, 경산 대추의 엑기스를 담은 대추차, 배·생강·도라지가 들어가 기관지 건강에 좋은 배생도차, 포도주스보다 맛있는 100% 포도즙에 코코젤리를 넣은 포도코코, 추억의 초코바나나파르페, 딸기파르페, 인절미파르페, 딸기치즈파르페 등이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다.
윤 대표는 타업소와 차별화한 삼학레코드만의 컨셉으로 레트로 감성, 아날로그 감성을 든다. 그래서 <응답하라> 시리즈 드라마가 나왔을 때 푹 빠졌다. 최근엔 디지털과 AI의 발달로 모든 것이 편리해지고 시간과 노력을 절약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지만 그런 만큼 사람 사이의 정이나 추억이 사라지고 있어 오히려 그런 불편함에서 오는 추억들이 따뜻한 정감을 불러일으키는 게 사실이다. 그러다보니 그녀는 80~90년대를 살아보지는 않았지만 아날로그적 감성을 주는 것에 더 관심이 갔고 아이러니하게도 현시대 음악보다 부모님 시대 음악에 더 친숙함을 느끼고 있다.
그래서 부모님 시대 음악을 배경으로 하는 카페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카페의 한쪽 벽을 LP 진열장으로 꾸며 인상적인 음악다방 분위기로 만들었다. 그리고 <응답하라> 시리즈 드라마를 참고해서 1980년대 모습으로 꾸민 6명 수용 단체석 방은 카페에서 제일 인기 있는 자리로 선호되고 있다. 따라서 나이가 지긋하신 분들에게는 옛날 귀에 익은 음악이 흐르고, 예전에 쓰던 물건들이며 음료 등을 즐기며 타임머신을 타고 온 듯 옛날을 소재로 한 이야기꽃을 피우기도 하는데 딸과 같이 온 엄마가 “라(나)때는 말이야”하면서 말문을 열고 딸은 “엄마 때 그랬다고?” 라고 신기해하는 모습도 일상의 풍경이 되고 있다.
건강원이 한가한 틈틈이 카페에서 무급 아르바이트를 자처하며 아내 일을 도와주는 현훈 씨와 아내 윤예린 대표, 서로 시선을 마주치며 이야기를 나눌 때의 표정에서는 범접할 수 없는 사랑의 꿀물이 뚝뚝 떨어진다. 앞으로도 조금씩 LP나 옛 물건들을 모으면서 더 아기자기하게 꾸미는 한편 다양한 건강즙을 활용할 메뉴를 개발할 예정이라는 이들 부부에게 행운이 같이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삼학레코드’
군산시 삼학안2길 40
-매주 일요일 휴무